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궁극적인 종합 조형 예술"을 목표 삼았던 바우하우스 시대에 건축가들은 말 그대로 종합 예술가였다. 건물은 설계하는 것은 물론 의자, 책상, 조명, 심지어 수저 하나까지 자신들이 디자인 세계를 담아내고자 노력하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당시의 작업들을 보면 디자인사를 공부한 이라면 누구든 당시 디자인을 구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개성도 강하고 독특했다. 요즘은 전문화 분업화의 시대에 살고 있어 색만 고르는 전문가가 있는 시대이니 바우하우스의 그것은 아주 오래전의 꿈같은 일이 되어 버린 지 한참 지난 것 같다. 그래도 유럽의 디자이너들 혹은 건축가들은 여전히 바우하우스의 후손답게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건축가들의 디자이너와 예술가들과의 협력 정신은 매우 높이 살 만하다. 이번에 소개할 "Cloud9(구름9)"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런 건축을 하고 그런 이상과 철학을 지녔다. 특히 뻥 뚫린 그들의 공간에 들어서면 심각하고 무겁고 혹은 중후하고 지나치게 세련된 그런 디자인 사무실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넓고 탁 트인 공간 안에 이리저리 널려있는 미니어쳐 건물과 지형의 목업(Mock Up) 사이를 지나다 보면 마치 내가 걸리버가 된 착각마저 든다. 새롭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개성 넘치는 건축가의 사무실을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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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서 우리를 맞이하는 거대한 상어 로봇. 이런 물건이 왜 건축가의 사무실에 있는 걸까 의아해하겠지만 바로 이런 재미와 재치가 스페인 디자인의 진면모를 잘 보여준다. 상어는 유럽 만화 중 만년 베스트셀러인 틴틴(TinTin)의 시리즈물에 등장하는 것을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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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TIC건물 1층에 있는 사무실은 밖에서도 누가 무억을 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다만 길 쪽으로 향해있지 않아 아는 사람들만 지나치게 되겠지만, 누구나 궁금증을 유발한 만한 공간이다. 야광 초록에 가까운 바닥의 칠과 조명이 이들의 미래를 우리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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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서도 소개되어 실렸던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에 설치되었던 통유리로 만들어진 공간이 사무실에 은밀한 회의 공간처럼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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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항의 활주로를 연상시키는 조명들과 노출된 환기시설 그리고 전기선들이 지나가는 길목을 알려주는 듯 늘어선 파이프들 그리고 그 아래 조형물처럼 매달린 목업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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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이 벽의 역할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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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챌까 두려워 살금살금 목업들의 사이를 걷는데 마치 신세계에 발을 들인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의 선을 넘기 시작한 그런 느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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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목합들이 아크릴 상자에 담겨 혹은 그들의 집처럼 견고하게 만들어진 상자 위에 올라가 근사한 전시장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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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형을 타고 올라가며 둔덕처럼 만들어진 건물들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곳은 누구를 위해 디자인된 공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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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고자(Zarragoza) 세계 박람회가 열렸을 때 만들었던 퍼어 공간 디자인. 스페인의 강렬한 빛을 이용한 에너지 효율이 큰 건물디자인의 물방울 같은 표면이 재미있다. 판넬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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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조금 전 까지 젊은 건축가들과 실습생들이 스프레이를 뿌리고 작업을 하다만 흔적이 역력하다. 목업을 직접 만들고 제작하고 테스트해보는 작업에서 이들의 실험정신은 점점 그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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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주변 자연과 가장 친화적인 재료와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실험과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목업은 스페인 최고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의 새로운 프로젝트 공간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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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정원이 한동안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고 이곳 역시 사무실 한쪽 작은 수직 공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실제 다른 건물에 적용하기 위해 이들이 손수 키워보고 가꾸면서 각 식물의 성장 과정이나 조건들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한다. 도면과 자료가 가득한 도서관 같은 사무실이 아니라 건축가들의 손자국이 여기저기 찍힌 그런 공간이어서 참 근사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