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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구적이면서도 아주 친밀한 접속 _ 최두은

전지구적이면서도 아주 친밀한 접속


글  최두은


서울에 있는 내가 런던에 있는 연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한 침대에서 매일 잠들 수 있다면?


그림1. ‘There's no simulation like home’, Paul Sermon, 2000
copyright: davepatten on flick

영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폴 서먼(Paul Sermon)은 이러한 상상이 가능한 새로운 집 ‘집과 같은 시뮬레이션은 없다(There's no simulation like home)’(2000년)을 지었다. 1992년부터 진행해온 텔레마틱(telematic) 리서치를 집대성하여 인터넷, 비디오 컨퍼런스 시스템, 크로마키 기법 등을 활용하여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장소의 사람들이 제 3의 공간에서 만나게 했다. 관객들은 현관으로 들어가 거실, 침실, 식당을 거쳐 복도를 지나 화장실, 그리고 뒷문으로 나오기까지 작가가 펼쳐 놓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내러티브 공간을 탐험한다. 침대에 누워 침대 위에 실시간으로 전송되어 투사되는 다른 곳에 누운 누군가와 만나고, 거실에서는 함께 앉아 마주보기도 하고 식당 테이블 위에서 손을 잡아 보기도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촉각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게 된다. 다만, 혹자는 만지거나 닿아 있음으로 촉각을 인식하고 상상하지만, 온전하게 물리적으로 느끼지는 못한다고 아쉬워했을 지도 모른다. 


그림2. ‘Mobile Feelings I, Christa Sommerer & Laurent Mignonneau, 2003
copyright: spinster on flick


크리스타 소머로와 로렌트 미농노(Christa Sommerer & Laurent Mignonneau)의 ‘모바일 필링스 (Mobile Feelings I)’(2003년)는 목소리나 이미지가 아니라, 땀이나 냄새와 같이 일반적으로 타인과 의사소통 하는데 비교적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촉각과 후각이라는 물리적 감각을 낯선 사람들과 나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과 특별하게 제작된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사적인 육체의 감각을 공유함으로써 비일상적이고 찰나적인 감각을 창조한다.

손이 아니라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안아주기 셔츠(Hug Shirts)’(2006년)가 있다. 큐트서킷(CuteCircuit)에 웨어러블 테크놀로지(wearable technology)를 적용하여 완성한 디자인 상품이다. 먼 거리에 있는 친구나 연인을 온전하게 껴안아 줄 수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셔츠를 껴안으면 블루투스로 핸드폰에 내장된 허그미(Hugme) 소프트웨어를 통해 데이터가 상대방의 핸드폰으로 보내지고 바로 상대방이 입고 있는 셔츠에 심장 박동, 껴안는 압력, 시간, 체온 등이 전달된다. 

한편,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뉴욕과 서울에 있는 친구의 물리적 행위를 촉각적으로 느끼며 함께 음악을 연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림3. ‘Live Form:Telekinetics’, Jeff Mann & Michelle Teran, 2006
copyright: danceinthesky on flick


제프 만과 미셀 테란(Jeff Mann & Michelle Teran)의 ‘라이브 형태(Live Form:Telekinetics)’(2006년)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스푼, 포크, 집게, 그릇 등 테이블 위에 있을 법한 친근한 오브제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이 피크닉 테이블 위의 오브제들은 일종의 새로운 텔레마틱 악기가 되고 서로 다른 장소에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이 공동 DJ가 되어 음악을 연주하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그림4. ‘Communication Grill Chang-tei’,
Kou Sueda & Koji Ishii,
2003

이 신기한 음악과 더불어 피크닉을 위한 특별한 바비큐를 즐기고 싶다면 코우 슈에다와 코지 이시이(Kou Sueda & Koji Ishii)의 ‘채팅 그릴(Communication Grill Chang-tei)’(2003년)이 있다. 친구들과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동시에 바비큐를 굽고 함께 먹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다. 채팅의 강도에 따라 바비큐 그릴의 화력이 조절된다. 배가 고프다면 음식을 빨리 먹기 위해서 계속 누군가와 이야기해야만 한다. 때로는 적정한 온도로 고기를 굽기 위해서 잠시 대화를 멈추어야 하기도 한다.
 
이렇듯 인터넷, 모바일 등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의 등장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급격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고 열린 창조자들은 전지구적이면서도 아주 친밀한 접속을 꿈꾸어 왔다. 지금은 많은 꿈들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빈트 서프(Vint Cerf)는 나사(NASA)와 함께 ‘전우주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터플래너터리 인터넷(Interplanetary Interne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전지구적인 친밀한 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우리는 이제 우주인과의 대화로 하루를 시작할 날을 곧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Tag
#텔레마틱 #친밀감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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