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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클(Foodycle)- 디자인, 예술, 과학을 한 자리에

지난 9월 12, 13일 양일간 헬싱키에 새로운 형태의 음식 관련 행사가 열렸다. 푸디클(Foodycle)이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과학, 디자인, 예술을 한 데 모아 좀 더 즐겁고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를 위한 생각을 나누는 데에 그 목적을 두었다. 푸디클은 예술가, 디자이너, 과학자, 소비자, 생산자, 시민 단체 등 여러 배경의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었다. 

 

푸디클은 북유럽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긴 전자예술 페스티벌을 열어온 픽셀레이크(Pixelache), 최근에 헬싱키 대학 비끼(Viikki) 캠퍼스의 환경농학자들이 주축으로 만들어진 단체인 루오안 뚤레바이수스(Ruoan Tulevaisuus), 그리고 비프 핀란드(Beef Finland)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한국 출신의 디자이너 이승호가 주축이 되어 열렸다. 



첫번째 날, 12일에는 헬싱키 대학교 비끼(Viikki) 캠퍼스에서 푸디클의 첫 시작을 알리는 직거래 장터가 섰다. 흥미로운 점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농부의 생산품과 함께 도시에서 음식을 키운 헤르또니에미 협동조합(Herttoniemi Co-op)의 물건도 판매되었다는 점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달걀, 꿀, 잼과 주스 등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제품들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시장 한켠에는 첨가물 없이 소세지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세지 워크샵과 물고기를 키우며 동시에 야채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아쿠아포닉스(aquaphonics) 워크숍이 열렸고, 지렁이를 이용해 퇴비를 만들 수 있는 방법(vermicompost)이나 최근 유럽 국가들에서 새로운 대안 단백질로서 관심을 끌고 있는 식용 곤충을 소개하는 기회 또한 가져 새로운 식재료, 식문화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충족시켰다. 오후에는 또한 비끼(Viikki) 캠퍼스에 위치한 실험용 농장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시장이 열린 비끼(Vikki) 캠퍼스 (이미지 © : Tuure Parviainen)


시장이 열린 비끼(Vikki) 캠퍼스 (이미지 © : Christin Boggs)


시장이 열린 비끼(Vikki) 캠퍼스 (이미지 © : Tuure Parviainen)


푸디클 공식 신문 (이미지 © : 이승호)


아쿠아포닉스(aquaphonics) 워크숍 (이미지 © : 이승호)


지렁이를 이용해 퇴비를 만들 수 있는 방법(vermicompost)을 소개 중 (이미지 © : 이승호)


핀란드인에게는 생소한 식용 곤충 (이미지 © : 이승호)


실험용 농장 방문 (이미지 © : Christin Boggs)


실험용 농장 방문 (이미지 © : Tuure Parviainen)





한 가지 흥미로운 이벤트는 소세지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요리사 겸 도축가 로렌조 끼아띠(Lorenzo Ciatti)가 마련했던 장터를 찾은 사람들과 고기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는 옛날 유럽과 미국에 화이트칼라가 등장했을 때 외식 비중이 급속도로 늘었고, 그와 함께 안심과 등심을 선호하는 문화 처음으로 생겨났음을 지적하며, 이는 식당에서 많은 수의 손님을 받아 빠른 속도로 같은 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가장 쉬운 부위일 뿐이며 이 부위가 맛으로 보았을 때 가장 좋은 부위가 아닌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쇠고기 생산과 소비가 지구온난화와 수자원 부족 등 환경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인정하지만, 현재 보통 갈아서 햄버거나 미트볼로 소비하고 있는 소위 "잡육"이, 사실은 적절한 요리법을 거치면 널리 선호되고 있는 안심이나 등심 못지 않은 부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공업화된 현대 생산과 도축 문화에서 옛날처럼 도축과 요리가 다시 가까워지면 더 적은 수의 소를 키우고 더 작은 양의 고기로도 더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렌조 끼아띠(Lorenzo Ciatti)의 소세지 워크샵 (이미지 © : Tuure Parviainen)


로렌조 끼아띠(Lorenzo Ciatti)의 소세지 워크샵 (이미지 © : 이승호)





두번째 날에도 워크숍은 계속 되었다. 소르부스(Sorbus) 열매를 이용해 잼과 술을 담그는 워크숍과 핀란드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국적의 토마토를 맛보고 평가해보는 워크숍, 그리고 세네갈 음식을 함께 요리하며 느껴보는 워크숍도 있었다. 



로완 딸기라고도 불리는 소르부스는 헬싱키 시내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나무에 달리는 새빨간 열매로 가을이면 무르익어 시내에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한다.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미꼬 라욜라(Mikko Laajola)와 안띠 아호넨(Antti Ahonen)은 전통적으로 핀란드에서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이 열매로 와인을 만들어 먹곤 했는데, 수퍼에 가면 늘 잼과 술을 찾을 수 있는 편리한 현대 생활로 더 이상 이 열매를 사용하지 않게 되어 도심에도 먹을 수 있는 열매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며 참여자들과 함께 시내를 돌며 소르부스 열매를 수확하고 잼과 술을 담그는 과정이 음식과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소르부스(sorbus) 워크샵 (이미지 © : Christin Boggs)


소르부스(sorbus) 워크샵 (이미지 © : Christin Boggs)


소르부스(sorbus) 워크샵 (이미지 © : 이승호)


소르부스(sorbus) 워크샵 (이미지 © : Christin Boggs)


소르부스(sorbus) 워크샵 (이미지 © : 이승호)





다양한 사회적 실험과 리서치를 진행하는 디자인 팀 포리지 앤 포테이토즈 (Porridge & Potatoes)가 진행한 토마토 워크샵에서는 채소 및 과일 류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핀란드에 살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들어오는 토마토와 핀란드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를 종류별로 한 자리에 모아두고 함께 맛을 보고 비교하며 계절에 관계없이 1년 365일 제공되는 채소, 과일의 배경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식재료 수입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토마토 워크샵 (이미지 © : 이승호)


토마토 워크샵 (이미지 © : 이승호)





말린 생선부터 콩까지 다양한 재료를 함께 물에 불리고 다듬으며 세네갈 음식을 함께 요리해본 세네갈음식 투어는 환경학자이자 요리사인 셀리 웨이드(Saly Wade)가 직접 진행했다. 




세네갈 음식 투어 (이미지 © : 이승호)





둘째날 오후에는 푸디클의 하이라이트인 패널 토론은 헬싱키 청소년 센터중 한 군데인 하삐(Happi)에서 개최되었다. 패널 토론은 각 약 한 시간씩 진행되었는데 1. 육식 2. 음식 쓰레기 3. 문화 세가지 주제를 가지고 초청된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 대한 간단한 발표를 마치고 청중의 질문을 받아가며 진행되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질답을 듣는 시간을 가지며 음식 문화의 긍정적 발전 가능성을 논했다. 패널 토론이 끝난 뒤 진행된 라이트닝 톡스(Lightening Talks)에서는 음식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시민 10여명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각각 8분씩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의 모든 패널 토론과 라이트닝 톡스는 푸디클 홈페이지에서 비디오로 만날 수 있다. 



패널 토론 1: 육식 (좌 Anne-Maria Pajari, 우 이승호) (이미지 © : Christin Boggs)


패널 토론 2: 음식 쓰레기 (왼쪽부터 Miina PorkkaArto Sivonen, Andrew Paterson(이미지 © : Christin Boggs)


패널 토론 3: 문화 (왼쪽부터 Saly Wade, Porridge and Potatoes, Johanna Mäkelä, Aleksi Neuvonen, Amanda McDonald Crowley) (이미지 © : Christin Boggs)


패널 토론 (이미지 © : Christin Boggs)


패널 토론 (이미지 © : 이승호)


패널 토론 (이미지 © : Tuure Parviainen)





푸디클 행사의 마지막은 시민 환경 단체 도도(Dodo)의 도심 텃밭 깐또뽀위따(Käntöpöytä)에서 참여자들 모두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깐또뽀위따는 영어로 Round Table로 수 많은 열차 선로 중심에서 회전하도록 만들어진 둥근 원판을 지칭하는데, 도도는 헬싱키 중앙부에 위치한 빠실라(Pasila)역 뒷편, 버려진 옛 차고 앞마당에 지금은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이 열차 장비 위와 아래에 도심 텃밭을 일구었다. 도도는 이 곳에서 고추, 토마토, 호박 등 다양한 채소를 키우고 있으며 벌꿀 역시 생산하고 있다. 봄, 여름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이 식재료를 이용해 제공하는 점심과 브런치 식당이 열리기도 한다. 푸디클 행사 참여자들은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된 후 저녁에 모두 이곳으로 모여 야외에 설치된 벽돌 화덕에 다 같이 피자를 구워 먹는 시간을 가지며 이틀간의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피자의 재료의 상당부분은 푸디클 주최자들이 덤스터 다이빙(dumpster diving, 수퍼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거대한 쓰레기통에 모아두는데, 이 중 상당수는 먹을 수 있는 음식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예술가와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이를 주워 요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을 통해 얻은 식재료로, 마지막까지도 음식과 현대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깐또뽀위따(Käntöpöytä)에서의 저녁 (이미지 © : 이승호)


깐또뽀위따(Käntöpöytä)에서의 저녁 (이미지 © : 이승호)


깐또뽀위따(Käntöpöytä)에서의 저녁 (이미지 © : 이승호)


깐또뽀위따(Käntöpöytä)에서의 저녁 (이미지 © : Tuure Parviainen)


깐또뽀위따(Käntöpöytä)에서의 저녁 (이미지 © : Tuure Parviainen)




먹거리의 생산지와 소비지와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식재료의 대량생산과 공업화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들은 전세계적으로 먹거리에 관련한 일반인들의 걱정과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참치나 쇠고기 등 미래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는 식재료가 대륙과 대륙 사이를 넘어 이동하는 현 시대에, 우리네 인류가 가진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이해도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미래 세대를 위해 더욱 지속가능한 방향을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돕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YouTube에서 행사 동영상 보기


관련 홈페이지 Related Links


푸디클 (Foodycle) Link
픽셀레이크 (Pixelache) Link
루오안 뚤레바이수스 (Ruoan ) Link
이승호 Link 
아만다 맥도날드 크라울리 (Amanda McDonald Crowley) Link  

 

 

사진 Image courtesy

Christin Boggs Link
Tuure Parviainen Link 

Tag
#디자인 #과학 #예술 #푸디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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