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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야콥슨의 발자취

3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기온은 영상 5도 밑을 맴돌고 있다. 북유럽의 봄은 늦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봄이 가까워질수록 추위는 더 깊어지고 지난 여름의 기억은 더 진해지기 마련이다.

 

아르네 야콥슨이 디자인한 오후스 시청사 내부 (사진: 배준향)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가는 교외선 기차를 타고 클람펜보 역에서 내리면 한쪽 편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예전에는 왕의 사냥터로 쓰였고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쓰이는 뒤어해운이다. 뒤어해운은 직역하면 사슴정원이란 뜻인데 숲속에 수백 마리의 사슴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울창한 숲이 주는 싱그러운 공기와 자유롭게 숲속을 돌아다니는 사슴을 보며 숲의 중심에 있는 성을 향해 걷다가 보면 클람펜보 해변이 나온다. 여름날 이른 아침 아침 해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동쪽 해안으로 떠오른다.  한낮에는 어쩌다 찾아온 북유럽의 흔하지 않은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가득한 해변이지만 이른 아침시간에는 고요하기만 하다.  침낭만 가지고 한데서 밤을 지새운 어느 젊은 커플과 이른 아침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중년의 여인, 그리고 물끄러미 뜨는 해를 바라보는 어느 노인만이 넓은  해변을 차지하고 있다.  노인과 젊은 커플은 주섬주섬 옷을 벗고는 이른 아침 수영을 즐긴다.  마치 흘러간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클람펜보 해변에 위치한 아르네 야콥슨 디자인의 인명구조타워. (사진: 배준향)

 

 

 

 

아르네 야콥슨이 디자인한 클람펜보 해변은 벨뷔 해변이라고도 불린다. 아르네 야콥슨이 디자인한 벨뷔 극장과 야콥슨 식당 그리고 해변 경관을 가진 복합 주택지구. 1930년대에 디자인 되었지만 그가 디자인한 가구처럼 세월이 더해갈 수록 그 멋이 깊어간다. (사진: 배준향)

 

 

 

클람펜보 해변에서 추억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이른 아침의 햇살 때문만은 아니다. 클람펜보 해변은 실제로 1930년대 해변과 주변을 묶은 복합개발계획의 일부로 디자인 되었고 그 분위기를 아직까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디자인 계획을 이끈 사람은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슨이었다. 해변 앞의 벨뷔 극장과 그 옆의 식당, 아파트 그리고 해변의 탈의시설과 인명구조원 감시탑까지 아르네 야콥슨의 손길이 닿아 있다.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르네 야콥슨의 발자취는 덴마크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그곳은 회사들의 사무실일 수도 있고 시청이나 동사무소일수도 있고 교회일수도 있고 학교 일수도 있다.

 

아르네 야콥슨의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콜딩의 트랩홀트 미술관이다. 이곳에서는 야콥슨이 디자인한 여름집(별장)을 찾을 수 있다.  여름집은 북유럽에 널리 퍼진 문화로 바닷가 혹은 호숫가에 지어지는 간단한 양식의 집이다. 자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편의시설은 생략되는 경우도 많은데 전기가 없거나 화장실이 전통양식이거나 혹은 수도 시설이 없는 정말 자연친화적인 여름집도 있고, 현대적인 전기, 화장실이 갖추어진 곳도 있다. 아르네 야콥슨의 여름집은 기본적으로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곳이다.

 

1970년에 완성된 여름집으로 큐브플렉스라고 이름 지어졌는데, 약 10제곱미터의 모듈을 기본 단위로 이어 붙여서 전체 집을 만들도록 디자인 하였다.  기본적으로 모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집이 위치한 땅의 모양이나 방향,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모듈들을 이어 붙여 여름집의 건축단가를 낮추는 아이디어였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여름집을 위한 요구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야콥슨이 시범으로 만든 모듈은 코펜하겐 근처에 있는 야콥슨의 개인집의 부속건물로 개인적으로 이용되어 오다가 트랩홀트 미술관에서 구매해서 콜딩의 전망 좋은 피요르드에 놓이게 되었다.  

 

모듈형 구조로 이루어진 아르네 야콥슨의 여름집. (사진: 배준향)

 

 

콜딩 피요르드의 전망을 넓은 창을 통해 내려다 볼 수 있다. (사진: 배준향)

 

 

야콥슨의 여름집에서는 넓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작지만 편리한 부엌 구조와 아늑한 거실이 인상적이다.  미술관 안에 있는 집에서는 아르네 야콥슨의 가구들과 부엌 용품, 볼라의 화장실 디자인 등 그의 디자인을 만나 볼 수 있다.  용도가 여름집이기 때문에 벽난로 시설 외에 별도의 난방 시설은 없었는데 (덴마크의 법규상 여름집은 일 년 중 일부만 거주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일 년 내내 머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방문한 날이 꽤 쌀쌀한 겨울 날씨였지만 안은 전혀 춥지 않을 정도로 기본적인 단열 처리도 잘 되어 있다.  천장이 낮아서 약간은 컨테이너 박스처럼 답답해 보이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러한 면은 모듈의 단가를 낮추고 모듈의 이동과 조립을 쉽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면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단점은 넓은 창문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르네 야콥슨의 여름집은 가이드 투어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여름집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트랩홀트 미술관에서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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