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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결합하여 변하는 디지털 트렌드 _ 홍석우

패션과 결합하여 변하는 디지털 트렌드



글  홍석우


'인터넷' 하면 모뎀으로 'PC통신' 하던 시절부터 이메일 주소 만들고, 다음 카페 가입하던 시절까지 온갖 얘기가 넘칠 것이다. 그저 인간의 삶에 인터넷, 혹은 디지털이란 것이 하나 다가왔을 뿐인데, 우리 삶은 ‘격변’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바뀌었다.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의식주 중 하나에도 광범위하게 들어가는 '패션'도, 디지털이 몰고 온 바람에 눈코 뜰 새 없이 대처하고 변화 중이다. 우리는 분명한 3차원 세계인 현실에 살지만, 쇼핑을 위해 길거리에 있는 매장만을 가진 않는다. 요즘 세대는 온라인 매장의 반대 개념으로 '오프라인 매장'이란 단어를 쓴다. ‘쇼핑은 직접 입어(신어)봐야지’라는 개념은 희미해졌다.

이 글을 쓰는 필자가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은 이브 생 로랑 리브고쉬(Yves Saint Laurent Rive Gauche)의 것인데, 주문은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로 했다. 심지어 아이폰에 깔아둔 이베이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스마트폰 등 디지털 장치를 위한 응용프로그램을 지칭)을 사용해 집에 가는 버스에서 낙찰받았다. 그뿐인가? 매 시즌 사던 두껍고 비싼 컬렉션북 대신, 아이폰/아이팟터치의 '스타일닷컴(Style.com)' 애플리케이션을 쓴다.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최신 컬렉션 사진과 리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개의 블로그(http://yourboyhood.com / http://blog.naver.com/niji1002)를 통해 웹 공간에 패션에 관한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쓴다. 이것도 일상의 커다란 부분이 된 지 오래다.

이 정도면, ‘패션에 끼친 디지털의 영향’ 운운하지 않아도 실제 삶과 패션에 끼친 디지털의 영향이 꽤 크다.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광고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매트릭스 후속편은 1편의 충격에 미치진 못했지만, 이 명언은 요즘의 패션과 디지털의 결합에 대한 헌사로 들어맞지 않을까. 2010년 현재 디지털과  패션이 결합하여 겪는 변화는 이제 막 시작이자 과도기이고, 달릴 준비를 하는 출발점의 마라토너를 닮았다. 그만큼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막 받아들이는 과정이요, 아직 보지 못한, 가지 않은 길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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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Gap의 아이폰/아이팟용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이미지 출처 : 애플 앱스토어


그림 2. GQ의 아이폰/아이팟용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이미지 출처 : 애플 앱스토어

요즘 대세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강자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을 보자. 갭(Gap)은 스타일믹서(Style Mixer)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어릴 적 인형 옷 갈아입히던 감성을 자극한다. 덤으로 근처에 있는 매장도 찾아주고, 최신 제품도 볼 수 있다. 미국 지큐(GQ US)는 기존 지큐닷컴 웹사이트의 인기 메뉴, 지큐픽스(GQ Picks)를 아예 독립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었다. 한 마디로 ‘걸어 다니는 옷 광고판’인데, 지큐가 고른 여러 브랜드의 아이템을 가격, 종류, 브랜드 등으로 나눠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패션 기업 중에는 샤넬(Chanel), 구찌(Gucci), 랄프 로렌(Ralph Lauren) 등이 발 빠르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잠재 고객들과 소통하거나, 디자이너 자신이 이미 트위터(Twitter.com; 무료 소셜 네트워킹 겸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로 140자 이내의 단문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 사이트로 보내는 것) 스타이기도 하다.


그림 3. Chanel의 아이폰/아이팟용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이미지 출처: 애플 앱스토어


그림 4. Gucci의 아이폰/아이팟용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이미지 출처: 애플 앱스토어


그림 5. Ralph Lauren의 아이폰/아이팟용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쳐, 이미지 출처: 애플 앱스토어


가파른 성장을 거듭한 온라인 편집매장은 어떠한가? 우리가 아는 웬만한 편집매장은 모두 공식 웹사이트, 블로그, 트위터 등으로 세계의 고객들에 열을 올린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고, 각지에 퍼진 고객들이 주머니를 열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웹 전용의 온라인 편집매장들도 많다. 스웨덴 마르모에 있는 편집매장 트레비앙(Tresbienshop.net)에서 서울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주일 남짓이지만, 물건 구색은 어느 편집매장 못지않게 훌륭하다. 온라인에서 대박을 내고 오프라인 매장을 만든 것이, 마치 우리나라의 ‘대박 쇼핑몰 공식’을 보는 착각도 든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을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이용한 프로그램이 발전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옷을 입어보고 알맞은 사이즈를 살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림 6. (왼쪽) 온라인편집매장 Tres Bien Shop화면 캡쳐, (오른쪽) 패션 잡지인 Dazed의 웹사이트 화면 캡쳐

이처럼 패션 월드는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르게, 디지털과 결합하여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패션 미디어인 종이잡지들의 행보는? 제퍼슨 핵이 이끄는 데이즈드엔컨퓨즈드 런던은 이미 데이즈드디지털닷컴(Dazeddigital.com)이란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패션 러버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이고 있다. 패션, 아트&컬쳐, 뮤직, 포토그래피 등의 메뉴에는 세계 각지의 유명한, 그리고 숨은 인재들이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데 그 움직임이 끊임없다. 데이즈드앤컨퓨즈드 자체가 새로운 문화에 열려 있고, 올리는 사람들 또한 데이즈드의 가치를 사랑하니, 환상의 결합이다. 런던의 라이벌격인 아이디(i-D) 역시 수년 전 마이스페이스(Myspace.com)가 인기를 끌 무렵부터 그 잠재력을 짐작하고, 마이스페이스 특집 기사를 내고 잡지 안에 마이스페이스 독자 코너를 따로 만드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에 자연스레 올라탔다.

그렇다면 지금, 서울과 대한민국은 이 변화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봐야할 것이다. 한국 패션 기업 중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 주목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곳은 아직 없다. 그러나 조금씩 상황이 바뀌고 있다. 아이폰과 블랙베리, 옴니아2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대거 등장으로 우리가 알던 기존의 ‘패션'은 ‘디지털’과 ‘모바일’이란 옷을 입을 채비를 갖췄다. 그저 마케팅의 하나로 그치진 않을까 우려도 있지만, 무엇을 알고 준비해야 할 시점도 지금이다. 단순히 마케팅 도구로 보기엔 요즘의 변화는 인터넷 환경은 지금까지 없던 가치와 시장을 창출할 잠재력이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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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디지털의 만남은, 20세기 후반 ‘웹진’과 ‘포털 사이트’가 생길 때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발전,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편집매장, 소셜 커뮤니티,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종이잡지와 증강현실의 결합 같은 단어는 10년 전만 해도 생소했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우리 삶에 이토록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다.

‘디지털’이란 기존의 패션 필드에서 볼 때 ‘없던 영역’이자 ‘신문물’에 가깝다. 지금까지도 정보와 기술 주도권을 가진 세력의 마케팅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공급과 수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웹 2.0의 시대에, 블로그는 1인 저널이 되어 기존 매체 못지않은 영향력을 자랑하고, 소비자들 또한 TV 광고 보듯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직접 참여하고, 평가하며, 새로운 유행을 창출한다. 전 세계 수천 개의 패션 블로그들이 찍는 스트리트 스냅에 기존 패션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그들과 협력하여 자신들의 콘텐츠를 홍보하려고 열 올리는 것이 그 증거다.

수년 전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던 적이 있다. 당시 가장 큰 이유는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유튜브(Youtube.com)’로 인한 개인의 재발견이었다. 한 번 휩쓴 유행이 디지털 덕분에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지금의 시대는 개성과 몰개성, 탈개성 등 다양한 개인의 역할이 주목받을 것이다. 마크 제이콥스는 2010년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인기 블로거 브라이언 보이(Bryan Boy)의 이름을 딴 가방을 선보였다. 새로운 ‘셀러브리티’가 디지털의 공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이 흐름을 읽고,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디지털 시대 패션의 첫 걸음일 것이다.



홍석우 Hong Sukwoo _ fashion journalist and photographer of yourboyhood.com and essayist.

편집매장 데일리 프로젝트의 의류/출판물 바이어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스 패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당신의 소년기, yourboyhood.com라는 제목으로 서울 사람들과 풍경을 찍는 블로그도 운영한다. 지금은 문지문화원 사이 Saii에서 패션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Tag
#패션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온라인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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