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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상징을 디자인하다 - I♡NY, 버디베어…

 

 

도시의 부가가치는 그 도시가 지닌 이미지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인공적인 상징 개발을 통해 무無에 가까웠던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이를 통해 문화와 산업을 일으킨 세계의 도시 사례는 뒤늦게 도시 상징의 중요성에 눈을 뜬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1975년 뉴욕시는 10억 달러의 적자로 허덕이고 있었다. 30만 명의 실업자와 들끓는 범죄자로 도시는 점점 살벌해졌다. 안 그래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환경미화원까지 파업을 하자 뉴욕은 그야말로 폐허의 도시로 변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주 정부에서는 도시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대적인 개혁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고심 끝에 뉴욕주 상무국은 광고 대행사 웰스 리치 그린에 혁신적인 뉴욕 홍보 캠페인을 의뢰하게 된다. 휴 캐리 당시 주지사부터 앞장섰고, 광고 대행사 직원들은 브로드웨이로 나가 “뉴욕시민들은 여전히 뉴욕을 사랑한다”고 외쳤다.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배우 율 브리너 같은 유명인들도 기꺼이 그 대열에 동참했다.

 

 

 

냅킨에 쓴 낙서에서 세계적인 아이콘이 된 ‘INY’. 뉴욕을 가보지 않은 사람도 ‘I♡NY’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을 대성공으로 이끈 결정적인 것은 냅킨 한 장에 휘갈겨 쓴 세 개의 알파벳과 하나의 기호였다. 1976년, 당시 광고대행사 사장이자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밀턴 글레이저는 포스터를 만들다가 우연히 카페에 놓인 냅킨에 낙서를 하게 됐다. 이 낙서가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고 가운데 하나가 된 ‘I♡NY’이다. 뉴욕시는 로고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오늘날 ‘I♡NY’은 뉴요커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즐기는 아이콘이 됐다.

 


‘I♡NY’의 사례에서 보듯 도시(국가) 상징은 그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고 이를 통해 문화와 산업까지 일으킨다. 이렇게 확대 재생산된 이미지는 다시 도시(국가)의 부가가치를 높여 도시(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렇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도시와 국가들은 파리의 에펠탑이나 런던의 빅벤, 또 중국의 팬더곰처럼 관광명소나 특산물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긴 도시(국가) 상징 외에 인위적으로 도시(국가) 상징을 새로 만들어 무無에 가까웠던 도시(국가)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독일 통일을 계기로 거리 예술 행사로 기획되었다가 베를린의 상징이 된 버디 베어(왼쪽).
에펠탑을 떠올리면 파리가, 파리 하면 에펠탑이 떠오른다. 이보다 더 확실한 도시 상징이 또 있을까(오른쪽).

 


싱가포르 하면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사자 머리에 물고기 몸통을 하고 있는 멀라이언Merlion은 인위적으로 개발된 도시(국가) 상징의 대표적인 예이다. 멀라이언은 1964년 싱가포르 관광청의 로고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싱가포르에 여행 가는 이들이 꼭 거치는 코스가 센토사  에 있는 거대한 멀라이언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일일 정도이다. 싱가포르 공항과 기념품점에는 멀라이언을 새겨 놓은 열쇠고리, 자석, 티셔츠, 컵 등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멀라이언을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기차역과 중심가에 가면 앞발을 위로 바짝 쳐든 곰 형태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이 곰의 이름은 버디 베어Buddy Bear. 배에 지도를 그려 놓은 곰도 있고, 만국기를 그려 놓은 곰도 있다. 예전부터 곰은 베를린의 상징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도시 이미지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이다. 당시 독일 통일을 계기로 클라우스 헤어리츠 박사와 부인 에바가 거리 예술 행사로 기획한 버디 베어가 지금은 베를린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앞서 언급한 ‘I♡NY’로 빅히트를 친 뉴욕의 노력은 로고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 뉴욕은 ‘I♡NY’에 더해 뉴욕을 사과에 빗댄 ‘빅 애플Big Apple’이라는 애칭을 관광 자원으로 확장시켰다. 거리 곳곳에 커다란 사과 조형물을 세우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뉴욕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의 영향으로 서울시도 2008년 해치를 서울의 도시 상징으로 삼고, 서울을 ‘해치의 도시’로 세계 속에 알리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상징 개발 과정에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 상징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경복궁이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단순한 심벌이 아니라 서울의 정체성과 역사를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대표 상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정적인 사물인 궁보다는 동적인 상징물인 해치를 도시 상징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후 해치 택시를 도입하고 버스 광고로 해치를 홍보하는 등 해치를 서울의 얼굴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 그 실효성은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 해치 이전에 서울에는 1988년에 만든 왕범이라는 마스코트가 있었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서울의 산과 해, 강을 형상화한 서울시 휘장, ‘하이 서울Hi Seoul’ 슬로건을 만든 장본인인 김현 디자인파크 대표의 작품인 왕범이는 홍보와 관심 부족으로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 해치가 왕범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시민의 삶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자연스런 홍보와 마케팅이 수반되어야 하리라. 

 


관광객들이 싱가포르에 가면 항상 배경사진으로 찍는 멀라이언 상. 사자 머리에 물고기 몸통을 하고 있다. 도시 역사가 짧은 싱가포르는 이 멀라이언 상으로 빠르게 도시 상징을 만들어 냈다.

 

 


서울의 새로운 상징으로 정해진 해치. 해치는 해태의 옛 이름으로,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알려진 상상 속의 동물이다.

 

 

 

웰스 리치 그린
웰스 리치 그린Wells Rich Greene Agency은 1960년에 마리 웰스가 두 명의 파트너와 함께 설립한 광고대행사로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밀턴 글레이저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1929년생는 미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쿠퍼유니언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시모어 쿼스트와 같이 ‘푸시 핀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푸시 핀 그래픽> 지를 발행했다. 1968년에는 <뉴욕매거진>을 창간하여 아트디렉터로서 경영에 함께 참가했고, <파리매치> <에스콰이어> 등 여러 잡지를 비롯하여 서적 출판 활동도 활발히 했다. ‘I♡NY’ 외에도 밥 딜런의 앨범 포스터, ‘반 고흐 100년’ 전시회 포스터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센토사 섬
센토사 섬은 싱가포르의 유명 휴양지로서 ‘센토사’는 ‘평화와 고요함’이란 뜻이다. 동양 최대의 해양수족관과 분수쇼, 난꽃으로 유명한 오키드 가든, 아시안 빌리지 등이 있다. 판타지 아일랜드, 센트럴 비치와 볼케이노랜드 등이 인기 관광 코스다.


빅 애플
1920년대에 <뉴욕 모닝 텔레그래프The New York Morning Telegraph> 지의 스포츠 기자였던 죤 피츠제럴드John J. Fitzgerald가 당시 뉴욕의 높은 경마 수익을 빅 애플Big Apple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빗대어 본인의 기사 제목에 ‘Around the Big Apple’이라고 붙이면서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1930년대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뉴욕에서 연주하는 것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뉴욕이 빅 애플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1970년대 들어 뉴욕관광국The New York Convention and Visitors Bureau에서 프로모션 캠페인을 하면서 빅 애플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빅 애플은 뉴욕을 지칭하는 공식적인 지위를 얻게 되었다.


해치
전설상의 동물로 해태의 원말이다. 경복궁 앞에 서 있던 해치 동상과 특정 과자 브랜드의 상징으로 친숙하다. 서울시의 도시 상징으로 선정되면서 캐릭터로 디자인되었다. 해치는 ‘정의와 청렴’의 동물로서 재앙을 물리쳐 ‘안전’을 지켜주고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왕범이
왕범이는 해치 이전에 사용되던 서울시의 캐릭터로 88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인 호돌이와 호순이의 아들로 설정이 되었다. ‘왕’은 ‘으뜸’ ‘아주 큼’을 나타내고 ‘범’은 용맹스러운 호랑이를 표현하여 대한민국 최대 도시이자 ‘세계적인 대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을 나타내고자 했다. 별다른 캐릭터 개발 노력 없이 방치되다가 사라지고 말았다.

Tag
#뉴욕 #서울 #도시 #환경 #싱가폴 #국가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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