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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의 한국 진출, 바뀐 것과 바뀌어야 할 것

 

이케아에 대한 나의 개인적 경험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도 10년 전 정도일 것 같다. 그때는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이어서 이케아를 수입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살 수 있을 때였다. 유통에서 한 단계를 더 거쳤지만 이케아는 그래도 쌌다. 의자를 샀는데 조립을 제대로 못했는지 네 개의 다리가 동시에 지면에 닿지 않았다. 몸의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의자가 뒤뚱거렸다. 내가 힘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힘센 친구를 초대해 다시 조립하게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는 유아용 마무트mammut 의자다. 마무트는 이케아 제품 중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것이다. 이 의자 역시 1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이 의자는 상판과 다리가 분리되는데, 연결 부위가 헐거워서 의자를 들면 다리가 쉽게 빠져버려 좀 짜증이 났다. 이 두 가지 제품을 써본 뒤 나는 영원히 이케아를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현재 이 제품들은 우리 집에 없다. 이것은 내 개인적 경험이다. 나보다 이케아에 대한 더 좋은 감정을 가진 소비자도 전세계에 많이 있을 것이다.


이케아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저렴하기 때문에 버릴 때도 부담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이케아의 본질이다. 이 때문에 비난을 받지만 이케아 스스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자랑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저렴한 편이지만 디자인이 좀 세련되었다는 점이다. 집 꾸미기에 관심이 있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멋진 가구들로 집안을 꾸미려고 계획한다. 백화점 가구매장에 간다. 가격을 본다. 그리고 좌절한다. 영원히 그런 가구로 집안을 꾸밀 수 없다는 생각에 풀이 죽는다. 그에게 이케아가 다가온다. 카탈로그를 본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디자인이 약간 떨어지지만 이 정도면 관용을 베풀만하다. 더욱 그를 행복하게 만든 건 가격이 정말 착하다는 거다. 바로 이 것이 이케아로 하여금 스스로 디자인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랑하게 만드는 점이다.


이런 이케아의 장점은 단지 디자인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싼 재료와 노동력을 찾아낼 수 있고 거대한 유통망을 가졌으며 가구계의 코카콜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있다. 이런 공룡을 꺾을 수 있는 가구회사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허먼밀러나 비트라, 프린츠한센 같은 가구계의 명품은 이케아와는 전혀 다른 시장에 존재하므로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여길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샘이나 퍼시스, 카사미아 같은 브랜드는 비교적 타격을 덜 받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에 밀집해 있는 영세 가구업체들은 이미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이제 와서 경기도가 자금을 마련해 대규모 지원을 하고 영세업체들을 모아 유통단지를 만든다며 뒷북을 친다. 얼마나 뛰어난 전략가들이 모여 얼마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짤까? 유통단지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꾸밀까? 이미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유통과 서비스, 디자인과 생산으로 무장한 이케아를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별로 기대가 안 된다. 영세 업체들의 도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실이다.


한국 디자인 개발에 대한 가구산업의 낙후된 의식은 21세기가 되어서도 바뀌지 않았다. 대기업들도 밀라노 가구 박람회 같은 곳에 가서 좋게 말해 영감을 받아오지 않으면 신제품을 개발하지 못할 정도로 가구 디자인의 자생력이 취약하다. 영세업체들은 그렇게 해외 가구를 흉내 낸 대기업을 베끼는 수준이니 디자인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가구기업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가구를 구입할 때 디자인과 브랜드를 별로 따지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가방을 살 때는 그토록 예민한 디자인의 촉수가 가구를 살 때는 별로 발휘되지 않는 건 우리가 집과 인테리어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문화의 반영이다. 그러나 이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진출로부터 자극을 받을 것이다. 물론 이 소비자들은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다.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이케아가 들어오건 말건 별로 관심이 없다.


평소 가구와 인테리어에 무심했던 사람들이 디자인에 조금이나마 눈을 뜬다는 건 우리 가구산업의 분명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건 이케아가 개장을 하면 초반에는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몰린다. 그리곤 조금씩 열기가 식기 마련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정체를 알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10년 전 겪었던 것처럼 누군가는 이케아에 진저리를 치며 관심을 끊을 것이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일회용 물건처럼 그 저렴함과 편리함에 반해 중독되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무엇보다 분명한 건 자동차나 패션 브랜드는 줄줄 외워도 가구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무지한 사람들도 이제 북유럽풍 디자인과 모더니즘이 어떤 건지 조금은 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그 스타일에 호감을 갖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이케아보다 조금 나은 디자인을 찾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이케아가 우리 가구산업에 주는 기회는 바로 소비자가 가구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좋은 가구가 삶에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준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디자인에 제대로 투자할 때다. 이케아가 아무리 전 세계에서 검증된 가구와 서비스로 무장했더라도 한국시장의 특수성까지 완벽히 이해한 것을 아닐 것이다. 이 점을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소비자의 특수성, 그리고 한국 생활문화의 특수성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미 이런 것에 대비해 역량을 키운 중소가구업체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이케아의 진출은 결코 절망만을 아닐 것이다. 이제 해외 박람회에서만 영감을 얻어오지 말고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서 욕구를 찾고 그것에 기반해 우리만의 가구를 개발하는 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 글 김신(디자인 칼럼니스트)   에디터 류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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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한국 진출 #가구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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