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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잇]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디자인의 미래라고 생각했을까?

 

미션잇의 MSV(Meet Social Value) 뉴스레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원문 및 출처는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부터 접근성의 미래와 장애 포용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어빌리티 서밋Ability Summit을 개최해왔다. 어빌리티 서밋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접근성 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23년에는 2015년에 발간한 포용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여, 인지 고려를 중심으로 한 포용적 디자인 가이드북(Microsoft Inclusive Design for Cognition Guidebook)을 발간했다. 이와 함께 미디엄Medium에 기고한 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인 팀은 포용적 디자인의 다음 단계는 ‘인지’라고 소개 한다. 

 

“Inclusive Design’s Next Chapter: Design for Cognition”

 

사실 포용적 디자인은 지금까지 주로 물리적인 영역에 집중되어 왔다. 1990년대에 주류를 이루었던 유니버설 디자인의 일곱 가지 원칙은 주로 제품이나 공간 디자인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인지Cognition’는 정신의 영역이다. 겉모습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는 것에서부터 보이지 않던 영역까지 디자인의 지평을 넓혀가려는 노력은 어떤 배경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2024 ability summit은 3월7일에 열린다. 현 마이크로 소프트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발표자로 참여할 정도라면, 얼마나 접근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정말 반갑게도 <안전> 호에서 우리와 인터뷰를 했던 카렌 브랫마이어도 연사로 포함되어 있다. © microsoft

 

 

정신의 과정을 나타내는 ‘인지’ 

인지란 무엇일까? 머릿 속으로 의미를 규정하는 데 조금 생소할 수 있다. 인지라는 단어는 한자 알 인認 자와 알 지知 자가 동시에 들어간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안다’, ‘이해한다’ 라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사전적정의를  찾아봐도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 일차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인지 심리학이나 인지 과학에서의 ‘인지’는 이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갖는다. 인지는 단순히 알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선 ‘정신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는 영어 사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는 인지(Cognition)를 ‘지식과 이해가 마음 속에서 발달하는 과정’으로,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에서는 ‘의식적인 정신 과정의 사용’으로 설명한다. 두 사전 모두 인지가 단순한 지식의 획득이나 이해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결정을 내리는 등의 복잡한 정신 활동을 포함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클루시브 디자인 가이드라인에서 인용한 영국의 인지 기능 평가 소프트웨어 회사인 케임브리지 코그니션(Cambridge Cognition)은 인지를 ‘정보를 얻고, 저장하며, 다루고, 다시 찾아내는 일련의 정신 활동’으로 정의한다.

 

이처럼 인지의 정의를 상세하게 소개한 이유는, 앞으로 우리가 지속해서 언급하게 될 핵심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인지를 고려한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이고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까?

 

  

 

 

 

반성. 그 동안 우리는 특정 방식만 강조해 왔다

 

 

 

인지를 고려하는 디자인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력의 차이를 고려하여, 모든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더 쉽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디자인 접근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제품을 개발할 때 많은 경우 평균적인 사용자의 인지력을 고려하여 진행했다. 기술 진보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의 ‘디지털 인지력’ 차이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메뉴 구조. 한 화면에 너무나 많은 정보량. 입력한 정보를 수정하는 복잡한 방법 등. 그러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혹 이와 다른 신경 발달 특성을 가진 여러 사람들은 다른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렇게 평균적인 사용성을 고려한 ‘특정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ADHD를 가진 사람에게 더 잘 작동하는 집중된 경험을 만들 수 있다면, 모두에게 효과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전 세계 약 20%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다양성 커뮤니티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전세계 인구의 20%는 다른 신경 발달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위와 같이 추정했는데, 사실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장애에 대한 통계 자체도 국가별로 다르고 인식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살펴본다면 상당히 많은 인구가 이에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가이드 특징은 특정 의학적 진단명이나 장애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이유는 ‘동일한 진단을 받았더라도 해당 증상은 한 진단 안에서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 하지만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해 하기 위해 사용자를 나눠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인클루시브 디자인 사용자를 구분할 때 세 가지로 나눈 적이 있다. 첫째, 선천적,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된 사용자로 반영구적으로 제약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 둘째로 생애 주기적인 요인으로 신체적 노화나 혹은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의 사람들. 마지막으로 일시적인 주기로 사고, 혹은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제약을 경험하는 사용자들. 이러한 분류를 ‘인지’에 적용하면 사용자들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다. © msv 이동

 

우선 의학적으로 진단받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 예를 들어 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난독증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용어지만 서구권에서는 이를 신경다양성 Neurodiversity 사용자들이라 칭한다. 혹은 발달적 조건 Developmental Conditions에 영향을  받은 사용자들이라고도 말한다. 설명하자면, 사람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뇌의 구조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개인의 학습과 의사소통,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감정 조절 능력 등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게 어린 시절 진단되며, 증상은 평생 지속되기도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ADHD 환자의 경우도 2018년 약 7만명에서 2022년에는 15만명 수준에 이르며 5년 사이 92%가 증가 했다는 통계가 있다. 

 

둘째로, 생애주기적인 요인에 따라 나이가 들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인지적 기능의 감소나 치매와 같은 조건의 사용자들이 있다. 치매 환자 역시 2017년 약46만명에서 2021년 60만명을 넘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셋째로는 일시적 상황에 따라 인지에 차이가 생긴 사용자들이다. 여행자가 전혀 모르는 언어권 나라에 갔을 경우, 어떻게 이동해야하는지, 어떻게 주문해야하는 지 난감할 수 있다. 혹은 누구나 수면 부족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인지 다양성을 고려하는 디자인은 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될 것

 

 

차량 대시보드를 사용자마다 인지하는 정도는 꽤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가이드라인에서는 인지 다양성을 고려하는 디자인이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 언급한다.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시대.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선호 하는 행동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리 레시피 습득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체계적으로 구성된 오프라인 클래스를 선호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는 레시피를 원할 수 있다. 온라인 레시피에서도 일부는 일류 셰프 레벨의 레시피를 찾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간단하고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선호할 것이다. 이처럼 취향과 동기가 다를 뿐더러 인지력에 따라서는 어떤 사용자는 단계별 쉬운 설명을 선호하는 반면, 다른 사용자는 핵심 내용을 빠르게 설명을 듣고자 할 수 있다.

 

자동차는 어떨까? 주의력 결핍이 있는 사용자라면, 차량 내 대시보드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시각적 정보를 단순화 하고 직관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운전자 안전과도 연결된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뿐 아니라 약을 처방 내리는 약사나 간호사와 같은 의료 전문가 사이에서도 인지력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약품 패키지에 직관적인 색상이나 아이콘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외에 뷰티 제품, 패션, 식품 등 산업군별 적용가능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인지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전 산업 영역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마치며

인지 다양성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 필요

 

지금까지의 포용적 디자인은 대부분 물리적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턱, 경사로, 손잡이 사용성 등. 그러나 신경 발달 단계가 다른 많은 사용자들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물론 전자의 영역에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가능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언급처럼 사용자들이 제품과 서비스와 상호작용을 하는 데 경험하고 있는 가장 큰 간극이었던 ‘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수라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인지력 차이가 있는 다양한 사용자들을 만나고 이들의 경험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 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기술에 앞서 사용자의 내면을 파고드는 근본적인 관점 중요

 

마이크로소프트 가이드라인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기술적 구현과 가능성을 알기 전에, 사용자의 마음, 내재된 동기를 읽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초개인화시대의 최적화된 맞춤형 경험 제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디자인을 넘어서 인지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

 

초개인화 시대에 맞춰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앞서 의약품, 자동차, 뷰티, 교육 산업을 예시로 들었지만 인지 다양성에 대한 고려는 모든 산업 분야로 확장될 것이다. 국내에서 포용적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글로벌 동향을 반영했을 때 향후 몇 년 사이에 인지 다양성에 대한 고려도 확산될 것으로 여겨진다. 


글 :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까지 디자인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미션잇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공부했다. 현대 사회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MSV를 발행하며 시선의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출처 : 미션잇 msvinsight.com

원문기사링크 : msvinsight.com/microsoft-cog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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