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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는지 알려준다-행동유도성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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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대부분의 물건을 접했을 때 어려움 없이 쉽게 쓴다. 의자에 앉고 싶고, 버튼은 누르고 싶고, 손잡이는 돌리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겠는 물건도 있다. 특히 나이든 사람에게 이러한 물건은 때로는 공포이다. ‘행동유도성 디자인’은 물건을 쉽게 쓰도록 인도해주는 장치이다.

  

모든 재료와 형태는 어떠한 행동을 유발한다. 유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고 싶게 만들거나, 조심하도록 만든다. 평평하고 넓고 텅 빈 벽면은 낙서하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돌출이 되어 있으면 만지거나 누르고 싶어진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공공장소에 있는 누드 동상의 가슴이나 엉덩이는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그 부분만 색상이 허옇게 바래 있다. 이처럼 특정한 재료와 질감, 모양은 사람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유발한다. 그것은 하나의 메시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이든 공공환경이든, 가구든 전자제품이든 이러한 행동유도성에 유념하여 디자인을 해야 한다. 오늘날 수많은 전자제품이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데, 그것은 행동유도성을 잘못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행동유도성이란 어떠한 사물을 어떻게 작동하면 되는지 시각적 단서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행동유도성 디자인은 문이다. 문은 밀거나 당기거나, 손잡이를 돌려서 밀거나, 미닫이문처럼 옆으로 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문을 여는 다양한 방식에 따라 손잡이도 다르게 디자인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문에 붙은 표지를 보면 대개 ‘당기시오’ ‘미시오’라는 두 가지뿐이다. 이것은 수준 높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디자인은 형태만으로도 정확히 작동 방식을 알려준다. 물론 세계적인 슈퍼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물건 가운데 시각적 단서가 전혀 없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독창성과 예술성을 위해 중요한 기능을 희생시킨 경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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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꾸러미. 달걀의 반을 가리고 반을 드러낸 짚은 그 속의 내용물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 선조의 물건 가운데 아주 뛰어난 행동유도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달걀 꾸러미이다. 달걀 꾸러미는 충격을 흡수하는 재료인 짚으로 만들어지는데, 달걀을 완전히 감추지 않고 반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리적인 기능만을 생각하여 그것을 짚으로 다 싸 버린다면 달걀의 형태와 구조는 완전히 가려져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포장한 짚만 보이고 그 알맹이는 보이지 않게 되므로,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물건인지 모르게 된다. 즉 달걀의 정보성, 언어성은 사라지고 만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배우지 않아도 이미 행동유도성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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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유도성 디자인은 쉽지 않다. 행동유도성 디자인이란 대개 눈에 튀지 않고 기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디자이너는 그보다 자신의 개성과 상상력, 미학적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살리는 일을 더욱 가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디지털 카메라의 건전지나 메모리 카드는 사용자가 어떤 방향으로 넣어야 하는지 실수하지 않도록 디자인된다. 잘못된 방향으로 넣으면 아예 들어가지 않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이런 디자인은 결코 눈에 튀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을 제약의 원리라고 한다. 어떤 행동을 형태로 제약함으로써 사물의 작동 원리를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가위도 이런 제약의 원리가 잘 구현된 디자인이다. 가위의 구멍은 그 안으로 손을 넣으라는 시각적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엄지를 넣는 구멍의 크기는 다른 구멍보다 작게 제약하여 엄지손가락만 넣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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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의 원리가 잘 구현된 가위 디자인. 가위의 구멍은 안으로 손을 넣으라는 시각적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시각적 단서와 함께 물건을 실수 없이 사용하려면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비행기를 운전할 때 비행기가 더 높이 뜨려면 운전대를 당겨야 할까, 밀어야 할까? 이 문제는 자동차의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자동차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기에는 이것을 반대로 디자인해 많은 파일럿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것을 대응의 원리라고 한다. 자동차를 통제하려고 할 때 이런 대응의 원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자동차 운전자는 유리창과 백미러, 좌석, 와이퍼, 에어컨 등을 통제해야 하는데, 작동 스위치와 움직임과의 관계가 적절하게 구현되어야 한다. 가장 잘 된 예로는 사진에서처럼 의자 모양대로 된 의자 조정 장치인데, 의자 버튼을 밀고 당길 때마다 자신의 좌석이 그에 대응하여 움직인다. 아주 쉽고 직관적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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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좌석 통제 버튼. 실제 좌석과 똑같이 대응하게 만들어 사용자가 쉽게 좌석의 위치를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듯 어떻게 물건을 작동해야 하는지 시각적 단서를 보여주는 일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과 배타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즉 뛰어난 행동유도성 디자인은 아름다움이나 세련됨을 결코 희생시키지 않는다. 우리 선조의 달걀 꾸러미는 시각적 단서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획득한 아주 뛰어난 디자인이다. 앉고 싶도록 디자인된 의자, 따르고 싶도록 디자인된 주전자, 누르고 싶도록 디자인된 리모컨 등은 그 기능을 눈에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아름다워진다. 눈에 튀지 않지만 우리 생활에 편안함을 주고 짜증을 제거해주는 것이 바로 이 행동유도성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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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의 형태. 문 손잡이는 형태로써 그것을 밀어야 할지 당겨야 할지 그 작동 방식을 시각적으로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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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유도성
행동유도성Affordance이라는 말은 미국의 지각심리학자인 제임스 J. 깁슨James J. Gibson이 주창한 개념으로 ‘수여하다’ 혹은 ‘가져오다’라는 뜻을 지닌 어포드Afford를 명사화한 단어이다. 이것은 어떤 상황과 사물의 인상이 자연스럽게 특정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견고하고 경사가 완만하고 넓은 표면은 사람들에게 서는 것과 걷는 것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은 깁슨의 개념을 유용성의 관점에서 확장하여 디자인에 적용했다. 노먼은 사물의 인지된 속성이나 실질적 특성이 곧 어포던스이며 이것이 바로 사물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결정한다고 보았다. 산업디자인이나 인터랙션 디자인 등에서 어포던스는 서로 다른 콘셉트를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약
행동유도성에서 제약Constraint은 사용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제약을 주어 행동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종류에는 조작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물리적 제약과 상황과 지식에 따른 의미적 제약, 문화적 관습의 영향을 이용한 문화적 제약, 대응하는 행동에 의존하는 논리적 제약 등이 있다.

 

대응
행동유도성에서 대응Mapping은 디자인에 존재하는 통제요소와 그에 따른 행동 결과의 관계성을 가리킨다. 행동의 결과와 효과가 기대치에 가까우면 대응이 좋은 것이고, 기대치와 다르면 대응이 나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행동과 결과의 대응성이 낮으면 사용자는 인지적인 부담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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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디자인 #유도성 #제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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