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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 _ 최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



글  최두은


그림1. ‘POSY’, Flower Robotics, Inc., 2001년
Photo credit: Flower Robotics Inc. Photo: Masao Okamoto

‘포시(POSY)’(2001년)는 사람들에게 다가와 꽃을 나눠준다. 이 로봇은 어떤 로봇들처럼 잘 걷지도 화려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은 이 로봇을 유난히 기억하게 되는 것일까? 플라워 로보틱스(Flower Robotics, Inc.)는 로봇과 함께 살아 갈 멀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며 세 살배기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포시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어떤 존재이건 그 역할이 있기 마련이고 꽃을 나눠 주는 것이 포시의 존재이유이다. 그리고 이 꽃을 나눠 주는 행위가 만들어낸 하나의 의미 있는 사건 안에서 포시는 더 이상 하나의 건조한 사물이 아니라 우리와 감정을 나눈 관계 있는 대상이 된다.


그림2. ‘Palette’, Flower Robotics, Inc., 2001년
Photo credit: Flower Robotics Inc. Photo : Masao Okamoto


플라워 로보틱스는 이러한 감성적 로봇 기술을 쇼윈도우로도 불러들였다. ‘팔레트(Palette)’(2002년~)는 다가가면 다양한 포즈를 선사하는 마네킹 로봇이다. 옷에 관심이 있어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센서로 알아 차리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저장해 두었던 어울리는 움직임들을 선보인다. 화가에게 있어서 팔레트가 표현의 도구인 것처럼 마네킹 ‘팔레트’ 역시 쇼윈도우에서 주변 환경과 몸짓으로 소통하며 입고 있는 옷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드러내 준다.


그림3. ‘Palette’, Flower Robotics, Inc., 2001년
Photo credit: Flower Robotics Inc.


쇼윈도우로 들어온 또 다른 감성 작업으로 토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의 에르메스 스카프 디스플레이가 있다. 영상 속 인물이 입으로 바람을 불면 쇼윈도우에 걸려 있는 스카프 한 장이 가볍게 바람에 날린다. 그렇게 보는 이들의 마음도 흔들린다.


그림4. ‘Wind to Light’, by Jason Bruges Studio, 2007
commissioned and produced by onedotzero
commissioned by RIBA for Architecture Week [London] 2007
photo copyright: onedotzero


개인의 마음을 흔드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의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바람도 있다. 제이슨 브루지스 스튜디오(Jason Bruges Studio)의 ‘바람이 빛으로(Wind to Light)’(2007년)는 아주 작은 풍력 원동기 500개가 수백 개의 LED를 밝히는 인터랙티브 라이트 설치 작업이다. 런던 사우스뱅크에 있는 한 극장 옥상에 설치된 이 작품은 마치 반딧불처럼 도심을 비춘다. 빛이 매달린 막대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마치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람을 보는 듯 서서히 그 바람과 빛이 실어다주는 작가의 메시지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지구 온난화의 위기에 처한 환경 문제들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파고든다.


그림5. ‘Wearable Forest’, Ryoko Ueoka, Hiroki Kobayashi, Michitaka Hirose, 2008
photo copyright: Masaharu Hatta


또한, 도심으로 숲의 소리를 가지고 와 빛으로 발산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료코 우에카(Ryoko Ueoka), 히로키 코바야시(Hiroki Kobayashi), 미키타카 히로세(Michitaka Hirose)의 ‘숲을 입다(Wearable Forest)’(2008년)는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연결한다. 숲의 소리가 실시간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입고 있는 드레스에 전달되고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몸을 휘감는다. 이 때 소리는 드레스에 부착된 LED를 밝히며 또 다른 가상의 숲을 시각화 한다. 이 미디어 드레스를 통해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자연과 교감을 시작한다.


그림6. ‘Smoke and Hot Air’, Ali Momeni, Robin Mandel, 2008
photo copyright: Ali Momeni

한편, 알리 모메니(Ali Momeni)와 로빈 만델(Robin Mandel)의 ‘연기와 뜨거운 공기(Smoke and Hot Air)’(2008년)는 연기라는 감성적인 소재로 우리에게 전쟁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을 환기시킨다.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작가는 구글 뉴스로부터 “이란을 공격하라(attack Iran)"는 뉴스들을 끄집어 낸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기술을 이용해 이 뉴스들이 실시간으로 공간에 울려 퍼진다. 이 소리는 다시 마이크에 입력되고 해석되어 링 모양의 연기를 뿜으며 공간을 채운다. 이 연기 속에서 관객들은 가슴이 뜨거워진다.

지금까지 살펴 본 작업들의 공통된 특징은 기술 자체의 신기함이나 새로움이 아니다. 이 작품들에 사용된 기술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거나 혹은 아주 간단한 기술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새로운 발상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꾸기를 강요했고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어느 것 하나 확정적이지 않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화려하고 신기한 기술에 끌려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꿈꾸어 온 모든 것이 충분히 기술적으로 가능할 법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기술은 과연 무엇일까? 생명을 바탕에 두고 있어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마음이 나누는 사람의 마음으로 전달되고 그렇게 바뀐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함께 바꿀 수 있는 그러한 기술을 꿈꾸어본다.


[관련 사이트]
POSY & Palette

Hermes Air du Temps

Wind to Light

Wearable Forest

Smoke and Hot Air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Tag
#감성 #로봇 #마음 #새로운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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