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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과 유리의 도시를 넘어 _ 권경은

철과 유리의 도시를 넘어
: 건축 재료의 새로운 방법들



글  권경은


10여 년 전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을 찾았을 때, 아름다운 정원에 앞서 입구에서 방문자들을 맞던 거대한 성벽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을 이겨온 석재들은 성벽에 존재감마저 주며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건축이 인간의 감성에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건축을 구성하는 재료가 가지는 물성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건축 재료는 생산과 구축 방식, 그리고 형태를 결정하고 이는 도시의 모습을 형성한다. 철근 콘크리트의 개발이 조적 방식으로 지어지던 기존 건축 방식에 가소성을 줌으로써 중력의 한계로부터 벗어나 형태적 표현의 자유로움을 주었던 것처럼 현재 재료들에 대한 새로운 기법과 실험은 도시와 건축의 모습, 그리고 인간이 환경을 점유해 나가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재료의 물성에 대한 도전

콘크리트와 함께 철과 유리의 대량 생산은 각각의 형태적 가소성, 투명성, 그리고 경량성이라는 고유 성질을 통해 현재 우리의 도시 모습을 형성해 왔다. 각기 장점이 있는 만큼 물성이 가지는 한계 또한 있을 수 밖에 없었기에 건축가들은 구조체를 지지하기 위한 중력과의 싸움, 외부 환경의 차단, 쾌적한 내부환경을 위한 제한된 자연의 유입 등의 건축적 목적을 위해 재료들의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진화되는 기술력은 물성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재료 사용의 기존 관념들과 도시 모습을 변화시킨다.       
 

그림1. 빛 투과 콘크리트 (LiTraCon 사)

콘크리트는 뛰어난 가소성을 가진 구조재로서 건축물이 중력을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해주지만 한편으로 환경과의 단절을 야기하기도 한다. 리트라콘(LiTraCon)사는 콘크리트의 재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유리의 성격을 혼합하여 빛을 투과시키는 콘크리트(Light-Transmit Concrete)를 개발했다. 구조적 한계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콘크리트 재질에서 한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불투명성 재질의 투명성으로의 전환은 현재 금속재를 통해 보편화되고 있다. 타공판(Perforated Metal)은 철의 차가운 보호막으로서의 이미지 너머 얇은 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금속 표면에 수많은 구멍을 뚫는 이 방식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알루미늄, 구리 등 다양한 금속재에 적용된다.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드 영(De Young) 미술관은 건물의 전면을 구리 타공판으로 마감했기 때문에 빛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 2. 샌프란시스코의 De Young Museum (Herzog & de Meuron)

이 미술관의 외벽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구멍들의 형태가 일률적이지 않다. 디지털 공정(Digital Fabrication)의 기술에 의존한 이러한 효과는 타공판의 패턴과 실현의 스케일에 자유를 주었고 이 재료는 도심에서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간다. 아틀리에 히토시(Atelier Hitoshi)는 자연의 이미지 그대로를 펀칭(Punching)해서 일종의 벽화를 만들어내고 철판으로 이루어진 이 벽화는 빛을 조절하는 스크린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이 빛을 통해 이미지를 명확히 표현해 낸다.  
 

그림 3. Aoba-tei 내부 전경 및 전개도, 패턴 확장도 (Atelier Hitoshi)

현대 도시의 벽화라 부를 수 있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는 움직이는 이미지들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한편, 투명성 때문에 내부와 외부의 시각적 연계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디어 파사드가 커질수록 건축 내부 환경은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유리가 가지는 투명성을 유지하며 이미지 투사가 가능한 스크린이 개발됐다. A2aMedia사의 미디어 매쉬(Media Mesh)는 LED가 장착된 일종의 와이어들로 이루어진 스크린으로 건물의 유리 커튼월 앞에 설치되어 시각적 투과를 유지하며 동시에 이미지 투영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 4 (좌) Media Mesh 상세 (A2aMedia 사), (우) T-Mobile Headquarter (Peter Schmitz)

유리는 건축물이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환경 변화의 물리적 대응에는 유연하지 못하다. 양수인과 데이비드 벤자민(David Benjamin)은 우레탄 고무와 형상 기억 합금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재료 자체의 움직임을 접합하여 환경에 반응하는 살아있는 유리(Living Glass)를 고안했다. 이 유리는 실내의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하고 그 양에 따라 틈새가 벌어지는 정도가 변하며 외부 공기의 유입량을 조절한다.  
 

그림 5. Living Glass (양수인 / David Benjamin)

경희궁 앞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움직임은 회전시의 무게와 뒤틀림에 의한 파괴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다. 이런 면에서 막(Membrane)으로 이루어진 표피는 이 파빌리온의 운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리스 보세(Chris Bosse)는 간편한 운반과 시공이 가능한 막 구조를 흥미로운 형태로 실험했다. 총 중량 17kg의 이 구조물은 설계시 디지털 공정(Digital fabrication)을 통해 최종 설치 시 형태를 예상하여 제작되고 포장, 배달된 후 현장에서 인장(Tension)에 의해 3차원의 구조물을 형성했다.  
 

그림 6. Entry Paradise ( Chris Bosse )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 출력되는 건축(Printing Architecture)


그림 7. (좌) 3D Printer (Z Corp 사), (우) 디지털 공정실험 (GSD)

디지털 공정의 실험에 쓰이는 도구 중 3D 프린터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조각하는 기계인 이 도구는 컴퓨터 프로그램상에서 만들어진 형상을 그대로 3차원으로 출력한다. ‘High-density calcium carbonate’ 라는 재료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형태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건축 분야에선 자유로운 형태의 실현 가능성과 개별 요소의 생산 방식 연구에 대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크기는 제한되어 있어 아직 실험실에서의 모형 제작에만 쓰이고 있으나 일정 정도의 건축 구조적 강성을 가지는 재료로 대체되고 건축 스케일의 하드웨어가 개발된다면, 나의 집은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출력될 수 있을 것이다.



권경은_ KSWA (Kyu Sung Woo Architects)

MIT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한 건축 설계 방법론 연구를 통해 건축 석사 학위를 취득 후, 현재 미국 캠브리지 소재의 KSWA에서 Associate재직 중이며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의 Project Architect로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Tag
#건축 #재료 #콘트리트 #유리 #미디어 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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