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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디자인 _ 정영웅

디지털과 디자인



글  정영웅


디지털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우리도 알고 있듯이, 이진법을 기본으로 한 디지털의 원리는 사회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디지털 행위는 인도, 아라비아, 바빌로니아, 로마, 중국 등 다양한 장소에서 숫자의 형태로 등장하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만 1980년대 개인용 PC가 보급되면서 우리의 생활환경에 대한 디지털의 영향력이 크게 부각된 것이다. 종래의 역사학에서는 15C에 구텐베르그가 인쇄기를 발명한 사건을 인간의 사회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대표적인 업적으로 여기고 있다. 필자는1980년대 대중에게 개인용 PC가 보급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 또한 그에 버금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류가 수십 가지에 이르는 디자인의 세부 분야 중 디지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분야가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다. 제품디자인은 다시 자동차, 가전제품, 조명, 생활가구 디자인으로 나누어진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 또한 인쇄를 기반으로 하는 포스터, 책, 일러스트레이션, 패키지, 브로슈어, 잡지, 신문, 사진,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물론 스크린을 기반으로 하는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인터페이스, 인터랙션 등 그 영역이 다양하다.


디지털이 디자인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진법의 원리에 따른 디지털환경이 우리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디지털 환경으로의 진입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의 의미는 인간 주변의 환경을 이해하고 조작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다 정교해지고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발달한 디지털 환경은 인간이 상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과거에는 재현하지 못했던 상상 속 장면들을 더욱 사실처럼 느껴지도록 촬영할 수 있는 것도 디지털 환경의 발달 때문이다.

그림작업을 예로 살펴보자. 나뭇가지나 끌로 흙판에 표식을 하던 초기단계의 그림은 붓과 안료를 이용해 실제와 꽤 유사한 그림을 제작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다. 화학약품을 이용한 사진술의 발명은 이전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수준의 사실적 재현을 가능케했다. 현대사회의 사진술은 급기야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쉽게 이미지를 생산, 재가공 할 수 있게 되었다. 화학약품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날로그적인 사진이미지는 일단 현상 및 인화가 되면 다시 촬영하지 않는 한 가공이 현상, 인화에서 허용하는 정도만큼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디지털 사진을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색상, 형태, 명암 등을 다시 조절할 수 있다. 


그림 1. 사진: 배병우, 모션그래픽스: 이응, '태평양 설화지원 공간설치영상', 2008, ©배병우, 이응

이 때문에 또 다른 가공을 위한 모든 데이터를 가능하면 디지털의 형태로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의 특성을 이미지 생산뿐만 아니라 동영상, 사운드, 네트워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디지털 공간 등으로 넓혀 상상해보면 우리사회가 현대에 와서, 디지털 환경 이전보다 더욱 급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화는 점점 더 가상공간화 되어가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상호작용하는 영화도 등장할 것이다. 평면의 스크린에서 뛰쳐나온 입체영화는 벌써부터 등장하여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구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은 인간의 상상이 무한대로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 좀더 정교하고 다양한 조작을 가능케 해 준다.

요즘 산업디자인에서 중요한 경쟁분야로 인식되고 있는 GUI (Graphic User Interface)에 대해 생각해보자. 많은 디자이너나 미래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앞으로의 GUI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의 GUI디자인은 주로 시각적 작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스크린을 중심으로 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핵심이다. 그러나 기계의 인터페이스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닮아간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GUI 역시 오감을 기본으로 하는 디자인으로 진화해 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시각적 인터페이스는 물론 현재 보조적인 수단에 그치는 청각 장치를 보다 능동적으로 적용할 것이고 공간센서 인터페이스도 차츰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의 복잡한 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더욱 단순한 형태로 진화해 갈 것이다.
      

그림 2. 이응, 'The Kitchen', 삼성타운 Delight , 2008, ©이응

디지털 시대가 되면 인간의 시간, 움직임, 공간이 압축 됨으로써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의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정보를 구현하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기기디자인은 물론,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를 표현하는 디자인의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살펴보기로 하자. 인쇄매체를 이용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전파 혹은 전기를 이용한 네트워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보다 물리적 거리에 따른 제약이 크다. 종이신문매체와 인터넷뉴스매체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종이 책의 형태를 띄고 있는 사전과 CD-rom으로 만들어져 있는 사전이 차지하는 부피의 차이는 어떤가.비록 이것이 인간의 생활에 있어 매우 작은 부분으로 보일지라도 사전을 휴대하고 생활하는 것과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하고 복잡한 내용의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의 차이는 말할 수 없이 크다. 휴대폰에 있는 내용을 인쇄된 가이드북으로 변환한다면 과연 개개인이 휴대하고 다닐 수 있을까?

이미 흔한 용어가 된 유비쿼터스(Ubiquitous)에 대해 살펴보자. 과거에는 거실에 한대 놓여 있던 TV가 유비쿼터스 시대의 가정에서는 각 방마다 한대씩 구비된다. 휴대전화는 이미 개개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기업이 만들어내는 모든 가전제품은 상호 네트워크 연결을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는 과거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어감을 의미한다. 이젠 가정집 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무선 및 위성 네트워크를 통해 시공간 제약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림3. 정영웅, Bill Seamen, 'Communication & Space', 아트센터 나비 COMO, 2007, ©정영웅, Bill Seaman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디지털 환경의 진화에 따라 디자인은 어떻게 변해갈까?

디자인은 인간의 물질적, 비물질적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지금까지 시각, 청각, 촉각이 더해지는 순서로 발달해 왔으며 궁극적으로는 오감을 한꺼번에 아우르도록 발달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감각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디지털 환경이다.

사용자들이 복잡한 정보에 혼동을 일으키지 않고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의 구조 및 사용자의 시청각 그리고 촉각적 경험을 연구하는 UX(User Experience) 디자인과, 정지영상을 움직임으로, 더 나아가서는 상호반응영상으로 변환시키는 영상디자인, 여러 디지털 정보기기와 영상 그리고 센서를 이용해 공간을 보다 유기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디자인 등이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부상하고 있는 대표적인 디자인 분야다. 더불어 기능적 측면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심미적 측면의 디자인 분야 또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한 시각 혹은 청각 예술작업이 그러한 예이다. 이는 넓게 보면 인간의 예술분야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4. DSI, '인터랙티브 수족관', 2008, ©DSI


그림 5. 서동수, 'Light', 2001, ©서동수

디지털 환경과 디자인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발전해 가고 있다. 과거 인문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던 디자인 분야는 이제 수학과 컴퓨터  등을 다루는 공학 분야와도 가까워져 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디지털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의식에서 차츰 희미해져 가겠지만, 그 ‘실체’는 점점 더 우리생활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되어갈 것이다.



정영웅  서울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RCA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모션그래픽스를 강의 중이며 특히 kinetic Geometry를 대상으로 한, 움직임 시각언어의 기본원리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지속적인 이론연구와 작품연구의 주요 주제는 이성적인 논리와 감성적 표현을 결합한 오감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함께 디지털미디어의 가상공간과 물리적 현실공간의 관계를 이용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Tag
#디지털 디자인 #GUI #공감각 #유비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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