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가 디자인한 물건을 보면 누군인지 알만한 산업디자이너로서 가구, 조명,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알리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지난 11월 24일 ‘2008 한화 드림 컨퍼런스’의 마지막 강연에서 ‘세상을 창조하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카림라시드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오만한가? 나는 우리 주변의 물리적인 풍경을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 물건으로 채우고 싶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자신만의 디자인철학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한 디자이너는 학창시절 어떤 꿈을 꾸었고,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을지 궁금증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카림라시드 또한 많은 학생들이 본받고 싶어하는 디자이너 중 한명이기에 ‘어떻게 꿈을 만들어 냈는가? 우리가 세상에 기여 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강연은 디자이너로서의 어떤 꿈을 키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팁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인간이 접하는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
어렸을 적 화가였던 그의 아버지께서 집에 사오는 물건들은 그리 비싸지 않은 것이었지만 항상 아름다운 것이었다. 오렌지색의 시계 라디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스테레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이러한 사물들이 삶의 연장이 되어 그의 디자인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아버지와 함께 갔던 ‘이탈리아 10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제안한 새로운 국제 스타일’이란 전시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 디자이너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며 이 세계를 다른 세상으로 바꿔보겠다고 다짐한다. 과거에는 미학적 엔지니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인간의 삶과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물질, 서비스, 시스템뿐만 아니라 도시와 인생까지도 디자인한다.
전통적이면서 전통적이지 않을 것을 버려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형태는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던 때와 변함없이 사각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각형의 형태는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 사용하기에 적합한 형태였다. 하지만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의 형태는 아직까지 그대로이다. 뷰파인더가 아니라 LCD를 보고 촬영해야 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두 손으로 들고 사용하는 것은 불편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형태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셔터와 전원 버튼을 잘못 눌러 꺼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바보스러운 형태에서 우리는 불편함을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디지털 카메라의 예를 들어 좀 더 현실에 충실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과거의 원형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을 뭐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변화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기업을 설득하여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며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우는 것을 배워라
사람들 저마다 다른 도구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배우고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욕에서 1달러로 살아남기’라는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힘들었던 그의 힘들었던 시절의 경험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하며 자아 실현을 위해서는 지적인 허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그는 디자인 의뢰를 하는 기업의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디자인을 하면서 디자인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다. ‘변화를 위해서 변화하라, 그리고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는 것을 배우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생각하는 방법 외에도 자신이 만든 디자인을 시장의 상품으로 내놓기 위한 과정에서의 비즈니스의 필요성과 협력하는 것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다. 학교에서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서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 강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나?’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물론’이라고 답하는 그의 말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디자인으로 우리의 경험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