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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여 사회를 바꾸다 - 범죄를 없애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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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부터 공공영역까지 디자인은 점점 그 영역을 넓혀 왔다. 이제는 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려는 움직임까지 생겨나고 있다. 영국의 ‘범죄에 대항하는 디자인 연구센터’는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수집하고 연구 결과를 널리 확산시켜 현실에 적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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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흔히 디자인은 화려한 외양에 대한 것이라고 한정짓기 쉽지만 디자인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디자인학교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있는 ‘범죄에 대항하는 디자인 연구센터DAC’는 범죄학자와 예술가,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해,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수집하고 연구 결과를 널리 확산시켜 현실에 적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소는 디자인카운슬과 협력해 범죄를 줄이는 디자인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센터는 우선 디자이너를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THINK THIEF: A Designer’s guide to designing out crime」이라는 유인물을 제작해 디자이너에게 먼저 배포하면서 범죄 예방에 대한 사회적 책무와 경각심을 일깨웠다. 보통 사람이 범죄의 유형을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시각디자이너가 개발함으로써 범죄 예방에 일조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범죄에 대항하는 디자인 연구센터’는 기업이 범죄에 대항하는 디자인 해법을 고민하는 일이 일반 소비자를 위하는,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에 범죄예방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범죄예방과 관련된 다양한 디자인 혁신 상품에 대해 라이센스 사업을 지원하거나 협업 리서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사실 범죄는 평상시 얼마나 주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내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뿐 아니라 잠재적인 범죄자를 예방할 수도 있다. 범죄에 대항하는 디자인이란 결국 범죄를 예방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에크블롬 교수의 지적처럼, 최종 사용자에게는 친화적이면서, 범죄자 같은 오용자Abuser에게는 친화적이지 않은 디자인이 바로 그러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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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에서 디자인한 도난 방지용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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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없애는 디자인은 단순한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환경 시설물 디자인까지 그 적용 범위가 다양하다. 한국 핸드백업체 에스콰이어가 출시한 소매치기 방지용 핸드백은 범죄예방 제품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이다. 소매치기범의 수법은 핸드백에 손을 살짝 넣어 지갑을 훔친다든지, 핸드백을 칼로 찢어 지갑을 훔쳐 가는 두 가지 유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핸드백의 어깨끈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소매치기범이 핸드백에 손을 넣는 접근법이 힘들어졌고, 가방 찢기가 대세가 됐다. 이럴 때 소매치기범이 선호하는 가방은 비닐이나 얇은 가죽처럼 칼로 잘 찢어지는 소재이거나 요즘 유행하는 빅백이다. 이에 에스콰이어는 도난방지센서를 개발한 한국 기술업체 CNE테크와 손잡고, 칼 같은 흉기의 압력에 반응하는 센서를 내피에 장착한 핸드백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특히 중년여성을 비롯한 고객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범죄에 대항하는 디자인 연구센터’가 개발해 보급에 나서고 있는 자전거 도난방지용 시설물이나 가방 도난방지용 의자 등도 범죄 예방 디자인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한 장치들을 디자인함으로써 범죄자의 양산을 막는 것이다.


영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테스코의 경우는 매장 내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 전직 경찰관 그레그 로렌스를 고용해 대대적인 매장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사실 대형 유통매장처럼 다양한 물건이 무방비 상태로 쌓인 곳은 평소 얌전하던 사람도 범죄를 저지를 만한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고객을 위해 마련한 편안한 분위기가 범죄인의 양심도 느슨하게 풀어 놓는다고나 할까.


테스코는 매장에서의 범죄 사례 등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진단한 뒤, 안전하게 익명성을 즐기거나 쉽게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을 꺾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디자인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에 따라 방벽처럼 느껴지는 진열대의 높이를 낮추고 통로를 넓혀 범죄자가 숨거나 도망가기 힘들도록 했고, 방범용 감시카메라가 미처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물론 이렇게 매장을 배치하면 매장 1㎡당 평균 매출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고객도 마음 편히 쇼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장점이 더 컸기에, 오히려 매장 방문 고객수가 증가했고 범죄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디자인카운슬에 따르면 영국 상점에서 강도 피해액은 매년 22억파운드한화 약 4조 5,000억 원에 달하고, 범죄 예방에 추가로 6억 파운드가사용되고 있다. 물론 이 비용은 회사의 손실이 아니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범죄를 예방하는 디자인은 시민들의 안전을 높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낭비와 간접적인 경제적 손해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또 하나의 공공디자인 실천으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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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사례와 제안, 연구결과들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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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디자인 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은 영국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예술디자인학교이다. 1896년 설립된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와 1854년 설립된 센트럴 예술디자인 학교가 통합되면서 설립되었다. 존 갈리아노, 스텔라 매카트니, 알렉산더 맥퀸, 가레스 퓨 등 많은 패션디자이너를 배출했다.


디자인카운슬
영국의 국가 디자인정책 및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한국의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전 세계 디자인 진흥기관, 연구자, 디자이너들에게 유용하고 다양한 디자인 관련 자료의 발신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테스코
테스코TESCO는 잭 코언Jack Cohen이 1924년에 설립한 영국 최대의 식품, 잡화 판매회사이다. 회사명은 잭 코언과 납품업자 T. E. 스톡웰T. E. Stockwell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식품, 생활, 건강, 미용용품 등이며 점포의 반 이상을 주유소와 함께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1년 현재 매출액 236억 5300만 파운드로 전 세계 유통업체 중 매출규모 면에서 11위를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1999년 삼성물산과 합작으로 삼성테스코를 설립하고 2004년 6월 현재 하이퍼마켓인 홈플러스 29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참조 사이트
센트럴 세인트 마틴 웹사이트 www.csm.arts.ac.uk
범죄를 없애는 디자인 웹사이트 www.designagainstcrime.org
영국 디자인카운슬 웹사이트 www.design-council.org.uk

Tag
#영국 #환경 #제품 #제품디자인 #데스코 #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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