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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간단한 수건 한 장을 만들더라도 명품이라는 느낌보다 ‘이 정도면 디자인적으로 적당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수준의 가격과 품질을 추구하는 ‘무지MUJI’는 불필요한 생산과정과 디자인의 거품을 쏙 빼내고 합리적인 디자인과 가격을 추구해 생활 혁명을 주도했다.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서양에서 일본의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이미지로 널리 각인돼 있다. 젠 스타일Zen Style로 대변되는 일본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대한 서구의 관심은 이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일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일등공신은 바로 ‘무지MUJI’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일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無印良品·일본어 발음은 ‘무지루시료힌’이다. 무지는 합리적인 가격과 담백한 디자인으로 일본 내 250여 개의 매장을 비롯해, 런던, 파리, 밀라노,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패션·디자인 도시에 진출해 있다.


무지는 오늘날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해 일본 디자인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출발은 미약했다. 1980년 무지는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자체 브랜드인 PB로 출발했다. 당시 이름 그대로 ‘상표가 없는 좋은 제품’을 표방하며 생산과정 간소화와 간결한 포장 등으로 가격 거품을 걷어내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몇 년의 인기몰이를 바탕으로 1983년 아오야마에 단독 브랜드로 제1호 매장을 열면서 ‘무지 제국’의 첫 걸음을 뗐다.


무지의 콘셉트를 만든 주인공은 츠츠미 세이지 세이유 회장과 아트디렉터 타나카  잇코였다. 이들은 기존 제품에 끼어 있던 가격과 디자인의 거품을 모두 제거한 제품을 만들자는 데 뜻을 같이 했고, 이 철학과 딱 떨어지는 ‘무인양품무지’이라는 브랜드명을 카피라이터인 히구라시 신조가 개발하면서 완벽한 틀이 만들어졌다.


‘무지’ 하면 싸다는 이미지부터 떠오르지만, 싼 가격만이 무지의 성공 원동력은 아니다. 단순히 싼 것으로 말하자면 무지 제품보다 훨씬 싼 싸구려가 널려 있다. 그에 대한 해답은 무지가 1980년부터 20여 년 동안 내건 ‘이유가 있어 싸다’라는 모토에 녹아 있다. 무지는 ‘이유가 있어’라는 표현으로, 생산과정에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를 빼 저가격대를 실현했음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사고자 하는 물건은 ‘품질은 안 좋지만 그저 싼 물건’이 아니라 ‘품질은 좋으면서도 저렴한 제품’이라는 소비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튀지 않고 평범한 듯하면서도 그만의 스타일이 담긴 실용적인 디자인도 인기의 비결이었다. 대개의 유명 가구 제품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 개성이 너무 강해서 다른 가구와 조화가 힘든 경우가 많지만 무지는 개성 대신 조화를 선택한 덕에 ‘홀로 또 여럿이서’ 어울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아트디렉터로 무지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하라 켄야 교수는 무지의 테이블을 예로 들어 무지의 철학을 말한다. “우리는 ‘젊은이에게 맞는 테이블’이나 ‘나이든 커플의 침실에서 사용하는 테이블’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조정되고, 어떤 수준의 삶이든 어울리는 테이블을 만든다. 이것이 무지가 보는 디자인의 우수성이다.”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무지의 CD플레이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된 무지 디자인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새로운 개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성장했지만 무지에게도 위기가 없지 않았다. 1980년대 무지가 저렴한 가격을 표방했을 때만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2000년대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아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펴면서 더 이상 가격 우위를 점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 무지는 위기 타파를 위해, 기업 철학을 반영했던 ‘이유가 있어 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이것으로 충분하다’로 바꾸었다. 하라 켄야의 아이디어였다.


‘이유가 있어 싸다’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미묘한 개념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저가 자체를 강조한 개념이지만 후자는 합리적인 저가격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격을 절대 비교하자면 전자가 쌀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가 이렇게 전략을 바꾼 데는 자신들이 표방하는 ‘좋은 품질’을 버리고 가격 경쟁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가격대를 찾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무지다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라 교수는 ‘이성적인 합리성’이란 단어로 이를 설명한다. 간단한 수건 한 장을 보더라도 명품이라는 느낌보다 ‘이 정도면 디자인적으로 적당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수준의 가격과 품질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무지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런 글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고객에게 ‘이것이 좋다This is best.’, ‘이것을 꼭 사야 한다I must have this.’라고 유인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이성적으로 ‘이것으로 충분하다This is enough.’는 느낌을 얻는 제품을 만듭니다.” 디자인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 이같은 가치가 녹아 있기에 무지는 ‘윤리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고, 그것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것이 디자인 베끼기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무지만의 성공 비결이다.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오래도록 무지의 장수 아이템을 맡고 있는 시계 세트(왼쪽).
오른쪽 위는 무지가 공모하는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새로운 쓰레기 봉투.
아래는 역시 무지의 베스트 아이템인 로봇 노트.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음식부터 문구, 옷, 화장품, 가구, 주방용품 심지어 집에 이르기까지 무지가 다루는 제품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떤 것이든 무지의 디자인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젠 스타일
젠zen은 불교용어의 ‘선禪’이란 의미로서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통일시키는 수행법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젠 스타일은 ‘선’의 아름다움과 절제미, 간결함을 추구하며 동양의 정적인 분위기로 표현된다.


PB
PBPrivate Brand는 유통업체로서 상품의 기획, 개발, 생산 및 판매과정까지 자체 시행하는 회사 형태를 가리킨다. 일반 제조업체들이 만들어 공급하는 NBNational Brand와 비교하면 유통 단계의 마진을 줄일 수 있어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츠츠미 세이지
츠츠미 세이지1927년생는 세이부 그룹 창업자의 차남으로 1955년에 그룹 내 백화점을 맡으며 성공한 이후 세이유 슈퍼마켓, 세이부 크레디트, 웨이브, 무지, 로프트 등 100여 개 회사를 산하로 둔 일본 최대 유통기업 세이부 세존그룹을 구축했다. 시와 소설을 쓰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트디렉터
아트디렉터Art Director는 과정보다는 결과물, 생산물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디자인 실무에서 집행력을 부여받아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등의 제작진을 지휘하여 광고, 출판물, 카탈로그, 필름, 캘린더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총괄 실무책임자를 말한다. 따라서 아트디렉터에게는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은 물론 기획, 생산, 경영기술, 미적 감각, 문화 일반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과 이해력이 요구된다.


타나카 잇코
타나카 잇코1930-2002는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타나카 잇코 디자인실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1975년 세이부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이후 무지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일본의 전통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라 켄야
하라 켄야1958년생는 일본의 대표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2000년대 초반부터 무지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해왔고, 현재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교수이다. 나가노 올림픽 개폐막식 프로그램, 마츠야 긴자 백화점 리뉴얼 디자인, 우메다 병원 사인 프로젝트 등에서 촉각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의 저서 『디자인의 디자인』은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어, 중국어, 타이완어로 번역된 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참조 사이트
무지 웹사이트 www.muji.com


참고 자료
『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민병걸 옮김, 안그라픽스, 2007)

 

이미지- 친환경과 간결함의 디자인 - MUJI  무지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전시회 포스터.

Tag
#무지 #브랜드 #일본 #제품 #젠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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