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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존중, 브랜드 아이덴티티 - 앱솔루트 보드카

이미지 - 앱솔루트 보드카

 

 

기업이 로고부터 광고, 제품, 매장, 인쇄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하나의 이미지로 수십 년 동안 대중과 의사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축적된 일관된 이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기업의 자산이 된다. ‘앱솔루트 보드카’처럼 그것을 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이미지 - 앱솔루트 보드카

 

아이덴티티는 디자인경영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인들은 여전히 디자인이 그저 히트 상품을 만드는 데 잠깐 필요한 일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일은 디자인 역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히트 상품은 디자인의 힘을 빌지 않고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디자인경영이 추구하는 것은 히트 상품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일관된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브랜드 이미지’일 수도 있고 기업의 시각문화일 수도 있다. 기업 아이덴티티는 당장 눈에 보이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덴티티는 그것보다 훨씬 크고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강력한 아이덴티티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브랜드에 대한 열광적인 충성까지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아이덴티티의 힘이다.


코카콜라, 나이키, BMW, IBM, 레고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누구나 떠올리는 시각 아이덴티티가 있다. 코카콜라는 허리가 잘록한 병, 나이키는 스워시 마크, BMW는 두 부분으로 갈라진 라디에이터 그릴, IBM은 푸른색 줄무늬, 레고는 형형색색의 요철들…. 어떤 것은 생겨난 지 100년이 가깝도록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수십 년 된 아이덴티티도 쉽게 폐기해 버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덴티티를 버리는 것은 그동안 쌓인 자산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시각 아이덴티티란 쉽게 변경해서는 안 되는 기업의 자산이다.


불과 30년도 안 된 세월 동안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거듭난 브랜드가 있다. 더구나 이 브랜드가 판매하는 상품은 2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렴한 술인데도 말이다. 바로 앱솔루트 보드카다. 이 북유럽의 서민 술이 최고의 브랜드가 된 데에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광고 콘셉트의 일관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 광고는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절대로 변하지 않은 원칙이 있다. 반드시 앱솔루트 보드카 병이 나와야 하며, 카피는 ‘Absolut’라는 단어로 시작돼 그 뒤에 다른 단어와 결합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속의 이미지는 매번 달라진다. 그리고 반드시 인쇄 광고로만 집행된다. TV라는 강력한 영상 미디어에는 한 번도 집행한 적이 없는데도 이처럼 큰 명성을 얻은 것 역시 바로 일관성 때문이다.

 

이미지 - 앱솔루트 보드카
아이돌 스타의 차에 매달려 가는 팬들로 앱솔루트를 표현한 ‘앱솔루트 아이돌’ 광고와 ‘수영장’으로 L.A.의 도시 이미지와 앱솔루트를 연결한 ‘앱솔루트 L.A.’ 광고.

 

이미지 - 앱솔루트 보드카
도시의 특징을 섬세하게 잘 포착해내는 것으로 유명한 앱솔루트 도시 광고. 각각 나폴리와 서울이다.

 

스웨덴에서 개발된 앱솔루트 보드카가 1981년 미국에 진출했을 때는 겨우 2만 상자 밖에 팔리지 않은 그저 그런 싸구려 독주였다. 그러나 이들의 광고만은 비범했다. <뉴욕타임즈> 부고난에 첫 광고가 실렸는데 앱솔루트의 병과 그 위로 천사들 머리 위에 떠 있는 원광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카피는 아주 단순하게 ‘앱솔루트 퍼펙션Asolut Perfection’이었다. 엄숙하고 무거운 부고난에 위트를 날린 것이다. 이후 병 모양은 그대로 두고 단어를 바꿔가면서 그에 맞는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유명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광고가 얼마나 위트가 있고 상상력이 넘쳤는지 잡지의 독자들이 잡지는 버려도 광고만은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사람이 생기고, 자기가 보지 못한 광고가 실린 잡지를 서로 교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는 도서관에 가서 몰래 잡지에 실린 광고를 찢는 사람까지 생겨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1996년에 이 술의 판매량은 3백만 상자를 넘어서게 된다. 물론 그동안 광고 콘셉트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지 - 앱솔루트 보드카


물론 변하는 것도 있다. 병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소재 거리다. 도시 시리즈에서는 각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앱솔루트 병을 만들어낸다. ‘앱솔루트 L.A.’에서는 비버리힐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영장이 병 모양이 되고, ‘앱솔루트 서울’에서는 방패연 속의 구멍이 병 모양이 되는 식이다. 그런 방식으로 도시 시리즈, 아트 시리즈, 프로덕트 시리즈, 오브제 시리즈 등 11가지의 카테고리가 있다. 각 카테고리 별로 소재는 무궁무진해지는 것이니 광고 콘셉트가 30년 가까이 변하지 않았어도 지겨울 겨를이 없다. 오히려 소비자로 하여금 이번에는 어떻게 변주를 했을까 하고 기대감마저 들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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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정체성 또는 동일성이라는 말로 번역되는 아이덴티티Identity는 디자인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어떤 성질 또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특성 등을 말한다.


브랜드 이미지
기업이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하는 브랜드의 특성이나 성질이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라면,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는 사용자 또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일상생활 환경 속에서 지각하게 되는 브랜드의 특성이나 성질을 말한다. 고객들의 브랜드 선호도는 기업들이 내세우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그 자체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에 의해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기업 아이덴티티
기업 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y, 약칭 CI는 기업의 이미지 통합 작업을 일컫는 것으로 20세기 초반에 독일의 AEG, 영국의 철도회사 등 유럽의 몇몇 회사들에서 처음 시도가 되었고, 1950년대 미국의 대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전 세계에 퍼져나가게 되었다. CI 디자이너들은 기업의 심볼이나 로고 등을 개발하고 이를 서식, 사인, 차량, 유니폼 등의 응용항목에 적용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브랜드 개념이 확장되고 확산되면서 CI보다는 BIBrand Identity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이는 추세이다.


참조 사이트
앱솔루트 보드카 웹사이트 www.absolut.com
광고계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한 TBWA의 담당자에게 한 사람이 물었다고 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광고를 바꾸지 않다니. 도대체 당신이 한 일이 무엇이요?” 그 담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변하지 않게 한 바로 그 일이요.” 기업은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영속하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Tag
#브랜드 #제품 #앱솔루트 보드카 #아이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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