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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환경 - 패션 트렌드를 만드는 새로운 흐름, 인터넷 01 _ 홍석우

변화하는 환경
- 패션 트렌드를 만드는 새로운 흐름, 인터넷 01



글  홍석우

현대 패션의 역사는 패션 매체의 발전과 함께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라디오, 신문 그리고 패션 잡지는 20세기 패션의 발전과 전파에 큰 역할을 했다. TV와 신문의 패션 트렌드 전파와 함께, ‘패션 잡지’는 그 어느 매체보다 큰 역할을 했다. 크리스챤 디올의 ‘뉴 룩(New Look)’이 소개된 것도 잡지였고,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와 헬무트 랭(Helmut Lang)을 발견한 것도 패션 잡지의 공이었다. 패션에 있어 20세기는 잡지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그Vogue>를 발행하는 콩데나스트(Condé Nast Publications)의 경우, 지금도 패션 제국으로 불리며 하이패션의 정점에 서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닷컴 열풍과 인터넷 인구의 증가는 기존 매체들을 ‘올드 미디어’로,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매체를 ‘뉴 미디어’라 부르며 변화를 만들어냈다. 인터넷의 즉시성과 대량 정보에 밀려 종이 매체의 판매가 내림세를 걷게 된 것. 예전에는 컬렉션 사진을 보기 위해 몇 만원에서 몇 십 만원을 주고 두꺼운 컬렉션 북을 사야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파리나 밀라노 컬렉션 사진은 반년이 지나서야 무료로 웹에 공개됐다. 하지만 지금은 스타일닷컴같은 웹사이트에서 컬렉션이 열린 다음 날 전문적인 리뷰와 함께 디테일 사진까지 볼 수 있다. 영향력 있는 패션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트렌드 또한 약간의 시간차는 있을지언정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세계 모든 젊은이가 아메리칸 어패럴에 열광하고, 닥터 마틴을 신고, 클래식한 셔츠와 치노팬츠를 사 모은다. 파리 패션 위크의 에디터들이 입은 ‘어깨 뽕’이 들어간 파워숄더(power shoulder) 재킷도 홍대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모두 인터넷에서 파생된 패션 트렌드의 새로운 변화다. 인터넷이 만든 새로운 패션 매체들은 기존 매체가 가졌던 특성과 다른 형태로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직접 참여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패션 트렌드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인터넷의 움직임을 패션 블로그, 웹 스토어의 두 가지로 나눠 알아보겠다.

(이번 글은 두 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1. 패션 블로그

THE SARTORIALIST  사토리얼리스트
 
 
사토리얼리스트 메인 페이지

남성복의 클래식 흐름을 주도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거 중 한 명인 더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의 스콧 슈먼(Scott Schuman)이 얼마 전 그 동안 찍은 패션 스트리트 사진을 모아 책을 냈다. 10년 이상 된 파리의 편집매장 콜레트(Colette)에서 출판 기념회를 성대하게 열고,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쉽사리 올랐다. 하루에 2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그의 웹사이트, 그의 취향이 패션계에 끼친 영향은 그저 ‘길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라기엔 너무나 거대하다. 그의 사진은 를 비롯한 유수의 종이 매체에 실리고, 맨스타일닷컴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수백 명이 그의 사진에 댓글을 달고 정보를 공유한다. 그는 뉴욕 5번가에 있는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를 지휘하고, 남성지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의 샤넬 화보를 찍고, 얼마 전에는 그의 사진을 판매하는 전속 갤러리도 생겼다. 웹에서 시작한 패션 블로그를 넘어 오프라인 영역까지 아우르는 셈이다.

FACEHUNTER  페이스헌터

 
페이스 헌터 메인 페이지

사토리얼리스트와 쌍벽으로 여겨지는 스트리트 패션 스냅 블로그, 페이스 헌터(Face Hunter)의 경우를 보자. 구글에서 ‘face hunter’를 검색창에 치면 무려 5천만 건이 넘는 검색 결과가 나온다. ‘vogue magazine’의 검색 결과가 1천 3백만 건 정도임을 생각하면 고작 2005년 문을 연 패션 블로그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페이스헌터를 운영하는 이반 로딕(Yvan Rodic)은 런던에 살면서 처음엔 갤러리 오프닝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그때 얼굴만 찍었기 때문에 페이스헌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9년 10월 말 현재 그는 서울에 있다. 서울 패션 위크가 그를 공식 초청하여, 컬렉션을 관람하고 서울 풍경과 패션 스냅을 찍어달라고 한 것이다. 캐논 G10 카메라와 맥북 프로 랩톱 한 대, 그리고 옷으로 가득 찬 여행가방 하나를 가지고 그는 텔아비브, 도쿄, 파리, 런던, 코펜하겐, 스톡홀름, 앤트워프, 뉴욕 같은 도시를 전전한다. 그가 찍은 보통 사람들의 독특한 패션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기존 패션 매체들 또한 페이스 헌터가 찍는 스트리트 패션을 담으려고 노력한다(얼마 전에도 <보그 재팬Vogue Japan>에서 그의 사진을 실었고, 필자 또한 <엘르 걸ELLE Girl>에서 그의 인터뷰를 다룰 예정이다). 

style bubble 스타일 버블

 
수지 버블의 블로그, 스타일 버블 메인 페이지

스콧과 이반이 하는 작업, 즉 패션 블로그를 만들어 일상 사진을 담고, 패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포스팅하고, 또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됐다. 구글에 들어가 ‘fashion blog’를 치면, 수백 개의 패션 관련 블로그가 제각기 다른 소식을 전한다. 스콧과 이반만큼 유명한 런던의 패션 블로거, 수지 버블(Susie Bubble)의 경우, 유럽의 럭셔리 하우스들도 그 존재 가치를 인정했다. 그녀는 구찌(Gucci)의 뉴욕 컬렉션 행사에 초청받고, 샤넬(Chanel) 컬렉션의 맨 앞줄에 초대 받는다. 그녀가 블로그에 올리는 패션 기사가 기존 매체와 비교해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울은 물론 우리가 이름을 대면 알만한 모든 도시에서 최소한 1명 이상의 스트리트 스냅 사진가들과 패션 블로그들이 생기고 있다. 그들은 하이패션이 제시하지 않는 일상의 스타일을 얘기한다. 정보력을 독점한 패션 매체로부터의 트렌드 전파가 기존의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각국의 다양한 블로그가 제시하는 생생한 패션 스타일이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다. 패션 브랜드들도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국내 유일의 스트리트 패션 매거진 더 크래커(Cracker Your Wardrobe)의 경우 닥터 마틴, 라코스테, 푸마 등의 브랜드와 스트리트 스냅 형식의 화보를 진행한다. 젊은이들이 스트리트 스냅과 블로그에 흠뻑 빠져 있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잡지 화보 대신 더 친근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그런 작업들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 앞으로도 쭉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웹 기반 패션 스토어에 관한 다음 글은 10월 28일 게재됩니다.)



홍석우 _  Fashion journalist / photographer of yourboyhood.com

편집매장 데일리 프로젝트의 의류/출판물 바이어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스 패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당신의 소년기, yourboyhood.com라는 제목으로 서울 사람들과 풍경을 찍는 블로그도 운영한다. 지금은 문지문화원 사이 Saii에서 패션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Tag
#패션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 #페이스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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