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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과학을 더하다 -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자, 에어론 체어

이미지-에어론 체어

 

 

현존하는 의자 가운데 가장 완벽한 사무용 의자로 평가받는 에어론 체어. 아이콘 의자로서 하나에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지만 한 번 써본 사람은 가격이 아깝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디자인이 과학과 만나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자로 태어났다.

 

이미지-에어론 체어

 

의자만큼 우리 일상생활과 밀착된 제품도 없다. 옷은 갈아입기라도 하지만, 학교에 가든 회사에 출근하든 간에 거의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인간에게 의자는 쉽게 바꾸지도 못하면서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도구이다. 어떤 의자에 어떤 자세로 앉느냐에 따라 사람의 건강이 좌우되기 때문에 중요한 건강 아이템이기도 하다.

 

인류가 문명을 일으킨 고대 시대부터 다양한 의자가 개발되고 디자인됐을 것이다. 현존하는 의자 가운데 가장 완벽한 사무용 의자로 평가받는 제품이 바로 미국 가구회사 허먼 밀러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이다.


아이콘 의자로서 하나에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지만 한 번 써본 사람은 가격이 아깝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앞뒤로 몸을 젖힐 때마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받쳐주는 데다가, 체중을 적절히 분산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 모 인터넷벤처 창업자가 사비를 털어 직원들 의자를 에어론 체어로 바꿔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덩달아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지금은 사무실 의자 대부분이 에어론 체어의 모방품이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1994년 이 의자가 개발됐을 당시만 해도 그 독특한 외형을 보고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에어론 체어는 세계적 디자이너 돈 채드윅Don Chadwick과 빌 스텀프Bill Stumpf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된 역작이다. 두 사람은 이미 이쿠어체어Equa chair를 함께 개발한 바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기존 의자에서 찾을 수 있는 기능이나 형태, 소재에 대한 여러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디어를 도출해내기 시작해 에어론 체어를 완성했다.


돈 채드윅이 “인체에는 직선이 없기 때문에 에어론 체어에는 직선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의자는 인체의 곡선을 닮은Biomorphic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앉아 있더라도 몸이 불편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받쳐준다.

 

에어론 체어가 더 특별한 것은 공기가 잘 통하는, 혁신적인 그물망 소재 메쉬Pellicle Mesh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강한 탄력으로 단단하게 받쳐주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원천일 뿐만 아니라 더운 여름에는 패브릭이나 패딩과는 다른 상쾌함도 전해준다.

 

맞춤형 의자를 지향했던 만큼 허리받침 높낮이 조절은 물론, 젖힘 강도, 시트와 팔걸이 높낮이, 각도 조절까지 의자를 마치 내 옷처럼 딱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자 크기도 A몸집이 작은 사람, B중간인 사람, C큰 사람 3가지 종류로 나뉜다.

 

그러나 에어론 체어를 이처럼 자신 있게 선보이기까지는 다양한 전문가와 포커스그룹의 인간공학적 실험과 연구가 선행됐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은퇴자 중심으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은 오래 앉아도 편안해야 함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허먼 밀러 팀은 다양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자들과 비교하며 테스트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인체공학자ergonomist와 정형외과 전문의, 물리치료사 등 전문가가 의자의 형태와 움직임, 적용 상태를 철저하게 평가했다. 디자인팀은 인간의 팔뚝이나 오금 등 인체 각 부위의 길이와 비율 등을 일일이 측정했다. 연구진은 인체 온도와 압력 분포도를 조사해 일종의 지도를 작성하고 실험을 계속했다. 미국 인구 분포에 맞게 남녀 224명을 대상으로 측정한 사례연구Field Studies 결과, 키와 몸무게 등이 의자 치수와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최종적으로 3가지 치수로 제품이 나오게 됐다.

 

이미지-에어론 체어


유기적 형태의 가구 디자인은 미국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찰스 임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에어론 체어에 와서야 제대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사이즈와 몸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은 미국 디자이너 헨리 드레퓌스가 『인간의 척도』라는 책을 펴내면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에어론 체어는 의자를 사용하는 사람과 주변 환경에 그대로 동화되도록 만들고 있다. 잘 만들어진 신발을 신고 있으면 마치 아무것도 신지 않은 듯 느껴지면서 내 몸의 일부가 되듯이 말이다.

 

더욱 훌륭한 것은 환경까지 생각한 디자인을 일찌감치 구현했다는 점이다. 몸에 편리하도록 짜여진 다양한 의자 부품의 3분의 2가량은 재활용된 알루미늄 등으로 만들어졌다. 또 현재 의자를 구성하는 부품의 약 94%가 재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999년 미국 리버티뮤추얼보험은 20세기 후반 컴퓨터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작업관련 근골격계질환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인간공학적 훈련을 통해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제어할 수 있었던 작업자는 요통이 3분의 1이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제 에어론 체어 같은 인간공학적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미지-에어론 체어
의자 제작시 인간공학적 고려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제품 디자인 스케치.

 

 

이미지-에어론 체어

 

허먼 밀러
허먼 밀러Herman Miller 사는 1905년에 설립된 전통 가구 회사인 미시간 스타 가구를 전신으로, 1930년대부터 저가 가구에서 탈피하여 모던한 디자인 가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유명 가구 디자이너인 찰스 & 레이 임스, 조지 넬슨, 이로 사리넨 등과 오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현재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주자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모던한 가구 업체로 성장하였다. 허먼 밀러 사의 가구는 디자인뿐 아니라 환경을 고려하여 재활용 가능한 소재의 사용으로 95%의 높은 재활용률을 이루어냈고, 많은 부분이 교체가 가능하여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 되었다.


포커스그룹
표적시장으로 예상되는 한 그룹의 사람들 또는 그 그룹과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는 조사 기법이다. 표적집단, 표적집단면접법이라고도 하며 마케팅에서 어느 한 제품이 출시되기 전 그 제품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 위하여 많이 사용된다.


사례연구
개인이나 집단 또는 기관 등을 하나의 단위로 택하여 그 특수성을 정밀하게 연구·조사하는 연구방법을 말한다.


찰스 임스
찰스 임스Charles Eames, 1907~1978는 미국의 가구 디자이너로 1941년에 뉴욕 현대미술관이 주최한 ‘오거닉 디자인 설계공모전’에 사리넨과 함께 성형합판 의자를 출품하여 복잡한 곡면을 가진 새로운 디자인으로 대상을 받은 후 주로 의자 디자인을 했다. 1946년에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가구 신작전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유리섬유 의자의 개발 등 항상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임스 체어’의 이름을 높였다.


참조 사이트
허먼 밀러 웹사이트 www.hermanmiller.com


참고 자료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디자인-클립에서 구글까지』(테렌스 콘란·스티븐 베일리, 허보윤·최윤호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9)

Tag
#허먼 밀러 #의자 #가구 #에어론 체어 #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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