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지하철인 영국 런던의 지하철(London Underground)은 1863년에 처음 개통하여 작년에 150주년을 맞이했다. 런던은 1850년경에 교통체증이 심했는데 이는 영국 철도 종점 역이 런던 외곽에 있어 기차를 타고 런던에 온 승객들이 런던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교통 체증 문제의 해결책으로 지하철을 개통하였고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내 곳곳을 연결함으로써 도시 경제 성장에 근간이 되었다. 또한, 도시 외곽에 새로운 노선을 개통하면서 주거지역이 새로이 조성되었고 작은 도시였던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에서 32개의 특별 구를 포함하는 그레이터런던시(Greater London)로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런던 지하철의 오랜 역사는 도시가 발 빠르게 변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런던을 여행 온 사람들은 지하철의 낙후한 시설에 놀라곤 한다. 열차가 승차장에 진입할 때면 뿌연 연기가 목을 답답하게 하고 좁은 출입구를 통해 열차 안에 들어가면 열차 폭이 좁아 발 딛고 서 있을 곳을 찾기도 마땅치 않다. 냉방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여름엔 환기가 되지 않고 와이파이는커녕 네트워크 신호마저 잡히지 않는다. 세계적인 글로벌 도시이자 가장 중요한 금융 지구 중 한 곳이라는 도시의 명성과는 달리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설된 깊은 층(deep level)노선 터널이 굉장히 좁기 때문이다. 150년 전 처음 지하철을 개통할 당시엔 런던이 지금과 같은 대도시가 될 것으로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터널 면적이 정해져 있다 보니 열차에 최신 기술을 탑재할 공간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런던 교통공사 (Transport for London, TfL)는 이러한 한계 속에서 현재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열차 디자인을 디자인 컨설턴시 Priestmangoode 에 의뢰했다. 

[©Priestmangoode]

기존 열차 디자인과 차별화된 기능 3가지

1. Walk-through carriage

열차 칸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다른 칸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추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2. Air conditioning

객차 사이 간격이 사라지면서 확보한 추가 공간에 냉방기술을 탑재했다.

3. Double door

출퇴근 시간에 밀려드는 승객을 수용하려면 열차에 내리고 타는 시간을 최소화하여 배차 간격을 좁혀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출입문이 양쪽으로 열리도록 디자인했다. 

[©Priestmangoode]

Priestmangoode는 세계 각국의 대중교통 디자인과 항공기 내부 디자인 경험 등을 바탕으로 3년간 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열차가 실제 도입될 2020년도부터 앞으로 30~40년간 이용하는 데 손색없도록 디자인의 심미성, 효율성과 유지 가능성까지 고려했다. 런던의 상징적인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챠콜 그레이, 웜 그레이, 버건디 색상을 열차 내부에 사용하여 런던의 디자인 정체성을 담고자 했다. 열차 전면과 객차 내부, 출입구 부분에 LED 라이트를 사용하여 디자인에 모던함을 더했고 출입문이 열리고 닫히는 때에 따라 LED 라이트 색상이 바뀌어 사고나 열차 운행 지연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아름답고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런던의 새 열차 디자인이 도시 대중교통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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