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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디자인과 영리한 마케팅 - 애플과 아이리버

이미지 - 우수한 디자인과 영리한 마케팅 - 애플과 아이리버

  

  

이제 제품 하나하나에서 탁월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애플은 단순히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을 내놓는 데에서 더 나아가 장기적인 네트워크 전략을 추구한다. 디자인 중심 기업에서 디자인 아이덴티티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애플 아이팟과 아이리버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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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한국 코스닥 시장은 화려한 신인의 등장에 주목했다. 지금 아이리버로 이름을 바꾼 MP3 플레이어 업체 레인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1999년 삼성전자 마케터 출신들이 멀티미디어 칩 업체인 레인콤을 창업했고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미국에 MP3 플레이어를 수출했다. 그러던 업체가 2002년 초 ‘아이리버’란 독자 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해 단숨에 플래시메모리형 부문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갓 창업한 토종 벤처기업이 필립스나 소니, 삼성전자 등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시장을 장악한 원동력은 바로 디자인에 있었다. 한국 출신 디자이너 김영세의 이노디자인에서 디자인한 톡톡 튀는 외양의 제품은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에서 소니가 워크맨으로 시장을 장악했었다면, 디지털 음악기기 MP3 플레이어 시장은 아이리버가 접수하는 듯 했다. 액면가 500원인 레인콤 주가는 그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장 직후인 2004년 초 무려 10만 6,9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레인콤이 장밋빛 미래에 부풀어 있던 그 순간 거대한 먹구름이 미국에서 몰려오고 있음을 감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바로 애플이었다.

 

애플은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시작해 아이팟이라는 하드디스크형 MP3 플레이어로 영역을 넓혀 가더니, 결국 2005년 아이팟 나노로 플래시메모리형 시장까지 장악해 버렸다. 어떻게 애플은 이렇게 순식간에 아이리버를 추월할 수 있었을까? 애플은 아이리버와 비교해 너무 큰 거인이었을까?

 

우선 둘의 차이점을 장기 디자인경영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애플은 단순히 MP3 플레이어 아이팟이라는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을 내놓는 데에서 더 나아가 장기적인 네트워크 전략을 추구하고 있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이미 2001년 아이팟이 윈도우 기기와 호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이어, 2002년 7월 처음으로 PC와 호환되는 아이팟을 출시했다. 2003년 4월 애플은 더 얇고 작으면서도 메모리 용량이 큰 3세대 아이팟을 출시했고 맥킨토시 사용자를 위해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아이튠스Itunes 뮤직스토어를 열었다. 애플은 이미 단순 기기 판매에서 벗어나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찌감치 음원 제공업체와 협업하며 콘텐츠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바닥 다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 - 우수한 디자인과 영리한 마케팅 - 애플과 아이리버

 

또한 아이팟은 뚜렷한 자기 색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진화해갔다.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자, 단순하지만 일관된 제품 디자인은 생산 과정에서 원가 절감으로 이어졌다. 모토롤라 레이저 핸드폰이 실버에서 핫핑크, 라임으로 색깔을 바꿔 가며 연타석 홈런을 쳤듯, 아이팟에서도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제품의 수명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역할을 했다. 2005년 9월에는 드디어 아이팟 나노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평정했다. 단순하고 쿨한 애플의 디자인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교체하고픈 욕망을 자극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길고 긴 줄이 만들어졌다. 2003년 주당 16달러였던 애플 주식은 2004년 6월까지 두 배 이상 올랐고, 11월까지 또다시 곱절로 뛰더니 2009년 8월에는 160달러를 돌파했다. 디자인 혁신의 대표주자 애플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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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첨단기술기업의 이름을 사과Apple로 정하고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로고로 택했을 만큼 애초부터 감성적인 접근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뒤에는 디자인전략을 총괄 지휘하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잡스는 애플 단독으로 소니, 브라운, 포르쉐처럼 탁월한 디자인을 만들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1983년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연을 맺었던 독일 출신 하르트무트 에슬링어의 디자인 전문회사 프로그디자인에서 독점적 디자인 서비스를 공급받았다. 프로그디자인은 작은 고객인 애플을 상대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가격인 월 10만 달러의 경비를 청구했고, 추가 시간과 경비가 발생할 때마다 따로 청구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면서 애플은 초기부터 독특한 활자체와 크기, 색상을 애플 고유의 디자인 문화로 흡수할 수 있었다. 에슬링어는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자 넥스트컴퓨터 디자인을 맡으면서 잡스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 갔다.

 

1992년 애플에 합류한 디자인 총괄 조나단 아이브는 잡스가 없는 애플에서는 통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가, 1997년 여름 잡스가 복귀하자마자 데스크톱 컴퓨터 아이맥을 출시했다. 텔레비전 모니터 같기도 하고 자전거 헬멧 같기도 한, 발포 플라스틱으로 만든 푸른빛의 반투명한 아이맥은 출시 초기에는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달랐다. 아이맥은 고객들의 주문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첨단기술기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불필요한 장비를 모두 없애고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으로 되돌아가자는 움직임이 거둔 승리였다. 우수한 디자인과 영리한 마케팅이 결국 통하고 만 것이다. 이어 애플은 다른 기업이 모방하려고 해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제품들을 연달아 생산해냈다. 2003년 디자인뮤지엄에서 진행된 한 강의에서 조나단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면서 초창기에 그가 확립했던 핵심적 가치관을 재확립하고 다른 기업과 명확히 다른 방향을 추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애플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사이, 아이리버는 한때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로 넘어간 뒤 안정을 되찾고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2008년 삼성전자와 나이키, LG전자에서 경력을 쌓은 유영규 이사를 디자인 총괄로 영입해 자체 디자인팀을 강화하고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세워 나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 결과물이 미키마우스 모습을 연상시키는 직관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MP3 플레이어, 커다란 숫자 그래픽으로 메모리 용량을 보여주는 슬라이드형 USB메모리 등이다. 이 제품들은 미국 산업디자인 협회가 주관하는 국제디자인공모전 ‘IDEA2009’ 등에서 수상하며 인정을 받았다. KT와 제휴해 출시한 인터넷 전화기 ‘스타일’을 시작으로 네트워크 디바이스 사업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아이리버 역시 개별 제품 하나하나에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 하에 디자인 아이덴티티 전략을 구사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기업의 성패 여부를 떠나 단기적인 디자인 전술로 성공을 거두었던 기업이 장기적인 디자인 전략으로 체질을 바꾸며 벌이는 도전기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죽느냐 사느냐, 언제나 그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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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마우스를 형상화환 직관적이고 감성적 해석이 돋보이는 아이리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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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은 아이리버 USB 메모리 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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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아이리버Iriver 사는 1999년 1월 주식회사 레인콤으로 창립된 후 2000년 세계 최초로 멀티 코덱 CD 플레이어를 개발했다.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홍콩,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하였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레드닷, iF 등에서도 인정받았다. Wi-Fi를 탑재한 전자사전 ‘딕플’, 인터넷전화VoIP, 네트워크 PMP 등을 출시하며 MP3 플레이어 외에도 새로운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09년에 제품 브랜드명이었던 ‘아이리버’로 회사 명칭을 변경했다.


제조자개발생산ODM
제조업자개발생산 또는 제조업자설계생산이라고도 불리우는 제조자개발생산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은 제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유통업체는 자사에 맞는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유통에 핵심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인 오이엠OEM과 구별된다.


프로그디자인
프로그디자인Frogdesign은 1969년 독일의 슈바비시 그문트에 에슬링어 디자인으로 시작한 후, 애플의 컴퓨터 디자인 개발을 위탁받으면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회사를 이전하고 그래픽 디자인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한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기업이다. 기반 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부문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며 인터랙션, 디지털 제품, 감성 경험 등에 대한 탁월한 솔루션 제공을 통한 디자인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디자인을 통한 디자인 컨설팅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조나단 아이브
조나단 아이브Jonathan Paul Ive, 1967년생는 런던에서 태어나 뉴캐슬 폴리테크닉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한 후 영국 탠저린Tangerine을 공동 창업한 후 욕조와 세면대 등 제품 디자인을 했다. 현재 애플의 디자인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소비자 사용패턴과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21세기의 대표적인 제품 디자이너로 꼽힌다.

 

디자인뮤지엄
테렌스 콘란Terence Conran의 발의로 1989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디자인박물관은 디자인의 위상을 정립하고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수준 높은 전시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디자인 대중화 사업에 성공하였다. 2003년부터 영국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올 해의 디자이너’ 상을 신설했다.


참조 사이트
아이리버 웹사이트 www.iriver.co.kr
프로그디자인 웹사이트 www.frogdesign.com
디자인뮤지엄 www.designmuseum.org


참고 자료
『ICON 스티브 잡스』(윌리엄 사이먼, 임재서 옮김, 민음사, 2005)

Tag
#애플 #제품 #아이리버 #프로그디자인 #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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