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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바비(Normal Barbie)" 인형 Lammily

현실적인 몸매의 "보통의 바비(Normal Barbie)" 인형 래밀리(Lammily) 


금발 머리, 푸른 눈, 잘록한 허리,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의 소유자 바비 인형의 외모는 지난 50여 년간 어린 소녀들의 선망 대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비정상적인 신체 치수 때문에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바비 인형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주입한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여자아이들의 직업적 의욕을 약화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반영하듯, 최근 바비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으며, 바비에 대항하는 "보통의 바비(Normal Barbie)" 가 등장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레밀리(Lammily)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인형은 그래픽 디자이너 니콜라이 램(Nickolay Lamm)이 미국 19세 평균 여성의 신체 비율을 반영하여 만든 컨셉 이미지로 웹상에서 큰 반향을 얻은 후 크라우드펀딩(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을 통해 올해 겨울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작년 4월 리햅스닷컴(Rehabs.com)은 지난 50년 이상 소녀들의 롤모델로 여겨져 왔던 인형의 터무니없는 신체적 특징을 비판하면서 바비 인형의 신체 사이즈 비율을 실제 사람과 대비시켜 바비 인형이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여성을 묘사했는지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을 제작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바비인형의 머리 둘레는 22인치로 미국인 여성 평균보다 2인치 더 큰 반면 목은 두 배 길고, 6인치 가늘었다. 실제 사람일 경우 이러한 수치로는 머리를 지탱할 수 없다고 한다. 허리 치수는 더욱 비정상적이다. 바비 인형의 허리둘레는 16인치로, 미국인 여성 평균보다 무려 19인치나 적었는데, 이는 바비 인형의 머리 둘레보다도 4인치나 가는 수치이다. 이런 허리엔 간 반쪽과 창자 몇 인치 밖에 들어갈 공간이 없다. 또한, 3.5인치 손목과 6인치 발목으로는 무거운 것은 들어 올릴 수 없으며, 자신의 무게도 지탱할 수 없어 제대로 걷지 못하고 네발로 기어 다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비의 가장 큰 결점은 실제 사람처럼 스스로 설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바비 인형이 미의 상징이 됨으로써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다. 바비가 아이들의 자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은 지속적으로 발표되어 왔다. 2006년 발달심리학(Developmental Psychology)에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바비 인형의 이미지에 많이 노출된 어린 소녀들의 경우, 자신의 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인형을 가지고 논 아이들은 비현실적인 젊은 여성의 외모를 롤 모델로 삼고,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려 하게 되면서 훗날 거식증 환자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바비를 가지고 놀수록 ‘남자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어 이슈가 되었다. 오레곤 주립 대학(Oregon State University)의 오로라 셔먼(Aurora Sherman)과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 캠퍼스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의 에일린 주브리겐(Eileen Zurbriggen)이 발표한 "소년들은 어떤 직업이든 가질 수 있다(Boys Can Be Anything: Effect of Barbie Play on Girls" Career Cognitions)" 라는 제목의 연구는 바비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은 미래의 직업관이나 꿈을 저해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소박한 미세스 포테이토 헤드(Mrs. Potato Head)와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논 소녀들의 경우 남자아이들과 같이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반면, 바비 인형을 가지고 논 아이들의 경우, 그 바비가 의사 복장을 하였던 패션모델 의상을 입었든 간에 소년들보다 직업 선택에 있어 더 적은 선택의 폭을 보였다고 한다. 바비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광고와 달리 어린 소녀들도 바비 인형의 비현실적인 신체 비율과 성적인 특징을 인식하고 성의 역할에 대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바비 인형 제조업체인 마텔(Mattel)의 수석 디자이너 킴 컬몬(Kim Culmone)은 소녀들은 자신의 몸을 불가능한 체형의 인형과 비교하지 않으며 바비의 헤리테지는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바비 인형의 비현실적인 신체 곡선과 비율은 아이들이 갖고 놀기 쉽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여자아이들이 옷을 입히고 벗기기 쉽게 바비 인형의 몸을 비현실적으로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2014년 2월 패스트컴퍼니 인터뷰) (이에 대한 램의 대답은 기술의 발달로 인형의 의상도 얇아지고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얇고 딱 맞는 의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몇몇 바비 인형의 옷을 그의 인형에 입혀 봤는데 꽤 괜찮아 보였다고 한다.)

바비의 비현실적인 몸매에 대한 집중 사격에 대항하기 위해 마텔은 인형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새로운 캠페인을 런칭하였다. 캠페인의 주제는 ‘사과할 마음이 없는’이란 뜻의 ‘Unapologetic’으로 그들의 방향을 바꾸지 않을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새 캠페인은 바비를 ‘이 모든 걸 시작한 인형(the doll that started it all)’으로 지칭하고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의 수영복 특집호 발행 50주년 기념호의 잡지의 커버 모델로 실었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달 16~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완구 박람회(American International Toy Fair)에서 배포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수영복 특집호 1,000부의 특별 표지 모델로 등장시켰다. 마텔의 홍보 담당 미쉘 쉬도니는 "바비 인형의 몸매와 외모에 대한 비판들이 있지만, 이번 특집호를 통해 전설적인 바비 인형들과 바비 인형으로 표현된 위대한 여성들이 자신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과거의 업적을 축하하고 세상에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바비 인형의 매출은 가파르게 급감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내 매출이 40% 줄어든 것에 이어 지난해 4분기 판매 실적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하였다. LA타임스는 ‘바비인형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들이 받은 다양한 선물 중에서 ‘확실히’ 외면당한 선물이었다"라고 보도했으며, 허핑턴포스트는 ‘평화롭게 잠들다, 바비(R.I.P. Barbie)’라는 제목으로, 데일리 비스트는 바비의 55번째 생일에 ‘생일 축하해, 바비! 넌 끝났어(Happy BDay Barbie! You’re over)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마른 백인 금발 인형이 왜곡된 미의 기준이 되는 것을 비판한 사람은 니콜라스 램이 처음은 아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보다 현실적인 몸의 비율, 인종적인 다양성, 어린 소녀들의 나이에 맞는 모습과 같은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바비에 대항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바비는 팔리고 있고, 다른 대안들은 현재 구매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례로 High Self-Esteem Toy Corp사는 어린 소녀들에게 현실적인 몸의 이미지를 발전시키고 그들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비 인형보다 두꺼운 허리와 큰 발, 짧은 다리와 짧은 목을 가진 Happy To Be Me 인형을 제작하였으며, 실제 어린 소녀들의 외모에 화장을 하지 않은 Only Hearts Club 인형은 나이에 적합한 인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두 인형은 현재는 판매되지 않으며, 제작사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비 인형에 중독된 조카에 영감을 받은 호주의 디자이너 리 던컨(Lee Duncan)이 만든 Feral Chery 는 Ferals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환경 운동가를 모델로 한 인형으로 염색과 피어싱을 하고 랩스커트를 입은 히피스러운 인형이다. 좋은 반응을 얻어 1998년부터 생산되었으나 2006년부터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이 중단된 상태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반영한 캐나다 인형 믹시(Mixis)는 라틴, 유대인, 흑인, 일본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비가 백인의 얼굴과 몸매에 칼라만 바꾼 것에 비해 인종별의 외모상의 특징과 비율도 고려했다. 그러나 가격이 바비의 세배라는 점에서 바비 인형만큼 대중화되지는 못하였다.




‘사과할 마음이 없는’ 외계인 같은 바비 인형이 아닌 건강한 인간의 형상을 한 인형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에게 대안이 부족함을 느낀 피츠버그 출신의 아티스트이자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니콜라이 램 (Nickolay Lamm)은 “노말 바비(Normal Barbie)"를 디자인하게 되었다. 노말 바비는 “평균이 아름다운 것이다. (Average is beautiful)’’ 라는 모토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발표하는 미국 19세 여성의 평균 체형을 기준으로 제작되었다. 이렇게 새로 탄생한 인형의 이름은 래밀리(Lammily)로 건강미 있는 몸에 최소한의 화장, 그리고 런어웨이를 활보하는 모델이라기보다 공원을 달리는 활동적인 모습의 옷차림 인형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패션 인형의 대부분은 공주 드레스 혹은 파격적인 의상을 입죠. 저는 래밀리가 갭(Gap)이나 제이크루(J. Crew)같은 브랜드에서 디자인했을 법한 옷을 입히고 싶었습니다. 매일 입는 단순한 일상복이 인형의 옷이 못 될 이유는 없죠.” 라고 디자이너 램은 말한다.. 





니콜라이 램의 노말 바비 프로젝트는 세 단계로 진행되었는데, 시작은 작년 4월, 포토샵으로 바비 인형의 두꺼운 얼굴 화장을 벗겨 낸 후, 화장한 본래의 인형과 함께 보여 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두 번째 단계로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데이터를 토대로 19살 미국 여성의 신체 평균을 3D 모델링으로 표현하였고, 바비 인형의 인체 비례도 똑같이 모델링해서 둘을 나란히 놓아 비교하면서 바비의 인체 비례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바비의 가슴-허리-엉덩이 사이즈는 36-18-33인치, 19세 여성 평균치는 32-31-33인치였다.




몇 달 뒤인 7월. 니콜라이 램은 19세 여성 평균 데이터를 기준으로 3D 프린터를 사용하여 모형을 만들고, 포토샵으로 바비의 머리카락과 피부색을 정교하게 입혔다. 여러 각도에서 두 인형의 몸매를 비교했고, 마치 양산 제품인 듯 플라스틱 포장 상태로 둘을 비교하였다. 





니콜라이 램의 포토샵 프로젝트 노말 바비는 HuffingtonPost, Yahoo! Shine, Today, Time, LA Times 등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었으며, 큰 반향을 일으키며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 갔다. “어디서 이런 인형을 살 수 있냐?”는 문의가 빗발치자 니콜라이 램은 인형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CrowdtiltOpen)을 시작했다. 사이트 런칭 후 수많은 사람의 선주문이 쇄도했고, 하루도 안 되어 목표했던 모금액을 거의 채웠다. 5천 개의 레밀리 인형의 제작 비용을 위해 3월 5일 시작된 9만 5천 달러 크라우드 소싱 프로젝트는 목표액의 528%에 달하는 501,384달러를 모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현재 3D 디지털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되어 있는 래밀리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출시될 예정이다.
(펀딩 사이트: https://www.lammily.com/average-is-beautiful)




래밀리는 전통적으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비현실적으로 마른 바비 인형이나 극도로 성적인 특징을 강조한 브랏츠(Bratz) 인형에 대한 대안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더 큰 도전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갖게 하는 것일까?’ 일 것이다. 지금까지 평균 사이즈의 인형들에 대한 시도는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램은 이제까지의 실패가 ‘평균 사이즈"라는 슬로건이 아이들에게 어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인형을 통해 교육적인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쿨하고 멋있는 인형인데 보통의 체형을 가지고 있는 인형을 만들고자 하였다. 추후 광고 캠페인과 온라인에 적용될 모든 이미지와 제품, 패키지도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디자인할 예정이다.




래밀리의 디자인너 램은 ‘이런 종류의 인형은 당신의 딸에게 평균 사이즈의 인형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하였다.

* 이미지 출처ㅣ Fasrcompany.com 

* 관련 기사
[서채홍의 디자인커뮤니케이션 25] 바비 인형에 대적하는 보통 사람 몸매 인형 만들기 –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특별한 방법
 http://acase.co.kr/2014/03/21/barbie/

 Lammily의 디자이너 Nickolay Lamm의 홈페이지
 http://www.nickolaylamm.com/lammily_style/ 
   
 H
uffingtonpost의 "Normal Babies" 기사 
 http://www.huffingtonpost.com/2013/07/01/normal-barbie-nickolay-lamm_n_3529460.html


 안티 바비의 역사
 http://www.fastcodesign.com/3027323/a-short-history-of-anti-barbies 

 바비 인형 리드 디자이너 Kim Culmone 인터뷰
 http://www.fastcodesign.com/3025620/barbies-lead-designer-defends-barbies-crazy-proportions  

 바비 인형과 실제 사람의 신체 사이즈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http://www.fastcocreate.com/1682837/infographic-see-how-barbie-stacks-up-against-an-average-real-woman 

 바비 인형이 아동의 자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
 http://www.willettsurvey.org/TMSTN/Gender/DoesBarbieMakeGirlsWantToBeThin.pdf 
   
 

Tag
#완구 #인형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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