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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함께 살고 볼 일이다 ③] 어린이 교통안전에 '초록불'을 켜주세요

어린이들의 통학로. 어른들에게는 그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차도와 인도, 신호등이 있는 도시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 가득해서 매일 같으면서도 매일 다른 모습을 한 공간입니다. 따라서 어린이들의 일상과 발달단계 별 특성 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어린이 교통안전 신호등은 아직 ‘빨간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어린이(12세 이하)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11,054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사고 건수가 2020년 8,400건으로 크게 줄었으나 다시 꾸준히 늘고 있었습니다. 사망자 수는 줄어들었지만 부상자 수는 사고 건수와 비례하게 늘고 있었죠.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며 주춤했던 교통사고가 일상 회복 단계로 접어들며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기본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자료입니다. (자료 출처: TASS 교통사고 분석시스템(taas.koroad.or.k))

 

어린이 보행자 교통사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3,856건으로 정점에 달했던 2019년에 비해 2020년 사고 건수는 2,079건으로 뚝 떨어졌지만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고, 부상자 수 또한 비례하며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의 경우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원년이 2020년 이후 교통사고 발생률이 안심할 만큼 줄어 들었다는 유의미한 지표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의 88%가 시속 30km 이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는 △주변의 교통상황을 관찰하거나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속도와 거리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지 못하다, △상황 판단력과 운동 능력이 약하고 추상적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행동 특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행동 특성은 위험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떻게 교통안전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보호자의 고민도 필요합니다.

 

호주에서는 초등학교 등•하교 시 방향이 같은 어린이들이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의 보호 아래 집단 보행하는 ‘워킹 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가 제도로 정착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세이프티 타운(Safety Town)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이가 통학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지도 형태의 플래시 게임은 물론, 어린이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와 보호자에게 최적화된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어린이와 교사, 보호자에게 최적화된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Safety Town” (자료 출처: www.safetytown.com.au)

 

영국에서는 정부에서 공식 지정한 교통안전 캠페인 ‘THINK!’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전벨트 착용 장려부터 과속, 음주, 어린이 교통안전까지 폭 넓은 교통안전 캠페인을 진행하며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연령별 특성에 맞춘 교보재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 전역의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교통안전 자선단체 ‘브레이크(Brake)’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과 부상자를 지원하고, 어린이 교통안전에 관해 다양한 캐릭터 개발하며 ‘제브라스(www.brake.org.uk/zebras)’라는 개별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맨 왼쪽부터 차례로) 영국 정부가 공식 지정, 운영하고 있는 “THINK!”, 영국 교통안전 자선단체 ‘Brake’와 Brake에서 운영하는 ‘Zebras’ 

 

(자료 출처: www.think.gov.uk | www.brake.org.uk | www.brake.org.uk/zebras)

 

한편, 우리나라에는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 TASS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TAS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이 있습니다. 교통사고 통계에 대한 이해부터, 교통안전지도 및 교통안전보고서 만들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교통안전지도와 교통안전보고서를 만들면서 통학로를 점검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자신이 오가는 통학로를 자세히 탐구하는 동안 위험한 것과 안전한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지만 운영 주체의 특성상 교통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맨 위) “어린이 TAS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메인 화면, 어린이 TASS에서 어린이가 직접 만든 교통안전지도(아랫줄 왼쪽)와 교통안전보고서(아랫줄 오른쪽) (자료 출처: taas.koroad.or.kr/childTaas)

 

현대자동차에서 운영하는 ‘키즈현대’ 사이트에서도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실련’, ‘로보카폴리’와 함께 진행하는 교통안전 캠페인은 2011년 처음 교육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약 82개국에 방영된 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취학 아동을 위한 교통안전 교재를 제작, 무료로 배포합니다. 교통안전 뿐만 아니라 놀이안전, 사이버안전, 생활안전, 학교안전 등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안전 콘텐츠를 제작하여 공유하고 있습니다.

 

 

 △ (맨 위) “어린이 TAS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메인 화면, 어린이 TASS에서 어린이가 직접 만든 교통안전지도(아랫줄 왼쪽)와 교통안전보고서(아랫줄 오른쪽) (자료 출처: taas.koroad.or.kr/childTaas)

 

서울시 동작구청에서는 아동이 생활 속에서 위험요소와 안전요소를 구분하고 인지함으로써 스스로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험형 안전교육 프로그램인 “안전공감지도” 매뉴얼과 리플렛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안전공감지도는 단순히 안전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동의 일상에 공감하는 지도(指導)를 바탕으로 아동의 관점에서 안전공감지도(地圖)를 제작함으로써 안전한 태도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었습니다. 어린이들이 통학로를 직접 조사하면서 안전한 공간과 위험한 공간을 명확하게 인지함으로써 위급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안전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 교사(보호자)가 먼저 알아두어야 할 아동 안전정보, 어린이들과 함께 만든 안전공감지도를 실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함으로써 1회성 체험학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전체가 안전에 관심을 갖고 안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 동작구청에서 제작한 ‘안전공감지도’ 매뉴얼과 리플렛 (자료 출처: 서울시 동작구청 도시계획과)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 모두 어린이가 오가는 모든 길이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이 스스로 교통안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캠페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분명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인데 어른이 먼저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보호자가 먼저 학습하고 가르쳐줘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누굴 먼저 가르치느냐의 문제는 닭과 달걀과 같을 수 있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먼저 배우고 아이에게 알려주느냐, 어린이가 먼저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무뎌지기 쉬운 안전을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 반복하고 있다는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게 다가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안 그래도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안전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어린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필요한 안전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지나왔지만 기억나지 않는 유년기의 학교생활을 꺼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한 안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 자료 출처: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국회의원(충남 아산시 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아 발표한 ‘2017~2022년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구간별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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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자료제공: 오세이프(www.osafe.kr)

[어린이와 함께 살고 볼 일이다]는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오세이프가 공동으로 기획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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