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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유산은 지금 변신중,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재활용 생태공원

 

  오늘날 재활용은 분야를 막론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화두이자 실천원리로 자리 잡았다.

유리병, 종이, 알루미늄, 물 등 재활용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자연을 보전하고 후대에 이어 주기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이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여러 사물 중 가장 덩치가 크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바로 '건축'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거나 버려진 혹은 허물어진 건물을 고치고 다듬어서 다시 사용하는 일은 우리의 환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건축물 중 산업유산의 경우 한때 도시가 성장하고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기여했지만 기술의 발달 또는 노후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 용도를 잃어버리고 방치되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시설들이 대부분 건립 당시의 건축문화와 고유의 건축적 미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도시에서 부족한 넓은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재생의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  버려진 것도 다시 돌아보는 지속가능한 삶이  존중받는 시대, 쓸모없이 방치된 폐시설물에서 시민에게 사랑받는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산업유산들에 대해 알아본다.

 

 

[산업유산의 변신, 재활용 생태공원]

  

# 1.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제철소,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이미지 출처 :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홈페이지 (http://www.landschaftspark.de)


 

티센 제철소는 한때 독일 경제발전의 첨병이었지만 점차 쇠락하여 1985년 문을 닫고 말았다. 제철소가 있던 뒤스부르크는 활력을 잃은 도시로 전락했고 6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부지는 생명활동이 끝난 고목처럼 그대로 멈춰버렸다. '라인 강의 기적'을 일구었던 핵심시설은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한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도시의 미래를 짐작할 수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10여년이 지난 1997년, 드디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나뒹굴던 땅에 '도시공원'과 '생태보존'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도시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이 공원을 디자인한 피터 라츠는 제철소의 시설들을 제거하고 그곳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아서 녹색으로 가득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과거를 숨기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얄팍한 속임수'에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여 그곳에 남겨진 고철 덩어리들과 공장 시설물들을 활용하여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인공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도시공원으로 탐바꿈해 놓았다. 현대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순수한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다양함과 조화로움이라고 그는 생각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홈페이지 (http://www.landschaftspark.de)


 

이것은 대부분 경제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던 독일 내 다른 황폐화된 산업 용지들에게도 재생의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였다. 이렇게 탄생한 '21세기형 도시공원'은 비록 우리가 보편적으로 경험하거나 상상하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과거에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산업유산을 새롭게 인식하고 환경과 더불어 도시를 재생하면서 장소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는 방식의 문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홈페이지 (http://www.landschaftspark.de)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에 들어서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제철소의 놀라운 변신을 하나씩 확인할 수 있다. 시커먼 연기를 하늘로 뿜어대던 굴뚝이 도시를 조망하는 전망대로, 우뚝 솟은 설비들은 그 사이를 강철로 연결하여 줄타기 연습장으로, 펄펄 끓던 용광로는 물을 가득 채운 스킨스쿠버장으로, 물과 연료 등을 공급하던 대형 철제 파이프는 어린이들이 즐기는 미끄럼틀로, 광석 저장고의 외벽은 암벽등반 코스로 변신했다. 이렇게 탈바꿈한 시설과 공간들은 새롭게 디자인하여 조성한 시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일반적인 도시공원과 비교하여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 뒤스부르크  환경공원 홈페이지 (http://www.landschaftspark.de)

 


오늘날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유럽의 산업사회를 주도했고, 독일의 경제를 이끈 이곳의 역사를 생생하게 이해하고 기억하며, 이를 바탕으로 당당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이곳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산업박물관이자 체험공간인 셈이다.

 

 

 

# 2. 문 닫은 탄광에서 문화를 생산하다, 졸퍼라인 탄광 

 

이미지 출처 : www.industrialtourism.eu


1851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135년 동안 '검은 황금'을 불리는 석탄과 코크스 제조 시설을 갖춘 유럽 최대의 탄광으로 명성을 날렸던 졸퍼라인 탄광. 베를린, 뮌헨 등 대도시와 비교할때 졸퍼라인이 위치한 에센은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도시지만 하루에 1만2천톤의 석탄을 생산하던 독일 최대의 탄광이 있던 도시이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남다른 역사적 인연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1963년 겨울, 헐벗고 가난한 시절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찾을 수 없었던 젊은이들이 '파독 광부'라는 이름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들이 외화를 벌기위해 당시로선 다른 세상이나 마찬가지였던 지구 반대편의 독일에 갔던 젊은이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했던 곳이 바로 졸퍼라인 탄광이었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졸퍼라인 탄광 홈페이지 (http://www.zollverein.de)

 

 

이렇게 남다른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며 에센의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이었던 탄광은 그 위상에 걸맞게 85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채워져있었다. 그중에서도 높이 55미터, 지름 6.5미터에 이르는 이중 트러스 구조의 권양탑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결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구조미를 뽐내던 시설물로서 루르의 에펠탑이라는 영광스런 별명으로 불리웠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 산업유산도 제 기능을 잃고 문을 닫자 황폐화되기 시작했고 더 이상 관리되지 않는 탄광시설물로 인해 주변 일대의 오염은 극에 달했으며 에센의 경제가 마비되어 수천명의 실업자가 발생하였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정부는 거대한 부지를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에 맞서 탄광 내의 건물과 시설을 보존하는 한편, 엠셔 건축박람회 등을 개최해 적절한 재생 방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2001년 졸퍼라인 탄광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체계적인 재생계획에 따라 단계적 리노베이션으로 기존 탄광 시설을 재활용하여 탄생한 레드닷 디자인 박물관, 루르 박물관 등을 중심으로 디자인 관련 기업과 학교를 단계적으로 유치함으로써 오늘날 독일을 대표하는 창조 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이미지 출처 : 졸퍼라인 탄광 홈페이지 (http://www.zollverein.de)


 

이러한 진행 과정에서 주정부는 2002년부터 30만평에 이르는 부지에 대한 세심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주도하고, 보존 전문가 및 조경가가 동참하여 수립한 마스터플랜에서는 전체 탄광지역을 3개 영역으로 크게 구분하고 기존의 물리적, 공간적 특성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설을 추가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구현하였다. 새롭게 건립하는 건물은 모두 단지 외곽에 배치하여 기존 탄광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버려진 공장과 시설을 보존한 채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지역의 문화중심으로 변신시켰다. 또한 초기부터 내부공간와 외부공간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내부는 창조적인 발상에 의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외부는 기존의 기찻길을 활용한 동선의 연계체계와 보행로, 휴식공간 등으로 조성하여 마치 시골의 낭만적인 풍경이 연상되도록하였다.

 

 

 

 

이미지 출처 : 졸퍼라인 탄광 홈페이지 (http://www.zollverein.de)


 

또한 마스터플랜에 적략적으로 장기적인 디자인 산업 유치를 포함하여 졸퍼라인 탄광이 문화예술 공간을 넘어서서 창조 산업의 중심지로서 더욱 효과적으로 재생될 수 있도록 하였다. 주정부는 도시계획, 건축, 산업디자인, 광고,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등을 중심으로 디자인 관련 개인, 기업, 학교, 재단, 공공기관 등이 졸퍼라인에 모일 수 있도록 홍보, 유도하여 적극적으로 디자인 산업을 유치하였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라인 강 주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쾰른대성당이었다. 300여 년의 공백기를 포함하여 완공하기까지 600여 년이 걸린 유서깊은 성당으로서 지역을 넘어 독일과 유럽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며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쾰른대성당으부터 6년후인 2002년, 졸퍼라인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쾰른대성당이 독일의 고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라면, 졸퍼라인 탄광은 근대와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현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라 부를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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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Talk

  

6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문화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근대 산업유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늘 우리가 점유하고 생활하는 공간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떤 가치를 갖게될까?  세월을 넘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기에 무한할 수 있는 건축과 공간의 변신을 꿈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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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조희

사진  이미지 하단에 출처 표기

 

* 본문 일부 인용 :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김정후 저, 2013년, 돌배게)

 

 

▲ 조희 = 포스코A&C 도시설계 전문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국내외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도시재생, 창조도시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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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건축 #생태공원 #리사이클링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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