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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취업 성공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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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아이디오 디렉터가 와서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이라서 참여할 수 있는 숫자가 정해져 있었어요. 영어가 서툰 저는 어떻게든 워크숍에 참석해보고 싶은 마음에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는 영어 실력이 중요하지 않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원봉사자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툰 영어 실력으로 겨우겨우 잔꾀를 써가며 프레젠테이션을 마쳤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어요. 서툰 영어 실력으로 평생을 살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어학연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조금씩 말이 트이기 시작할 때부터 외국 회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전 세계에 많은 회사중 나 하나 받아줄 회사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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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처럼 여러 군데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는데 생각과 달리 한 달이 넘도록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없었어요.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디자인컨티늄(Design Continuum) 밀라노 지사에서 관심이 있으니 인턴에 대한 정보를 주겠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연락이 없더군요. 저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작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겨우겨우 통화를 했는데 끊고 나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서툰 영어 실력 때문에 비자 문제를 묻는 회사 측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답해버렸으니까요. 전화 면접 때는 다행히 어려운 질문을 하지 않아서 미리 준비한 대본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인턴십 제안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타면서 반드시 인턴십을 거쳐 정직원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비자가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유럽 인이 아닌 사람이 취업 비자를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거든요. 회사에서는 비자를 받아야 정직원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이탈리아 대사관에서는 정직원이 되면 비자를 준다고 했습니다. 도무지 방법이 없어서 인턴십 기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영어권 나라에 다시 포트폴리오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곳이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워렐(Worrell)이라는 회사 등 세 곳과 싱가포르의 비엠더블유그룹 디자인웍스유에스에이(BMW Group Designworks USA)였습니다. 당시 미국에 취업하고 싶었기 때문에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턴 기간 동안 영어가 많이 늘어서 훨씬 자연스럽게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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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디자인웍스유에스에이와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곳 모두 취업 제안을 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디자인웍스유에스에이에서는 당장 자리가 없으니 기다려달라고 했고, 워렐에서는 일을 하면서 4월에 비자를 진행하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취업 비자 H1B는 일 년에 4월 한 달만 접수를 받았는데 그때가 10월이었거든요. 저는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일생일대의 실수였죠. 당시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어떤 회사에 들어가도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거치니 저만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비자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관광 비자를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친구도 없고 정해놓은 숙소도 없으니 출입국 사무소에서 이상하게 생각하더군요. 결국 인턴십을 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 들통 나는 바람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불법 입국 시도자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워렐 측과 전화 통화를 하자, 그쪽에서는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뒤, 한국에 돌아가서 신청하면 1개월 만에 인턴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인턴 비자(J 비자)를 진행했고 워렐에서 소견서까지 써줬지만 미국 대사관에서는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2개월 전에 입국을 거절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디자인웍스유에스에이 역시 저울질을 하는 바람에 취업이 어려워졌고 한국에서도 이미 취업 시즌이 끝나 들어갈 회사가 없어진 것입니다. 너무나 절망적이었습니다. 다행히 서울디자인재단의 우수디자인제품화에 뽑혀 양산화 작업을 하며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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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디자인웍스유에스에이에서 취업 제안이 와서 싱가포르로 가게 되었습니다. 싱가포르라는 낯선 나라에 가고 보니 문화와 언어 못지않게 다른 디자인 스타일 때문에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주니어 디자이너였던 저로서는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 수동적으로 디자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한국 스타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윗사람이 퇴근하지 않으면 저도 함께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제시했고,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스타일을 무작정 따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저 역시 그런 실수를 범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들이 저를 뽑은 건 제 스타일이 맘에 들었기 때문인데, 그들의 스타일을 똑같이 따라 한다면 저를 뽑을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배운 디자인을 자신 있게 보여준다면 그들 역시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인으로서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디자인웍스유에스에이 싱가포르 지사는 아시아 시장에 초점을 맞춘 회사였기에 한국 역시 중요한 시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의 비즈니스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 들어와 커넥트디자인(Connect Design)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제품 제조와 외주디자인, 그리고 일본 유통 일을 하고 있는데 이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분들께 조언을 하자면 유학을 하고 비자를 받은 후 영어 실력이 완벽할 때 직장을 잡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턴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인턴십 회사가 돈을 주는 영어 학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학원에 다닐 때보다도 영어 실력이 더 좋아졌으니까요. 부족하더라도 일단 도전하고 계속 해외 취업의 문을 두드린다면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디자인을 할 때는 반드시 비용과 생산 방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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