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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커뮤니케이션 - 타이포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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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인쇄술인터넷을 통한 대량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생활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 삶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를 성인으로 만든 교과서와 책, 우리가 매일 소통하는 인터넷은 바로 이 타이포그래피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한 활자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통하게 하는 모든 문자의 운영을 뜻한다.

 

우리는 말하고 듣는 일만큼이나 읽고 쓰는 의사소통에 익숙하다. 우리는 교과서와 각종 참고서를 보고 교육을 받아 성인이 되며, 그 뒤로도 평생 동안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인식을 넓힌다. 어디 그뿐인가. 직장에서 일할 때에는 물론 집에서도 수많은 문서를 만나고 읽고 판단한다. 타이포그래피는 이렇듯 ‘활자를 부려’ 문서를 읽기 편하고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만드는 모든 노력을 말한다. 타이포그래피가 잘 된 책과 문서는 읽기도 편하고 권위와 신뢰를 준다. 우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지만, 디자이너는 권위와 신뢰, 적절한 표정을 만들기 위해 글자의 크기, 글자 사이의 간격 등을 아주 주도면밀하게 조정하여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잘 디자인된 타이포그래피는 눈에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히지만, 그렇지 못한 타이포그래피는 짜증을 일으키고 문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디자이너는 책이나 문서를 만들 때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활자에 관해 다음 같은 점을 고려한다. 제목, 본문, 부제와 캡션의 글꼴과 크기, 글자와 글자, 단어와 단어, 행과 행 사이의 간격시처럼 짧으면서 압축된 문장은 대개 행간이 넓다, 단의 갯수2단을 쓸지, 3단을 쓸지, 단의 폭단의 폭이 너무 길면 읽기에 숨 가쁘고 집중도가 떨어지며 다음 행으로 넘어갈 때 불편을 느낀다, 단과 단 사이, 단을 제외한 여백의 크기, 페이지 번호의 위치와 크기…. 단지 글로만 채워진 책의 한 면에도 이렇듯 다양한 요소가 세심하게 고려되어 디자인된다. 여기에 덧붙여, 왼쪽 맞추기를 할지, 양쪽 맞추기를 할지, 인쇄될 종이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따라 글의 성격과 표정이 바뀐다.

 

이렇듯 활자를 부리는 방법은 책 한 권 안에서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해질 수 있다. 디자이너는 무엇보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부합되는 타이포그래피를 쓰게 된다. 타이포그래피가 중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문자에는 표정이 없기 때문이다. 말은 단지 발음만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말을 하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 입은 옷, 움직임, 얼굴의 표정, 소리의 높낮이, 발음에 섞인 미묘한 감정 등 수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전달된다. 따라서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어떤 표정과 어떤 감정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 전달력에 차이가 난다. 그런데 문자에는 그러한 속성이 없다. 대통령이 한 말이나 꼬마가 한 말이나 문자에서는 차이가 없다. 격정에 차서 흥분해서 한 말이나 조용히 차분하게 한 말이나 역시 문자에서는 차이가 없다. 타이포그래피는 바로 이러한 문자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대단히 강력한 무기이다.

 

대체로 영어의 산세리프체나 한글의 고딕체는 세리프체나 명조체보다 좀더 권위적이고 힘이 있어 보인다. 글꼴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글꼴마다 표정이 다르므로 디자이너는 그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기업조차 자신만의 글꼴을 만들 정도로, 글꼴은 차별화를 실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포그래피는 꽤 민감해서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인쇄가 잘 먹고 부드러우며 뒷면이 비치지 않는 종이는 신뢰감을 높인다. 또한 책의 제본 방식이 양장이면 권위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자 이외의 물리적 요소, 즉 책의 판형, 종이의 질감, 제본 방식, 코팅이물리적 요소, 즉 책의 판형, 종이의 질감, 제본 방식, 코팅이나 형압 같은 특수한 기술, 심지어는 종이의 냄새와 종이를 넘길 때의 소리까지도 신중하게 선택되는 타이포그래피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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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잡지 편집의 한 전형을 이룬 <뿌리깊은나무>의 본문.
단어를 이루는 낱글자 사이의 간격,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은 높은 가독성을 위해 면밀히 고려된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에 성격과 표정을 부여하기 이전에, 더 본질적으로는 글이 막힘없이 술술 읽히도록 한다. 단어는 대개 낱글자 하나하나로 읽히기보다 단어 전체가 하나의 형태로 읽힌다. 따라서 글자 사이의 간격을 조절할 때 단어를 이루는 낱글자는 좀더 조밀해야 하고, 단어와 단어 사이는 좀더 멀어져야 한다. 익숙한 단어일수록 그 단어가 전체적인 인상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글자가 조금 틀려도 대부분 사람들은 제대로 읽는다. 예를 들어, 실수로 ‘대한민극’으로 표기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대한민국’으로 읽는다. 결국 글자와 글자 사이의 한국 잡지 편집의 한 전형을 이룬 <뿌리깊은나무>의 본문. 단어를 이루는 낱글자 사이의 간격,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은 높은 가독성을 위해 면밀히 고려된다.
간격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민감한 디자인 대상이다. 무작정 글씨가 크다고 읽기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글자와 글자 사이의 공간만으로 가독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행간, 단의 폭 같은 요소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그에 따라 집중도와 학업 성취도까지도 바꿀 수 있다.

 

이미지『예수에게 도를 묻다』, 『사랑의 발견』의 표지. 각 책의 성격에 맞는 글꼴로 표지를 장식했다.

 

환경디자인에서 인도는 장식적으로 눈에 튀게 멋있게 디자인하기보다는, 걷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 타이포그래피 역시 인도처럼 눈에 튀는 법이 없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피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다. 꾸준히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의 타이포그래피를 보면, 역시 정갈하고 세련되며 읽기 편하게 디자인되었다. 타이포그래피는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독서하는 사람에게 책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 안정된 독서를 하게끔 돕는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타이포그래피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파악하는 대단히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이다. 문화적 수준이 높은 나라는 활자 문화부터 다르다. 한국 역시 영화 포스터나 책 표지, 본문의 디자인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타이포그래피야말로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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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1215 마그나 카르타의 해』의 표지.
제본 방식 같은 물리적 속성은 책의 성격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지『아틀라스 한국사』 본문. 종이의 질감과 이미지의 배열, 단, 글자, 캡션, 다이어그램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복잡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타이포그래피의 강력한 힘이다.

 

이미지『현산어보를 찾아서』의 표지.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의 책을 되살리는 저자의 의도에 맞게 글꼴과 일러스트레이션이 선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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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규 시선집 『우리나라엔 풀밭이 많다』의 본문. 행간을 좀더 넓게 하여 시의 맛을 살린 타이포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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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활자라는 의미의 타입Type과 기술이라는 의미의 그래피Graphy의 합성어로 1455년 경 독일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발명한 활판인쇄술과 함께 등장하였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활판인쇄술을 의미했으나 디자인 분야가 발전하면서 점차 활자의 전달 기능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효율적으로 함께 활용한다는 개념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시각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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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리프체
세리프Serif란 서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요 획들의 꼭대기나 밑 부분에 있는 마무리 획을 말한다. 글자체 중 세리프가 없는 서체를 산세리프Sans Serif체라고 한다. 세리프 서체의 대표적인 예로는 게라몬드Garamond, 산세리프 서체의 예로는 헬베티카Helvetica 등을 들 수가 있다. 한글 서체의 경우, 고딕체는 산세리프체이고 명조체는 세리프체이다.

 

제본
제본은 인쇄된 페이지를 기획한 순서에 따라 배열해 가독성을 높이고 문서를 보존하기 위해 묶는 것으로, 표지를 씌우는 과정까지 제본에 포함한다. 전통적으로 실이나 철사가 애용되었고 종이 이전의 재료들은 둘둘 만다든가 병풍처럼 엮었다. 오늘날의 제본에는 실이나 철사 외에도 스프링, 링, 접착제 등이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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