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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자이너들의 해외 인턴십 체험기_이지혜

 

 

인턴십을 하기 전에 세운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이었습니까?

 

제일 큰 고민은 루나디자인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인가, 어떻게 그들의 분위기에 동화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짧지만 인턴십 기간 동안 무엇인가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크게 6단계로 구분해 목표를 세워보았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회사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루나디자인이라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내가 그곳에서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곳의 디자이너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내가 투입될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지 사전 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언어 준비였습니다. 짧게나마 4일 전에 미리 도착해 현지분위기를 익히고, 영어로 자기소개,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였습니다. 세 번째 목표는 나를 알릴 수 있는 각종 자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던질 질문에 대한 답변,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 대본과 설명을 도울 수 있는 소품, 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 사례집, 프로세스 북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들을 빠짐없이 준비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네 번째 목표는 실무 현장에서 활용할 기술을 점검하고 연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일상 업무를 할 때 필요한 의사소통 방법이나 업무 매너에 관련된 책을 사서 읽는 것도 계획에 포함시켰습니다. 다섯 번째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 디자이너를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해외 기업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시도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인턴 활동의 최종 목표는 인턴십 이후 계약 기간을 연장하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신청을 해서 채용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루나디자인에서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미국의 인턴십은 한국과 개념이 조금 달랐습니다. 국내 인턴십은 개별 프로젝트를 주고, 일정 기간 동안 혼자서 진행해 결과물을 발표하는데, 루나디자인에서는 디자이너들이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일을 그때그때 해주는 개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사소한 일만 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제 아이디어를 내고, ‘진짜 디자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현지의 멘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곳에서는 프로젝트 기간이 길기 때문에 인턴이 들어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루나디자인의 성정기 디자이너는 “일을 잘하는 인턴은 너무 많다. 그러니 일을 잘하는 것 이외의 강점을 부각시켜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단순한 렌더링이나 스케치, 목업(mock-up, 실물 크기 모형제작) 작업이라 해도 깔끔하게 아주 잘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보여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것, 빠른 시간 내에 완성도 높은 목업을 만드는 것, 와인을 잘 마시는 것 등 저의 강점이 분위기에 맞게 잘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일이 없을 때는 다른 직원들을 위해 종이나 레고로 스케일을 볼 수 있는 목업을 만들어주는 등 사소한 것이라도 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업무 이외에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직원들이 모두 업무로 바빴기 때문에 인턴에게 관심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저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루나디자인에서는 매주 금요일 업무가 끝난 후에 조촐하게 파티를 합니다. 그래서 그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매주 금요일 파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국 과자와 한국 술 파티도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회사에서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더 많이 소통하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술을 잘 마신다고 ‘한국에서 온 알코올 인턴’이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내가 배운 만큼 가르쳐줘라!” 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한국말을 쓴 포스트잇을 화장실에 붙이기도 했습니다. 한국말 강좌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한국말을 쓴 쪽지를 하나둘 붙여놓고, 제가 그에 대한 답을 달아주기도 하면서 점점 더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포스트잇을 떼지 않고 화장실에 붙여놨다는데, 그 말을 들으니 뿌듯한 생각이 듭니다.

 

활동하면서 발견하게 된 나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루나디자인은 디자이너 수는 생각보다 적었지만, 각자 두각을 나타내는 영역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콘셉트 잡기’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스케치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제품 시나리오를 잘 만듭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손이 빨라서 스케치를 빠르게 잘하고, 꼬물꼬물 만지며 직접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목업에 강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소프트 목업을 맡아 진행하면서, 제 강점으로 부각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턴십 기간 동안 렌더링(rendering)이나 모델링(modeling)은 모델링에 강한 인턴이 담당하고, 콘셉트 스케치(concept sketch)나 프로토타입 작업은 제가 맡는 식으로 일이 자연스럽게 분담되었습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따분한 일이 아니라 소재를 찾으러 다니고, 재봉틀로 직접 모양과 두께도 바꿔보면서, 실제로 착용해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나요?

 

인턴을 시작하면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매일 저녁 내일 회의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용어를 익혀야 했습니다.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확인해야 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해야 할일 목록을 작성해서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확인 메일을 보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한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어 실력 이전에 의사소통 능력이 먼저고, 그 이전에 디자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다른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더 많이 배우고 느끼기 위해 영어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인턴십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 막연히 해외 취업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턴십을 해본 결과, 그들도 나와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더 큰 세상에서 디자인을 배운 것도 좋았지만, 그곳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알 수 있다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3개월 동안 한 발짝 물러서서 저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어떤 부분을 더 보충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루나디자인에서는 인턴십 마지막날 저와 같이 일한 디자이너들이 ‘인턴 생활에 대한 평가’를 했습니다.

 

 

나 또한 회사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는 선배님의 충고를 듣고, 그때 저도 제가 경험한 루나디자인의 문화등과 함께 일한 디자이너들에 대한 느낌 등을 발표했는데, 그들에게는 이런 자세가 신선한 경험이었는지, 앞으로 루나디자인을 경험할 인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며 좋아했습니다.

 

인턴십 이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원래는 루나디자인 인턴십 기간을연장하거나 입사 지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식 직원으로 일하기에는 경력이 부족하고, 인턴십 기간을 연장을 하려니 비자 문제가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인턴십을 경험한 후, KIDP의 인턴디자이너 해외파견 사업은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고 오라’는 취지의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지만 인턴십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학생들이 실력면에서는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만 비자 문제와 언어, 거리상의 제약으로 ‘기회’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쉽지않을 뿐입니다. 저는 이 인턴십 경험을 단순히 ‘좋은 경험’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서 국제적인 환경에서 현지인과 경쟁할 준비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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