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스러운’ 또는 ‘여성스러운’ 이라는 수식어를 거부하는 젠더리스 룩이 2015년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젠더리스란 ‘성의 구별이 모호한, 중성적인’ 이라는 뜻으로 색상이나 핏에 따라 구분되는 남녀 의상의 경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젠더리스 룩의 대표적인 예로 빅뱅의 지드래곤을 꼽을 수 있는데 진주 목걸이나 치마,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같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이템을 자유자재로 믹스매치하는 독특한 스타일링을 통해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손꼽히고 있다. 남자가 화장하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이 금기시되던 때에 비하면 개인의 취향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관대해지고 있다.
영국 최대의 백화점 셀프리지는 젠더리스 트렌드에 따른 소비행태의 변화를 파악하고 ‘Agender’ 콘셉트스토어를 선보였다.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나뉜 쇼핑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남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5개의 새로운 컬렉션과 40개가 넘는 패션브랜드의 유니섹스 아이템을 본점 3층에 걸쳐 진열했다. 패션쇼장이나 부티크 숍에서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백화점에는 다소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이라 보인다.
ⓒ Selfridges
셀프리지는 콘셉트스토어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Kathryn Ferguson에게 ‘Agender’ 캠페인 영상 제작을 의뢰했다. 감독은 Dev Hynes와 Neneh Cheery가 작업한 ‘He, She, Me’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여 성별이 모호한 댄서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밀고 당겨지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헤르메스, 꼼데가르송, 알렉산더 맥퀸과 같은 브랜드 런웨이 무대, 리테일 환경을 디자인한 Faye Toogood이 공간디자인에 참여했다. 디자인이나 건축을 전공한 적이 없는 Toogood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공예가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이어 그물로 만든 외벽과 풀을 먹인 종이(papier-mâché)로 만든 추상적인 설치물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간 내부에 전반적으로 콘크리트, 말 털, 고무와 같은 원초적이고 날 것의 느낌을 내는 재료를 활용하여 피상적인 껍질을 제거하고 본연의 나 자신을 끌어내자는 ‘Agender’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 Studio Toogood
ⓒ Selfridges
매장의 옷은 모두 캔버스 재질의 덮개로 싸여있어 브랜드 이름, 종류, 색상, 치수, 가격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만 담긴 태그를 보고 덮개 안의 옷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액세서리도 흰 상자에 담겨 있어 백화점이라기보다 아카이브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디자이너 Toogood은 덮개나 태그와 같은 장치는 소비자가 브랜드 로고나 화려한 색상과 같은 시각적인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각자의 직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말했다.
ⓒ Selfridges
셀프리지의 과감한 시도가 실질적인 매출의 증가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서 오가는 대중의 긍정적인 평가만 보더라도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 때는 성공적이라 평가받고 있다.
ⓒ Selfridges
아래 링크의 셀프리지 온라인 샵을 통해 "Agender" 컬렉션을 둘러볼 수 있다.
http://www.selfridges.com/webapp/wcs/stores/servlet/FhBrowse?freeText=edit+agender&srch=Y&cm_sp=Campaign-_-AgenderLandingPage-_-The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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