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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2009를 돌아보며 _ 스미토모 후미히코

요코하마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2009를 되돌아보며
International Festival for Arts and Media Yokohama 2009


글  스미토모 후미히코


[Creativity for Arts and Media]란

앞으로 문자뿐 아니라 영상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요코하마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에서는 이러한 동시대적인 주제를 “예술과 기록 매체를 위한 창조력(Creativity for Arts and Media)”으로 정의하고, 그 영문 약자인 [CREAM]을 로고 등에서 닉네임처럼 사용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해 왔다. 그러나 사진기술이 등장한 지 약 180년, 영화산업이 등장한 지 약 110년이 지난 현재,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할 때나 증언을 할 때, 혹은 역사상의 사실을 나타낼 때 영상이 수행하는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영상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은 현재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생산과 수용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 위해서는 영상과 사회의 관계를 그 역사 및 기능을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개인의 존재방식이 커뮤니케이션에 반영되는 실천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즉, 과거 읽고 쓰는 능력이 사회의 일부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던 시대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게 됨에 따라 문자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지식 전달 방법을 크게 변화시킨 것과 같은 현상이 현재 영상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페스티벌은 어떻게 영상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읽어내고, 그리고 어떻게 개인의 표현으로 연결시켜 나갈 것인가가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됐다.


전체적 구성에 대해

그림 1. 뱅크아트 NYK의 입구 전경, © Sumitomo Fumihiko

우선, 21개 팀의 아티스트 및 영화감독의 작품이 전시된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BankART Studio NYK) 행사장은 독특한 역사성을 띈 공간으로서 관람객이 걸어 다니면서 영상 작품을 감상하도록 구성했다. 또 다른 주 전시장인 신코 피어(Shinko Pier) 행사장에서는 세계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자연 및 인간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을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인터넷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아티스트의 작품과 CREAM 공모전의 수상작 등을 비롯해, 새로운 영상 표현 방식을 시도한 작품들이 전시, 상영되었다. 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한 후 실제로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해 표현하는 아티스트나 단체의 활동을 보거나 직접 영상 제작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행사를 구성했다. 즉 이곳은 D.i.Y(Do it Yourself) 개념을 도입,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서, 그 미디어를 스스로 활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행사 관람객이 단순한 영상의 감상자,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만들고 발언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두 개의 행사장은 성격이 전혀 다른 듯 하지만 영상 미디어가 갖는 사회적 특징을 의식하고 영상과 사회, 그리고 우리의 신체 간의 관계를 알아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어떻게 미디어를 사용해 나갈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추구했다.
물론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 전시장이 특별한 예술적 분위기를 갖는 일종의 갤러리 공간이었던 반면, 다른 전시장인 신코 피어는 거대한 창고 공간이었기 때문에 전시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시는 그러한 공간적 특성을 고려해 작품과 관람객의 관계에 차별을 두고 구성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요 행사장으로 도쿄예술대학의 상영실을 빌렸다. 이곳은 영화관처럼 객석에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11일간 총 21개의 프로그램을 상영했다. 피피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의 첫 장편영화와 CREAM 공모전의 응모•수상작품, 일본의 젊은 영화감독의 특집, 일본, 중국, 한국, 이집트, 영국 등 국내외 아티스트 및 큐레이터에 의한 셀렉션 프로그램 등을 상영했다.

이 밖에 주요 전시장과는 조금 떨어져 위성과 같은 역할을 하는 행사장이 두 군데 더 있었다. 이 위성 행사장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행사 관람을 위해 거리를 걷게 함으로써 일상생활과 영상표현 간의 관계를 의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보다 많은 사람에게 페스티벌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선 '고가네초 바자1-1 스튜디오'가 자리잡은 고가네초는 항구 도시답게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정착해 살고 있고, 이곳을 무대로 다양한 영화가 태어난다. 그리고 또 다른 행사장으로 노게야마 동물원이 있었다. 이 동물원은 랫서팬더, 낙타 등 인기 있는 동물들이 많이 있어 시민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는 무료입장 시설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백곰 우리와 옛날 노면전차를 전시에 활용함으로써 평소에는 미술관을 찾지 않는 사람도 이 행사장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요코하마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 던지는 질문

예술은 항상 사회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옳은 대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옳은 질문을 찾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알프레도 자(Alfredo Jaar)의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와 야마카와 후유키(Yamakawa Fuyuki)의 ‘The Voice Over’가 관객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전자는 영상을 둘러싼 현대사회의 문제를, 후자는 영상을 둘러싼 개인의 기억의 문제에 대해 뛰어난 방법으로 접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림 2. 알프레도 자(Alfredo Jaar)의 "침묵의 소리" 설치 장면, © Sumitomo Fumihiko

나는 이 작품들을 전시작으로 선정하는 데 있어서 설정한 개념을 ‘DEEP IMAGES’라고 명명했다. 그 이유는 단지 사물이나 사건의 표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숨어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능성을 표현해 내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영상은 사회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현실에 물음을 던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영상에서 깊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 영상을 체험한다. 거실이나 극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고 즐거운 체험이다. 그러나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에서는 이와는 다른 영상 체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과거의 기록을 축적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아카이브(archive)’라고 불리는 개념을 강조하거나, 사진•영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혹은 개인과 어떠한 관계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 있었다. 크리스티안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 왈리드 라드(Walid Raad), 피오나 탠(Fiona Tan), 양아치(Yangachi)의 작품이 그랬다. 
 

그림 3. 크리스티안 마크레이(Christian Marclay)의 "Video Quartet" 설치 장면, © Sumitomo Fumihiko

또 행사 기간 중에는 주말을 중심으로 많은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이러한 이벤트에도 본 행사에서 상영된 영상작품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코 피어 행사장에서는 오프닝 퍼포먼스로 ‘정전 엑스포(Black Out Expo)’라고 하는 젊은 아티스트와 퍼포머의 공동작업이 이뤄졌다. 이 작업은 우연성의 음악(chance operation)처럼 행사장의 곳곳에서 오브제가 움직이면서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넓은 행사장에서 무대와 관객석의 구분 없이 이뤄졌으며, 게다가 중간에는 행사장이 어둠으로 변했다. 그 어둠 속에서 관객이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보기 위해 서서히 움직이면서 댄서와 일반인이 구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가벼운 움직임에 의해 참여한 사람들이 능동성을 획득해 나가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또 음악 이벤트도 많이 실시됐다. 그 중 특히 ‘DEEP IMAGES’라는 이벤트에서 평소에는 언더그라운드 클럽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VJ들이 일본의 주요 공중파 방송인 NHK가 촬영한 방송 소재용 영상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NHK 크리에이티브 라이브러리’의 협력 하에 퍼포먼스를 한 것은, 향후의 영상문화의 향방을 생각하는데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 밖에 전시 오프닝 3일 동안 전문가가 참가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외 연구자와 영화감독, 아티스트를 초청해 영화, 예술, 미디어 고고학, 소프트웨어, 영상인류학, 소셜 액티비즘 등을 주제로 세션을 구성했다. 
 

그림 4. 시가 레이코(Shiga Lieko)의 "Canary series" 설치 장면, © Sumitomo Fumihiko

영상은 결코 화면 안에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바깥에 펼쳐지는 공간, 그리고 우리들의 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이루어져야 하는 미디어다. 즉, 표층적인 미디어인 영상에 대해, 그 틀의 외부와의 관련성에 주목해보자는 것이 이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 의도하는 바였다.


공모전과 랩

요코하마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특징을 갖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공모전이다. CREAM 공모전에는 전세계 42개국 992개 팀이 응모했는데,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영상 퍼포먼스, 인스톨레이션, 온라인 작품,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이 참가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전세계에서 응모가 이뤄졌는데, 참여 작품 중에는 현재의 영상문화의 저변이 얼마나 넓은지를 실감케 하는 자극적이고 독특한 접근방식이 많았다. 그리고 전문 분야가 전혀 다른 심사위원들이 향후의 새로운 영상 표현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작품을 선정해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 결과, 대상작으로 tumblr라는 웹 서비스를 사용한 21세 대학생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랩 스페이스(Lab Space)라 명명한 곳은 신코 피어 행사장의 제일 끝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에서는 평소에는 영상 제작 전문가가 아니지만 매스미디어 등이 다루지 않는 주변적인 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행사 기간 내내 참가해, 행사장에서 각자의 활동을 하면서 비디오나 인터넷 중계 등 영상 미디어를 사용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래피티 연구소(Graffiti Research Lab)의 활동은 매우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그들의 활동은 예술센터 등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일반적인 예술의 영역을 크게 초월한 것이다. 프로젝터나 카메라, 컴퓨터를 사용해 자유롭게 도시 안에서 표현을 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그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자유자재로 미디어를 활용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들의 시도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그림 5. 그래피티 연구소 프로젝트의 설치 장면, © Sumitomo Fumihiko

또 워크숍도 많이 열렸는데, 특히 ‘동네 영화 클럽(Neighborhood Cinema Club)’은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저명한 영화감독이 공개한 ‘누구나 단시간에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매뉴얼’을 활용한 것인데, 누구든지 자신이 참가해 제작한 영화를 보는 것은 즐거운 법이다. 직접 영상을 만들고 그것을 보는 근본적인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 또한 감독이라는 특권적인 창작자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바로 자원봉사 활동이다. 서포트 크루(Support Crew)라 불렸던 자원봉사 활동은 지난 4월부터 행사 기간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본 행사 기간보다 먼저 정기적으로 모임 및 이벤트를 실시함으로써, 단지 행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작품 제작 지원이나 영상 제작의 기회를 늘려 나가려는 의도였다. 행사 기간 중에는 ‘CHANNEL CREAM’이라는 인터넷 중계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게스트의 토크 이벤트, 관람객 인터뷰 등을 현장에서 진행했다. 시간 상으로 총 행사 기간의 5분의 1에 해당되는 영상이 인터넷 상에 축적되어 공개됐는데, 매스미디어와는 다른 자신들의 언어와 몸짓을 조금씩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 향후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연결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림 6. 자원봉사자들의 CREAM 채널의 생중계 스튜디오 전경, © Sumitomo Fumihiko

반드시 사회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는 일련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향후의 영상 미디어 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도가 되지 않을까?


영상의 현재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은 미술관 전시와는 달리 전시를 위한 역사적인 맥락이나 고유한 분야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러한 수직적인 축에 대한 의식보다도 오히려 동시대에 대한 수평적인 방향의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요코하마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에서는 서로 다른 다양한 미디어와 접근방식을 통해 분야간 차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지역의 작품을 횡단적으로 보여주는, 혹은 요코하마라고 하는 지역과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서 “영상”을 둘러싼 절실한 문제가 무엇인지, 아마도 이제는 그것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영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전달되고 있다. 촬영이 이뤄지고, 기록되고 편집되고, 전파, 케이블, 인터넷 혹은 판로를 통해 전달되면서 방대한 양의 영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소재를 바탕으로 새롭게 영상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이른바 영상의 생태계와도 같은 순환 속에 우리의 삶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영상은 이제 매스미디어나 예술 표현에서 볼 수 있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보다 더 폭넓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우리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7. 신코 페어에서 본 요코하마 야경, © Sumitomo Fumihiko

요코하마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2009 홈페이지 가기


 
스미토모 후미히코(Sumitomo Fumihiko)

현재 동경현대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로서 NTT국제통신센터(ICC)의 큐레이터를 역임한 바 있다. 일본 독립 큐레이터들의 비영리 모임인 ''동경예술선도모임''의 회원이며, 최근 열린 ''요코하마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2009''의 디렉터로서 전시를 총괄 기획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국제 미디어 아트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2010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의 객원 큐레이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Tag
#요코하마 #영상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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