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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아라! - 1.김경모

 

한국에서 학부과정에 다니다가, 군 제대 후 영국 골드스미스에 디자인 전공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졸업한 후에는 런던의 어플라이드인포메이션그룹(Applied Information Group)이라는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레지블 런던(Legible London)과 브리스틀 레지블 시티(Bristol Legible City)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는 어플라이드인포메이션그룹은 정보, 위치, 기술, 이 세가지가 만나는 지점을 디자인하는 공공 정보 디자인 회사입니다. 학부 3학년 때 인턴으로 입사했고, 졸업한 후 입사 제안을 받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인턴 경험이 입사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부가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부분 그럴테지만 저 역시 특별한 취업 공고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인턴을 해보고 싶다’라는 내용의 이메일과 포트폴리오를 보냈습니다. 취업 비자를 받을 때도 회사와 연계된 현지 법률 사무소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매체에서 다룬 해외 취업 관련 인터뷰를 보면 필요 이상으로 ‘한국인’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한국인이라서 취업하는 데 어려운 점 혹은 좋은 점이 있었느냐”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대표적입니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이 희망하는 북미나 서유럽 디자인 회사의 인사 책임자는 국적이나 출신 국가를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인종, 성별, 나이 등 업무와 무관한 영역은 전혀 신경 쓰지 않거든요. 이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자리 잡혀 있고, 다른 산업군보다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디자인 업계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은 국적을 기반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물론 이 의견에는 몇 가지 단서와 변수가 붙습니다. 해외 기업의 입장에서 자국 출신을 고용할 때 소요되는 행정적·금전적 부대 비용과 외국인을 고용할 때 소요되는 비용의 차이, 해당 외국인의 현지 언어 소통 능력, 해당 기업이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서 한국어 능통자를 찾고 있는지 여부 등이 해당됩니다.
제가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감히 조언을 드린다면, 여러 형태의 취업 중 ‘해외’ 취업을 지상 과제로 삼지 말라는 말씀을 가장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조언을 드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디에서 근무하느냐보다 어떠한 작업을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외국’이라고 포장된 모든 것들이 필요 이상으로 미화되다 보니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1980~1990년대에는 분명 한국 사회가 세계를 상대로 배울 것이 더 많았겠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서구에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촬영하지 않고도 세계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듯이, 굳이 뉴욕이나 런던, 밀라노에서 일하지 않아도 작품만 좋다면 충분히 세계적으로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울은 불완전한 면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흔히 동경하는 유럽의 중견 도시, 예를 들어 스톡홀름이나 베를린, 마드리드나 로마 등보다 개개인의 꿈을 실현하기에 더 열악한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세 번째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창의력의 영감이 되는 해외의 새로운 작품과 현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멋진 밴드가 인기를 얻으면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북미와 유럽과 동아시아가 그 밴드의 음악을 듣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굳이 특정 국가에 살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모든 새로운 것들, 창의적인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외 취업에 성공하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도시에서 일하게 되겠지만, 십수 년간 알고 지내온 친구들과 떨어져 다시마 없는 수출용 너구리를 끓여 먹으며 메신저에 친구들이 접속하기만을 고대하는 ‘화려한 해외 디자이너’ 삶의 이면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매체에서 접하는 화려한 해외 디자이너의 삶은 어느 정도 개인 블로그의 사진첩용이라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에 덧붙여 저는 이것이 근래 신문지상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문제로 보도되는 ‘자국 안주론’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모험심을 갖지 말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나 모험은 한국에서나 해외에서 공히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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