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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도 디자인이다 - 햅틱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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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영역은 점점 더 시각적인 영역을 벗어나 초감각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만졌을 때의 미묘한 느낌 하나도 디자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현대 디자인계의 흐름을 파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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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터치폰의 대명사처럼 된 삼성전자 애니콜 햅틱폰이 2008년 처음 출시됐을 때 이름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촉각觸覺을 뜻하는 영어 단어 ‘햅틱Haptic’이 생소하고 발음도 어려워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삼성전자는 출시 전 네이밍 단계에서 이미 이같은 문제를 예상했다. 그러나 색다른 진동 피드백을 통해 사용자와 교감을 주고받는, 기존 제품을 한 단계 뛰어넘는 신개념폰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햅틱만한 이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체 햅틱이 어떤 개념이길래 삼성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

 

국내 소비자에게는 휴대폰 이름으로 잘 알려진 단어이지만, 햅틱은 디자인과 테크놀로지 분야에선 이미 몇 해 전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개념으로,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까지 디자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마케팅의 초점이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시대’에서 ‘소비자의 오감을 파고드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개념이다.

 

디자인의 측면에서 햅틱 이론을 집대성한 인물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이다. 2004년 ‘햅틱’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을 역임한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 일본 디자이너 쿠마 켄고, 후카사와 나오토 등 현재 세계 톱 수준의 제품 디자이너를 한데 모아 사람의 감각에 대응하는 새로운 디자인 개념을 제안했다. 담백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은 하라 교수의 디자인 철학은 아이리버 등 국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저서 『디자인의 디자인』, 『리디자인』, 『햅틱』은 디자인 전공자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발상 전환의 아이콘과도 같은 하라 켄야는 색깔과 형태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 역시 디자인의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아주 섬세한 감각의 다발이며, 이 감각을 활용해 세상을 새롭게 느끼고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가자는 이론이 햅틱 이론이라고 한다. 재스퍼 모리슨은 햅틱을 “오감으로 느끼고 저절로 침이 나오게 만드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고기를 맛있게 굽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듯이, 보이지 않는 감각을 자극한다는 뜻이다.

 

하라 켄야가 기획한 ‘햅틱’ 전시회는,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획기적인 전시로 호평받았다. 바나나 껍질의 모양과 질감을 살린 바나나 우유 팩, 두부의 촉감을 살린 두부 모양 두유 팩, 이끼가 깔려 있어 보기만 해도 폭신해 보이는 게타げた·일본 나막신 등 제품의 특성을 손으로, 입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은 관객들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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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하라 켄야는 자신의 작품에도 이런 햅틱 이론을 흥미롭게 적용시켰다. 산부인과·소아과 병원인 우메다梅田 병원의 표지물은 새하얀 면綿으로 양말이나 샤워 캡 형태로 만들어 때가 묻으면 벗겨서 빨 수 있게 만들었다. 임산부가 출산한 뒤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게 하고, 고급 레스토랑의 테이블보처럼 최고의 청결함을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다. 긴자의 미츠야 백화점을 리뉴얼할 때에는 ‘공간의 감촉’을 디자인했다. 건물 외벽과 쇼핑백에 반구半球 형태의 물방울 무늬를 통일적으로 넣어 VI 작업을 했다. 재오픈 광고 포스터는 자수를 놓고 지퍼를 달아 촉감을 마케팅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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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햅틱전’의 전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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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햅틱전’의 전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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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례는 하라 켄야 식 발상 전환의 정수를 보여준다. 알고 보면 커다란 기술이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남들과 달리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나오기 힘든 아이디어이다. 하라 켄야는 이런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새로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재의 물건이 오래된 듯 보이도록 해서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문화는 머지않아 반드시 쇠퇴하기 때문에, 익숙해져 있는 일상에서 신선한 빛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하라 켄야는 제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도 창조지만, 분명히 알고 있을 법한 것에 대해 ‘얼마나 알지 못했나’를 다시 인식하는 일, 기존의 것을 미지화未知化해서 새롭게 받아들이는 일을 창조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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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틱폰
햅틱폰은 2008년 3월에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전면 터치 스크린폰으로,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를 터치할 때마다 달라지는 20여 가지의 진동을 강조하기 위해 햅틱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MP3 플레이와 같이 가벼운 터치로 튀기기만 하면 되는 플립 기능이 있고, 음악 감상 시 볼륨 조절은 다이얼을 돌리듯이 조절할 수 있다. 햅틱폰 시리즈햅틱, 햅틱2, 햅틱온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기록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네이밍
네이밍Naming은 브랜드의 명칭을 만드는 행위를 말하며,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름 짓기’라 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 네이밍의 대상은 회사명, 점포명, 상품명, 서비스명, 캠페인명, 특정 판매기간명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네이밍은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네이밍을 전문적으로 하는 네이미스트도 생겨났다.

 

‘햅틱’ 전시회
‘햅틱’ 전시회는 촉각을 중심으로 한 ‘햅틱Haptic’에 관한 다양한 성찰을 보여준 전시로 2004년 일본에서 처음 열린 이후로 전 세계를 순회하며 진행되고 있다. 하라 켄야가 기획하고 건축가, 제품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전통 공예가와 하이테크 회사의 디자인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시·청각에 초점을 둔 디자인보다는 촉각에 중심을 두고 인간의 감각을 탐구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전시이다. 한국에서는 ‘2008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행사에서 전시되었다.

 

쿠마 켄고
쿠마 켄고1954년생는 일본의 건축가이자 도쿄대학 건축학과 교수이다. 1990년 쿠마 켄고 건축도시설계사무소Kengo Kuma & Associates를 개설하고 JR 시부야역 리노베이션, 원 오모테산도, LVMH 오사카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2002년 최초의 해외 프로젝트인 대나무 만리장성 저택Great Bamboo wall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2004년에는 『약한 건축』을 출판하여 건축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참조 사이트
하라 켄야 웹사이트 www.ndc.co.jp/hara/home_e
쿠마 켄고 웹사이트 www.kkaa.co.jp

 

참고 자료
『디자인의 디자인』(하라 켄야, 민병걸 옮김, 안그라픽스, 2007)
『약한 건축』(쿠마 켄고, 임태희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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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틱 디자인을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실제 디자인 과정에 적용한 하라 켄야.

 

Tag
#제품 #네이밍 #햅틱 #햅틱폰 #쿠마 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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