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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희망을 세우는 건축가, 시게루 반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내전이 급증해 난민의 수가 5천만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도 들린다. 때 마침 같은 날 한국에서는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마로 인한 침수나 붕괴로 인한 피해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으며,열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수해민들의 피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지만 별 다른 대책없이 대피소나 체육관 등에 수용되어 있는 모습은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지금 당장 쉴 수 있는 집이 필요한 사람들 누구일까?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건축가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사람들은 흔히 건축가는 좋은 집, 아름다운 건축물을 상상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또한,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 누구나 그런 건축가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고 값싸지만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한순간에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종이로 만들어진 집이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작고 값싼 집들로 세계 최고의 건축상을 수여받은 건축가가 있다면?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2014년 프리츠커 수상자인 건축가 시게루 반(Shigeru Ban, 56)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 종이로 희망을 세우는 건축가, 시게루 반 ]

  


가장 영예로운 활동을 보인 건축가들에게 수여하는 세계 최고의 건축상인 '프리츠커 건축상'.

올해의 영광은 시게루 반에게 돌아갔다. 이번 프리츠커 상 선정의 의미는 조금 특별하다. 지금까지의 프리츠커 수상자들이 보여온 어떤 '기념비'적인 작업들과는 달리 시게루 반에게 수상의 영광을 가져다 준 활동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볼품없어 보이기도 할 수 있는 재난 현장의 임시 건축물들이었기 때문이다.

 

프리츠커 상을 주관하는 하얏트 재단은 성명에서 "그는 그동안 전 세계의 재난 현장을 돌며 간편하면서도 기능적인 저비용의 피난처와 공공건물을 지어 피해자들을 도와왔다"고 소개했다. 이에 시게루 반은 "건축가가 특권 계급을 위한 일을 하면서도 사회를 위한 일은 하지 않는 직업이라 느꼈다.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축을 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라며 그의 수상 소감을 발혔다.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게루 반의 철학이다.


일본의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쿠퍼 유니온 대학(The Cooper Un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nd Art)의 건축학부를 졸업한다. 그 후, 그는 사회적 소수나 약자들을 위한 주택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국제연합 난민 사무소에 난민 수용소를 제안하며 사회적 건축가로서 그만의 활동을 펼쳐나가게 된다. 특히, 그는 효율적인 임시주택 건축을 위해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았는데, 그것은 바로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관(paper tube)'이었다.

 

시게루 반이 제안한 르난다 난민 수용소, 1994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시게루 반은 1994년 르완다 내전 당시 종이 튜브를 활용한 난민 보호소를 제안하며 유엔난민기구(UNHCR)의 자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시게루 반의 제안이 있기 전까지 유엔난민기구는 난민들에게 알루미늄 기둥과 플라스틱 패널로 지어진 집을 보급했으나, 난민들은 이것들을 시장에 내다 팔아버리고 인근의 나무들을 무차별적으로 벌목하여 집을 짓는데 사용하였다. 이는 환경파괴, 시장질서의 혼란 등 또 다른 2차 피해를 가져오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그러나 시게루 반의 '종이관'을 활용한 쉘터가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값싸고 쉽게 조립과 이동이 가능한 이 쉘터는 르완다 난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듬해인 1995년에는 그의 조국인 일본의 고베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며,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하였다. 시게루 반은 이들을 위해 종이와 천을 활용하여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택시설을 고안하였다. 수백 개의 종이를 덧붙여 내구성을 높이고 방수처리를 통해 빗물이 새지 않도록 하였다. 얼핏보면 통나무가 이어세워진 것처럼 보이는 이 임시주택은 종이관 뿐만 아니라 모래주머니, 주류 보관 상자 등을 활용하여 한 채당 200만원 이하로 지을 수 있었으며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해체하여 다른 용도로 재활용 할 수 있었다.


고베 대지진의 이재민들에게 공급된 임시주택, 1995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또한, 지진으로 인한 화재로 불타 없어진 타카토리 교회를 종이와 천으로 재건하여 지진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희망과 용기를 붇돋을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종이나 천 등의 값싼 재료로 지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경건하고 아름다움을 지닌 이 교회는 16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단 5주 만에 건축되었으며, 2005년에는 해체 후 대만에서 일어난 지진 지역에 보내져 대만의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재사용 되었다.


< 종이로 재건된 타카토리 교회, 1995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이 후 그는 비영리단체인 자원건축가네트워크 VAN(Voluntary Architects Network)을 설립해 세계 곳곳의 재난 지역을 돌며각지에서 재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99년 터키 서북부 지역과 2001년 인도 구자라트 지역에 대지진이 일어나 수십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그들을 위해서도 시게루 반의 종이주택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2004년 스리랑카에 발생한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도 시게루 반의 재해 구난 건축 활동은 계속되었다. 

 

(좌측부터) 터키 임시주택(1999), 인도 임시주택(2001), 스리랑카 임시주택(2004)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이어 중국 쓰촨성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는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종이로 만들어진 임시 학교를 건설하여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린이들이 희망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 중국 쓰촨성 대지진 후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지어진 청두 임시학교, 2008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특히, 2010년에 무려 50여 만 명의 사망자와 180여 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시게루 반은 직접 아이티로 날아가 현장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구호활동을 펼치는 등 건축가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많은 건축가들의 귀감이 되었다. 

 

< 아이티 대지진 당시 건설된 피난민 주택과 시게루 반, 2010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미야기현 오나가와시의 이재민들을 위한 컨테이너 임시 공동주택을 계획하고 건설하였는데, 이는 3개 층 높이의 바둑판 식으로 적층하여 유닛들 사이에 밝고 개방된 열린 생활 공간을 구성하여 이재민들의 쾌적한 임시거주 환경을 마련하였다. 또한, 이러한 임시 주택이 건설되기 전까지 체육관에서 거주하고 있던 피난민들을 위해 종이관과 캔버스 커튼을 활용하여 1,800여 개의 간단하고 편리한 칸막이를 설치해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었다.

 

  < 컨테이너 임시 공동주택, 2011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 피난민들을 위한 간이 칸막이 시설, 2011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같은 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도 지진이 일어나 150여 명이 목숨을 잃고 도시의 상징이었던 성당이 무너져 지역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준 비극이 발생하였다. 이에 시게루 반은 이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700여 명을 수용 가능하고 이벤트 장소 및 공연장으로도 활용 가능한 교회를  디자인하여 지역 주민들이 용기를 되찾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를 제공하였다. 이 성당 역시 종이관으로 지어졌으며 향후 50여 년 정도 사용될 계획이다.

 

< 크라이스트처치 교회, 2013 >

[사진 출처] www.shigerubanarchitects.com


 이처럼 시간과 비용이 제한적인 재난현상에서 값싸고 가벼운 시게루 반의 종이 건축은 혁신적인 대안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단순히 기능과 비용만을 고려한 건축활동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구조적인 견고함과 아름다움, 미적 감각 또한 그의 주요 관심사이다. 시게루 반의 지향점은 그가 존경해 마지않는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 1898~1976)가 가진 '미학적이고 기능적인 방식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과 관계하는 건축' 이란 가치를 표방한다. 결국 그가 가진 사회적 건축의 철학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존경과 존중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게루 반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재해 지역에도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싶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비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제가 건축가로서 계속 하고 싶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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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Talk 

시게루 반의 호기심과 창의적 탐구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종이를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건축재료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그는 종이가 가진 장점을 살린 건축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우리 포스코A&C에서는 종이가 아닌 철을 활용한 모듈러건축을 디자인하고 있다. 알다시피 모듈러건축은 위와 같은 재난 현장에서 그것이 지닌 장점을 최고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시게루 반이 보여주는 활동과 같이 포스코A&C에서는 좀 더 싸고 쉽게 이동 및 조립할 수 있는 모듈러건축을 실현하기 위해 철이란 건축재료에 대한 많은 연구와 시도를 펼치고 있다.  나아가 포스코A&C가 디자인한 모듈러건축이 세계 곳곳에서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여 포스코A&C에 기대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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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노학

사진  시게루반 공식홈페이지

www.shigerubanarchitects.com


▲ 박노학 = 대학 및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2014년 포스코A&C 대졸공채 신입으로 입사해 현재는 주거설계팀에서 공동주택에 관한 실무를 쌓고 있다기술적 기반을 통해 미학적 가치를 탐구하는 텍토닉한 개념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이를 활용한 건축활동이 사회적 기반을 견고히 다져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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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건축 #건축가 #시게루 반 #종이 #프리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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