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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주의와 세계화에 맞선 시각문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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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는 점점 더 단일화되고 있으며, 소비주의로 치닫고 있다. 자신의 개성보다 고객의 주문에 더 충실해야 하는 디자이너는 이러한 경향에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고, 오히려 더 부채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애드버스터즈’는 이런 부정적인 모습을 반성하며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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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의 많은 민족과 국가에서 고유한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또한 모든 나라의 문화예술 작품이 비슷해지는 현상 역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디자이너가 흔히 쓰는 말이 있다. “빠다 냄새 나게 해봐.”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서구식 광고나 제품처럼 디자인해보라는 뜻이다. 자신의 개성보다는 고객의 주문에 더 귀 기울여야 하는 디자이너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고객으로부터 흔히 이런 주문을 받는다. 그런 주문에 따르는 한 아무리 치열하게 노력해도 특별한 디자인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선진국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그것을 모방하면서, 세계는 점점 더 단일 문화권으로 치닫고 있다.


단일화되고 있는 세계 문화는 상업주의가 역사상 최고조에 이른 미국을 중심으로 한 문화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상품을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고 소비를 자극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자신의 생계를 위한 무기로 삼고 있는 집단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세계가 소비주의로 만연하고 다양한 문화가 사라지는 데 일조하는 하위 집단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부정적인 가치를 부각하고 그것을 반성하며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애드버스터즈이다.


애드버스터즈미디어재단은 우리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사회·물리적 환경에 맞서 다양한 시각문화운동과 캠페인을 펼치며 대항하고 있는 단체이다. 캐나다 밴쿠버에 적을 둔 이 단체는 잡지 <애드버스터즈>와 대안적인 광고 스튜디오인 ‘파워시프트’,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의 기원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4년 영국에서 22명의 시각 디자이너가 상업적 이미지의 범람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는 데 결의하고,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First Things First, 줄임말 FTF’라는 디자인 선언을 했다. 그 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정신은 차츰 퇴색되어 갔으나, 1998년에 캐나다 애드버스터즈미디어재단에 의해 다시 부활하게 되었고, 의식 있는 디자인 인사들의 지지 속에 FTF 캠페인은 지속되고 있다.

 

지배문화에 대항하는 이 단체의 활동은 잡지 <애드버스터즈>에 집약되어 있다. 애드버스터즈의 시각문화운동은 진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 방식은 결코 무겁지 않다. 상업광고에 대한 의미심장한 시각적 패러디는 명쾌하고 재치있다. 때로는 위트와 신랄한 풍자로 큰 웃음과 함께 깨달음을 준다. 카멜 담배의 유명 캐릭터인 ‘조 카멜Joe Camel’을 패러디한 금연 광고를 보자. 카멜은 담배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동물 캐릭터로 광고 캠페인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캐릭터의 친근함 때문에 청소년 흡연자를 다량으로 양산해냈고, 미국 소비자 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애드버스터즈는 이 광고 패러디에서 젊은 시절 잘 나가던 ‘조 케모Joe Chemo’(조 카멜을 패러디한 캐릭터로, Chemo는 화학물질을 뜻한다)가 담배로 인해 몸이 쇠약해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카피가 써 있다. “흡연은 가능성을 낭비하고 치명적인 후회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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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 담배 광고 패러디. 조 케모Joe Chemo는 카멜 담배의 매출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캐릭터 조 카멜Joe Camel의
패러디 캐릭터다. 미국에서는 조 카멜과 같은 만화 캐릭터 광고가 청소년들의 흡연을 유발한다고 해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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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광고 패러디. “만약 당신이 2살박이 아이를 ‘사로 잡아서’ 그들이 8살이 될 때까지 고객으로 붙잡아 둘 수 있다면,
그 애들은 당신이 파는 제품의 평생 고객이 될 것이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코카콜라, IBM 등과 함께 가장 가치가 높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디자이너가 생산하는 이미지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이미지는 대량으로 생산되어 신문과 잡지, 옥외 광고판 같은 대중 미디어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자이너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끊임없이 노력하며, 이미지를 통해 특정 브랜드를 사랑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유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가 어떻게 이미지를 다루느냐는 인류의 정신적 삶과 연계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소비의 노예가 되도록 만들 수도 있으며, 건강한 정신으로 소비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애드버스터즈의 시각문화운동은 소비자에게 무분별한 소비와 다국적 기업의 횡포, 각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의 상실을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에게도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추궁하며 경고하고 있다. 당장 소비를 이끌어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에도 눈을 돌리라고 말이다. 애드버스터즈 미디어 재단은 잡지와 온라인으로 상업주의에 맞서 저항하는 이미지를 퍼뜨리는 활동과 함께 ‘TV 끄기 주간’,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는 날’, ‘창조적 저항 콘테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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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버스터즈>의 표지들. 당대 이슈들에 대한 진보적 디자인계의 관심과 동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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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클라인 광고 패러디. 캘빈 클라인의 향수 광고 카피를 그대로 사용했으나 여기서는 남근의 크기에 대해
강박관념Obsession을 갖고 있는 현대 남성과 또한 그러한 이미지만을 과대 반영하는 화장품 광고를 패러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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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버스터즈
애드버스터즈Adbusters는 1989년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설립된 문화운동 네트워크인 애드버스터즈미디어재단이 발행하는 잡지의 이름이자 이들이 펼치고 있는 운동을 일컫는다. 이 재단의 창립자인 칼레 라슨Kalle Lasn을 비롯한 애드버스터즈 구성원들은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적 행동주의 운동의 발전을 도모하는 예술가들과 행동주의자들, 작가들, 학생들, 교육자들, 사업가 등의 광범위한 세계적 네트워크”를 표방하며 활동하고 있다.


FTF 캠페인
2000년에 티보 칼맨Tibor Kalman과 조나단 반브룩Jonathan Barnbrook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33명의 디자이너들은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 2000 First Things First 2000>라는 선언문을 작성하고 이에 서명을 한 후 현재까지 FTF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이 활동은 1964년에 켄 갈런드Ken Garland라는 영국의 한 디자이너가 자신의 동료 21명과 함께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First Things First>라는 선언을 한 데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이들은 소비주의가 만연한 세계 상업문화 속에서 지속적이며 민주적인 소통 방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행동과 실천의 우선순위를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조 사이트
애드버스터즈 웹사이트 www.adbusters.org


참고 자료
『애드버스터-상업주의에 갇힌 문화를 전복하라』(칼레 라슨 외, 길예경·이웅건 옮김, 현실문화연구, 2004)
『NO LOGO :브랜드 파워의 진실』(나오미 클라인, 김효명·정현경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002)
『혁명을 팝니다』(조지프 히스, 윤미경 옮김, 마티,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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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언에 서명한 우리들은, 우리의 재능을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이며 바람직하게 쓸 곳이란 광고 기술이나 관련 분야라고 유도해온 세상에서 자란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시각 커뮤니케이터들이다. 많은 디자인 선생들과 스승들은 이러한 방향을 지지하고, 시장도 이에 화답하며, 대량의 책과 출판물들도 이 상황을 부추긴다.


이렇게 길들여진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재능과 상상력을 개먹이 과자, 비싼 커피, 다이아몬드, 합성세제, 헤어젤, 담배, 신용카드, 운동화, 살 빼는 운동기구, 라이트 맥주, 레저용 자동차를 파는 데 사용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일로 돈을 벌었지만 이런 모습이 그래픽 디자이너의 정체성이 되는 것을 방치했다. 이것은 세상이 디자인을 이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디자이너의 시간과 에너지는 미미한 것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느라 모두 사라져 버렸다.


우리들은 디자인의 이러한 정체성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 마케팅, 브랜드 개발에 주력하는 디자이너들은 상업적 메시지로 가득 찬 정신환경, 곧 사람들이 말하고 생각하며 느끼고 반응하며 그리고 교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이런 환경을 승인하며 지지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반생산적이고 엄청나게 유해한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디자인의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문화의 전례 없는 위기는 우리의 관심을 요구한다. 많은 문화적 개입, 사회적 마케팅 캠페인, 책, 잡지, 전시, 교육자료,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 자선운동과 그 밖의 정보디자인 프로젝트 역시 우리의 전문성과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우리는 더욱 유용하고 지속적이며, 민주적인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우선순위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 제품 마케팅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하고 생산해내는 쪽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토론의 영역은 좁아지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확장되어야만 한다. 소비주의는 명백히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견해의 도전을 받아야만 하며, 그 도전의 일부는 시각언어와 디자인적 재능에 의해 표현될 수 있다.


1964년, 22명의 시각 커뮤니케이터들이 그들의 재능을 좀더 가치있게 사용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서에 서명했다. 세계 상업문화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그들의 메시지는 더욱 더 절실해졌다. 오늘 우리는,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용기를 낼 것을 기대하며 그들의 선언문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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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상업중의 #시각문화운동 #세계화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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