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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으로 바라본 핀란드 패션

 

 

디자인을 둘러싼 동시대의 흐름을 부지런히 읽어내는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Helsinki Design Museum)이 지난 60년 동안의 핀란드 패션과 패션산업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핀란드 패션의 인류학(Anthology of Finnish Fashion)’ 전을 개최했다. 핀란드 패션이라고 하면 흔히 강렬한 원색과 대담하고 단순한 형태의 패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혹은 한해의 절반을 자치하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한 스키복이나 부츠와 같은 방한복을 꼽을 수 있다.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은 이러한 핀란드를 대표하는 패션디자인이 당시의 핀란드 사회 변화 및 분위기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시는 핀란드가 소련의 전쟁 후 복지국가로서 기틀을 다지기 시작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일반 관람객이 패션디자인의 시각적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을 돕기위해 핀란드 사회변화를 대표하는 아홉 가지의 주제를 선정했다. ‘민속’, ‘세계화’, ‘공학적 마인드(The Engineering Mindset)’, ‘밀레니엄’, ‘모더니즘’, ‘변화’, ‘겨울’, ‘평등’, ‘경제적 호황’이 선정되었으며 각 주제에 따라 총 50여개의 핀란드 패션 브랜드의 작품들과 각 디자이너들의 인터뷰가 전시되었다. 

 

아홉 가지의 키워드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몇가지 주제 중에, 먼저 현재 핀란드 디자인의 이미지를 기틀을 마련한 ‘민속’을 살펴보자. 전시설명에 따르면 핀란드가 독립국가로서의 주권을 찾는 노력을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핀란드 대부분의 예술 분야에서는 국가적 낭만주의 양식(A national-romantic style)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낭만주의 양식의 영향으로 디자인에서 또한 자수, 펠팅 등과 같은 핀란드의 전통공예 기술들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고, 그 기술들이 현대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에 적용되면서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이미지가 조합된 핀란드 디자인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와 전통의 결합은 단순히 기술 부분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현대의 핀란드 디자이너들은 동화, 시, 그리고 민족적 소재 등과 같이 핀란드인들만이 지닌 정신력과 상상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이를 재해석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여성복 디자인 브랜드 “익센트릭 앤카운터스”(Eccentric Encounters) 또한 장식적이고 화려한 예술과 전통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좌) 익센트릭 앤카운터스 콜렉션, (우) 동화적인 소재를 사용한 작품 ⓒHelsinki Design Museum

 

다음으로 살펴볼 주제는 "세계화"이다. 1960년대 이후 세계 패션계에서 핀란드가 차지하는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핀란드 패션디자인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1960년대 케네디(John F. Kennedy)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Jacqueline Kennedy)이 핀란드의 대표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에게 아홉 벌의 의상을 주문한 사건과 2007년 이바나 헬싱키(Ivana Helsinki)가 핀란드 패션디자이너 최초로 파리패션위크에 참여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후 많은 핀란드 디자이너들이 꼼 드 가르송(Comme des Garçons), 쁘띠 바토(Petit Bateau), 퀵실버(Quiksilver) 그리고 유니클로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여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고 있고 전시에서 이런 협업의 결과들을 볼 수 있다.  

 

현재 핀라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 아무송(Aamu Song)과 요한 올린 (Jone Olin)의 컴-퍼-니(Com-pa-ny)의 한복(Hanbok Dress)도 세계화 섹션에 전시되었다. ‘한복’은 아무송이 다양한 국가에서 수집한 마리메꼬 페브릭의 조합으로 마리메꼬 공장에서 제작되었으며 이를 통해 핀란드 대표 디자인브랜드 마리메꼬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소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좌) "세계화" 주제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과 관람하고 있는 헬싱키 시민들, (우) 아무송의 한복(Hanbok Dress) ⓒHelsinki Design Museum

 

마지막으로 핀란드 디자인의 초석인 ‘모더니즘’을 꼽을 수 있다. 핀란드의 대표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 1898-1976)와 가이 프랑크(Kaj Frank, 1911-1989)와 같은 모더니스트들은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모더니즘이라는 유산을 물려주었고 이 모더니즘은 여전히 핀란드 디자인에 있어서 핵심 양식이다. 패션에 있어서 모더니즘은 기능, 실용성, 지속가능한 재료선택, 간결한 형태를 반영한다. 핀란드의 젊은 디자이너들 또한 장식을 최소화하고 다른 옷들과 쉽게 어울리며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패션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고 이러한 모던한 패션 디자인은 이번 전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모더니즘 주제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 ⓒHelsinki Design Museum

 

이 외에도 세계적인 IT 강국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잇는 핀란드의 모습이 반영된 ‘공학적 마인드’와, ‘밀레니엄’의 주제에서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반영된 펑키하고 사이버적인 패션 디자인도 소개되고 있다. 주제 ‘변화’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핀란드의 모습과는 반대되는 유머러스한 패션디자인을 소개하고 있으며 복지국가 답게 ‘평등’이라는 주제로 스트라이프와 같은 인종, 국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일반적인 패턴이나 형태를 사용한 패션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좌)‘평등’ 주제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 (우)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헬싱키 시민들 ⓒHelsinki Design Museum

 

이번 전시를 통해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이 건네는 메시지는 디자인과 사회의 밀접한 상호작용일 것이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사회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분야이다. 그 중에서도 옷은 우리가 매일 착용하는 것으로 다른 디자인 분야보다 인류학적인 접근이 더욱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패션 디자인이 사회변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거울임과 동시에 반대로 그 시대의 인류를 정의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핀란드디자인의 인류학’ 전은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 2층에 마련되었고 6월 5일부터 9월 20일까지 열린다. 

 

헬싱키 디자인뮤지엄 http://www.designmuseum.fi/

 

 

리포터_박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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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패션디자인 #모더니즘 #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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