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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 속 증강 현실 _ 이주연

미디어 아트 속 증강 현실



글  이주연


지난 해 말, 아이폰의 국내 출시에 발맞춰 각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모바일 디바이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서비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상 세계는 물리적인 실제 세계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혹은 독자적인 논리와 이미지를 통해 구현되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는 크고 작은 다양한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병렬적으로 존재해 왔다. 증강현실은 이 두 세계를 새로운 디바이스를 통해 물리적 현실 안에서 통합시키고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이러한 통합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식 중 하나로, 많은 유저들에게 그야말로 신기하고 편리한 서비스들을 속속 제공하고 있다. 

이미 상용화되기 시작한 ‘길 찾기’나 ‘여행 가이드’ 서비스에서는 스마트폰 유저가 실제로 걷고 있는 위치의 주변 지역 모습을 3차원으로 구현하고 그 지역의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앞으로는 여행을 할 때 지도를 출력해 가는 수고나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확장버전은 무한할 듯 하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인 ‘TwittARound’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위치한 환경 이미지를 읽어 자신이 등록(following)한 개인들의 위치를 그 위에 표시해 준다. 이러한 증강현실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금까지는 게임과 전자상거래 분야에 그 활용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TwittARound – An Augmented Reality Twitter Viewer' 동영상 보기

스페인 바로셀로나 Novarama라는 스튜디오에서 제작 중인 PSP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게임 'Invizimals' 동영상 보기

진화하고 있는 증강현실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적용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현재 다분히 유보적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증강현실 기술이 빠르게 상업화되면서 다분히 단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증강현실의 가능성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증강현실을 개념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작품은 오늘의 미디어 환경과 우리의 현실과 경험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하는 듯 하다. 예술가들은 물리적인 현실과 공존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다양한 형식의 스크린과 인터넷 접속을 통해서만 구현될 뿐인 가상적인 현실을 우리가 숨쉬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들을 멈추지 않았다.

1989년 제프리 쇼(Jefferey Shaw)가 가상현실 시스템을 이용한 기념비적인 작품 ‘읽을 수 있는 도시(Legible City)’를 발표한 이후에도, 고가의 케이브(CAVE) 시스템이나 특수 고글이 동원되어야 하는 가상현실 작품들은 작가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 되지 못했다. 오스트리아 린츠에 위치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에서 미디어 아트 작품 제작을 위한 VR시스템인 ‘Ars Box’를 개발한 경우가 있지만, 고글을 쓰고 캄캄한 방에 들어가 한정된 위치에서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오직 눈으로만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보는 것은 관객들에게 어지러움과 고립감만을 가져다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가들은 각자 가상현실을 고립된 세계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도들은 결과적으로 증강현실의 목적과 이상을 만나게 된다.


그림 1. Jeffery Shaw, Legible City (1989~1991) ©Jeffery Shaw www.jeffrey-shaw.net
그림 2. Jeffery Shaw, Eve, 1993, CAVE 시스템 전경 ©Jeffery Shaw
www.jeffrey-shaw.net

그 실험의 첫 번째 방식은 물리적인 공간에서 제2, 제3의 현실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마치 석공이 돌 덩어리에서 조각상을 이끌어내듯이 말이다. 스페인의 미디어 아트 작가 파블로 발부에나(Pablo Valbuena)의 ‘증강 조각 연작(Augmented Sculpture series)’은 일반적인 프로젝션 방식을 통해 조각 작품 위에 치밀하게 계산된 영상을 투사함으로써 현실 공간에 새로운 현실의 레이어를 더한다. 관람객들은 증강된 조각 앞에서, 공원에서, 시청 앞 광장에서 증강된 현실을 만나게 된다. 단지 물질적 덩어리가 투사되는 것이 아니라 두 차원의 현실이 공존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증강현실이 현실공간에 데이터의 세계, 이미지로 구현되는 가상현실을 중첩하고 혼재시킴으로서 우리의 세계를 확장한다면, 파블로 발브에나의 작품은 다층적인 레이어의 세계를 공존시키는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듯 하다.


그림 3. Pablo Valbuena, Augmented Sculpture, 2007, © pablovalbuena.com

파블로 발부에나, 'Augmented Sculpture' 동영상 보기


그림 4. Pablo Valbuena, Entramado, Urban Installation, Madrid, Spain, 2008 pablovalbuena.com
그림 5. Pablo Valbuena, The Hague City Hall, Urban Installation, 2008 pablovalbuena.com
© pablovalbuena.com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활동중인 미디어 아트 작가 마리 세스터(Marie Sester)의 작품 ‘빔(Beam)’은 작가의 내러티브에 따라 물리적 공간 속에 가상의 세계가 침투하고,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증강된 현실이 구성되는 방식을 관찰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수퍼 마리오, 벅스바니, 찰리 채플린 등 미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아이콘들은 관객을 물리적 공간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가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가 된다. 관객들은 게임 패드를 조작하며 이 아이콘들과 함께 기념비적인 역사의 순간이나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되며, 어느새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관객들은 특수 고글을 착용할 필요도 없고, 전시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순간 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 작품에는 조금 특별한 형태의 프로젝터가 사용된다. 보통 공연장에서 사용되는 360° 회전 조명기구를 개조하여 육면체의 전시공간에 이미지를 자유롭게 이동시킨다. 이러한 작가의 아이디어는 관객들을 한 공간에 정박시키는 대신, 현실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중첩시키고, 그 세계를 관객이 탐험하도록 한다. 
 

그림 6. Marie Sester, Beam, 2004~2008, © Marie Sester

마리 세스터, 'BEAM', 동영상 보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증강현실은 물리적 현실과 가상 현실 사이를 가로막는 스크린, 즉 디스플레이 방식의 혁신을 통해 단절되었던 두 세계를 연결시키고 있다. 또한 증강현실은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우리가 발 딛고 숨쉬고 있는 바로 이 공간에 구현 함으로서 우리의 실제 현실에 가상을 더한다. 따라서 증강현실에서 물리적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디스플레이 장치는 핵심적인 기술이다. 앞서 이야기한 마리세스터의 경우 독특한 영상 출력 방식을 통해 작품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러시아 출신의 작가 알렉세이 슐긴의 ‘슈퍼 i(Super i)’ 시리즈는 매우 영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 개발한 고글 형태의 HMD(Head Mounted Displays) 자체가 바로 작품이 된다. 보통의 경우 고글이 가상의 세계를 보도록 만드는 장치라면, 이 작품에서 고글은 바로 물리적 공간을 보기 위한 장치이다. 다만 ‘Super I’를 착용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제3의 세계로 변환된다. 즉 고글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바로 물리적 공간 그 자체이지만, 동시에 고글 없이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된다.


그림 7. Alexi Shulgin, Super I, 2008, © Alexi Shulgin

알렉세이 슐긴, 'Super-I Real Virtuality System' 동영상 보기

미디어 혹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철학은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함께한다. 증강현실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전과 함께 분명 부흥을 맞고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아주 작은 형태로 언제나 휴대가 가능하고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이상적인 디바이스 형태로, 그야말로 손 안의 가상현실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 새로운 가능성과 상상력, 그리고 엄청난 데이터 베이스를 실시간으로 결합한 엄청나게 증강된 현실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의미 없는 이미지의 중첩과 정보의 나열이 아닌 우리의 세계와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필요한 듯 하다.



이주연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에서 오직 ‘미디어 아트’로 특화된 비엔날레인 서울국제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미디어_시티 서울)를 세 차례나 진행했고, 미디어 아트 & 문화의 다양한 활동들, 생산자들을 매개하는 채널을 지향하는 앨리스온(
www.aliceon.net)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미술과 확장된 미디어 문화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Tag
#증강현실 #가상 #물리적 세계 #모바일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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