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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소통한다 - 픽토그램과 공공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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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토그램은 어떤 언어와 문자를 쓰는 나라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된다는 점에서 언어를 뛰어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사소통 능력은 너무 익숙해서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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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한국이 제시한 그래픽 심벌이 국제 표준에 채택되는 쾌거가 있었다. ‘귀마개를 착용하시오’, ‘보안경을 쓰시오’, ‘비상대피소’, ‘비상시 유리창을 깨고 여시오’, ‘의사’ ‘맹견주의’ 등 여섯 가지 공공 그래픽 심벌 안이었다. 이러한 공공 그래픽 심벌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그래픽 심벌 기술위원회가 결정한다. ISO가 결정한 심벌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쓰이게 된다. 이러한 그래픽 심벌은 어떤 언어와 문자를 쓰는 나라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된다는 점에서 언어를 뛰어넘는 언어이다. 게다가 이 심벌은 문자를 모르는 사람조차 쉽게 이해하는 신통력을 지녔다.

 

ISO가 표준으로 인정한 그래픽 심벌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바로 사람 모양을 한 심벌로, 흔히 픽토그램이라고 한다. 예시된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얼굴과 몸통, 팔과 다리가 아주 도식화되어 있다. 우리에게, 아니 전 세계인에게 가장 친숙한 픽토그램은 바로 화장실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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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박진숙 교수팀이 디자인한 6개의 심벌이 국제 표준으로 공인되었다.
귀마개를 착용하시오, 보안경을 쓰시오, 비상대피소, 의사, 비상시 유리창을 깨고 여시오를 각각 나타내는 공공 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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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주의의 4개 안 중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할까?
오른쪽 끝에 있는 것이 박진숙 교수팀이 제안한 안으로 이것이 최종 선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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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로 표현된 얼굴, 디테일 없이 단순한 면으로만 표현된 몸과 팔, 다리는 아주 멀리에서도 금방 식별된다. 지하철에서 용변이 급할 때 이 표지를 보면 누구나 행복해지고, 거기에 있는 화장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하지만 그 그래픽 디자인까지 고마워하지는 않는 듯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지만, 우리는 이러한 수많은 픽토그램의 안내를 받으며 때로는 위험에서 벗어나며, 때로는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가며, 때로는 특정 장소에서 행동 요령을 지시 받는다. 만약 우리 삶에서 픽토그램이 없다고 상상해보자. 공공장소에서 오줌보가 터질 듯한데 화장실을 찾을 수 없고, 불이 난 빌딩에서 비상구를 찾지 못한다고 가정해보라. 끔찍한 일이다. 물론 ‘해우소’, ‘비상구’라는 문자를 크게 써 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픽토그램만큼 단순 명쾌하지 못하다. 거리가 멀어지면 식별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주의를 환기하는 힘에서도 문자는 픽토그램을 당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 문자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픽토그램은 미학적으로도 우수하다.

 

픽토그램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했다. 독일의 그래픽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는 올림픽의 각 종목을 간략한 기호로 표현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당시 만들어진 픽토그램을 보면 굉장히 생략되고 압축된 사람이지만 누구나 그 모습이 어떤 스포츠를 표현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오틀 아이허는 각 종목 선수의 행동양식 가운데 그 스포츠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배타적인 행동의 정수를 뽑아냈다. 예를 들어, 축구는 공을 발로 차는 모습이 아니라 드리블하는 모습이 선택되었다. 공을 차는 모습보다 드리블하는 모습이 축구의 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행동이라고 본 것이다. 동시에 에너지가 넘치는 활기찬 순간을 포착했다. 그렇게 표현된 사람은 역동적이지만, 그렇다고 균형감을 잃거나 복잡해져서는 안 된다. 단순성을 위해 동그란 얼굴을 제외한 모든 면은 수직과 수평, 45도 각도로만 표현되었다. 여기에 도복이나 활, 공, 골대와 같은 소품을 등장시켜 종목의 아이덴티티를 강화시켰다. 이 모든 조건들을 만족시켜 디자인된 픽토그램은 그 자체가 명쾌한 언어이자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회화 양식이었다.

 

픽토그램은 뮌헨 올림픽에서 공공 표지물로서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픽토그램은 엠블럼이나 마스코트처럼 모든 올림픽의 공식 디자인 아이템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픽토그램이 개최국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도구의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아테네 올림픽의 픽토그램은 고대 그리스 유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그림 형식을 따랐고, 베이징 올림픽 픽토그램은 한자 문화권임을 강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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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는 처음으로 픽토그램이 소개된 뮌헨 올림픽 종목 안내 기호들.
아래는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그리스 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의 픽토그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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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보들을 한 눈에 전달하도록 디자인된 다양한 픽토그램과 공공 사인들.

 

 단지 올림픽에서 종목을 표현하는 데 그치기에는 픽토그램의 기능이 대단히 우수했다. 가독성이라든지 주의환기력, 명시성, 변별력이 뛰어나서 이내 다른 공공 표지물로도 확대되었다. 사람을 표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지하철, 배, 택시 같은 이동수단을 안내하거나 식당이나 에스컬레이터, 장애인 전용, 쓰레기통, 소화기 같은 특정 공간이나 물건을 안내할 때, 또는 경고를 하거나 주의를 주거나 금지를 할 때 등 굉장히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픽토그램은 그 활용도를 무궁무진하게 확장해갈 것이다. 누구에게나 쉽고 평등한 언어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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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토그램은 빠르고 핵심적인 정보 전달의 기능을 충족하는 한편 해당 거리와 도시의 풍경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도시의 문화적 전통과 창의성을 반영한 픽토그램은 그 자체로 멋진 디자인이자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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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화기구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1946년 런던에서 25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출범하였다. 주로 각국의 공업규격을 통일, 조정하고 물자와 서비스의 국제적 교류에서 과학적, 지적, 경제적 활동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한 나라 당 한 개 기관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2002년 기준 139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한국은 1963년에 가입하였고 현재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픽토그램
픽토그램Pictogram은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다. 대상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빠르고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든 그림문자이자 상징문자이다. 따라서 국경과 언어를 초월하여 누구든지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불특정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성, 일반성을 지닌다. 올림픽 경기대회 종목의 픽토그램은 국제표준이 정해져 있고 한국에서는 각종 공공시설 픽토그램을 한국산업규격KS으로 제정해 사용하고 있다.


오틀 아이허
오틀 아이허Otl Aicher, 1922~1991는 독일 울름에서 태어나 뮌헨 아카데미에서 조각을 공부한 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었다. 1953년 울름조형대학 설립에 참여하였고, 1972년 뮌헨올림픽 관련 디자인 작업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종목별 픽토그램을 탄생시켰고, 올림픽 마스코트를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는 일관성과 통일성을 중요시한 기업의 아이덴티티 작업에 참여하여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CI와 뮌헨 공항의 로고를 디자인하였고, 독일 주방기구 회사인 불타우프Bultaup의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로티스Rotis 서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명시성
두 가지 이상의 색, 선, 모양을 대비시켰을 때 금방 눈에 뜨이는 성질을 명시성이라고 한다. 색의 명시성은 명시도라고도 하는데 명시도가 높은 배색이란 명도차가 큰 것을 말하며 색상차나 채도차가 클 때도 명시도가 높다. 교통표지나 각종 사인물 등에서 명시성은 중요하다.


참조 사이트
ISO 공식 웹사이트 www.iso.org/iso/home.htm
기술표준원 웹사이트 www.kats.go.kr

Tag
#그래픽 #픽토그램 #디자이너 #심볼 #국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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