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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예술가, 시대를 고민하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는 오는 2016년 4월 10일까지 <새로운 유산을 위한 장면들: 현대미술 소장품전(Scenes for a New Heritage: Contemporary Art from the Collection)>을 가진다.

MoMA 현대 소장품의 전면적인 재설치는 현재의 국제 상황을 형성해 온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적 흐름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광범위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지난 30년 동안 창작한 영상, 설치, 조각, 그림, 인쇄 그리고 사진 등 혼합매체 작품들이 선보였고, 그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첫선을 보이는 것들이었다.


Installation view of Scenes for a New Heritage: Contemporary Works from the Collection, The Museum of Modern Art, 2015.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지난 30년간 세계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같은 지정학적 역학에서의 중대한 변화는 기존의 세계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경제가 그러한 긴 지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인터넷은 우리가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급속도로 바꿨다. 새로운 네트워크는 재화, 지식, 통화(currency)나 권력뿐만 아니라 예술의 창작, 유통, 평가 등의 방법까지도 바꿔놓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들이 선택되었을 때만 해도 다양한 범위의 지리적,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미학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게다가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MoMA의 탁월한 큐레이팅 능력은 뻔하지 않은 카테고리로 작품들을 아울렀다. 관람객에게 작가와 자신의 상황이 다름을 느끼는 동시에 그들과 공통된 고민을 나누는 대화를 하게 했다는 점에서 미술관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또, MoMA의 관장 글렌 로리(Glenn Lowry)는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이번 소장품 전시를 보면 그동안 작품에 대한 관심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기울인 MoMA의 노력을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관람객들이 갤러리에 처음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콜라주는 2014년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의 작품으로 “스펙터클의 사회(The Society of the Spectacle)”에서 표상과 이미지로 가득한 자본주의 사회를 이야기한 프랑스의 정치 이론가 기 드보르(Guy Debord)의 메시지 “THE DAYS OF THIS SOCIETY IS NUMBERED”를 태국 신문지를 캔버스 삼아 전했다.


Rirkrit Tiravanija (Thai, born Argentina 1961). untitled (the days of this society is numbered / December 7, 2012). 2014. Synthetic polymer paint and newspaper on linen, 87 × 84 1/2″ (221 × 214.6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ommittee on Drawings and Prints Fund, 2014. © 2015 Rirkrit Tiravanija


전시의 첫 번째 구역은 전통적인 예술 양식을 뒤엎거나 의도적으로 매우 현대적인 작품들로 채웠다. 이곳의 예술가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용인된 견해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작품은 지난 25년간 정치적 변화의 일부를 공명하며 직간접적으로 오늘날 세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사실 크로아티아 출신 데이비드 말코비치(David Maljković )의 저예산 비디오 시리즈<새로운 유산을 위한 현장(Scene for new heritage)>에서 빌려왔다. 영상은 미래로 보이게 하는 장치로 반짝이는 은박종이에 우스꽝스럽게 싸인 자동차로 시작된다.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서 자동차는 시골 길을 달려서 구유고슬라비아 정부가 1981년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위해 만든 버려진 기념비에 도착한다. 그는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 달라진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버려진 사회주의 기념비를 사용했다. 그의 작품은 집단 기억과 기억상실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국가의 공식적인 역사의 단절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 미래의 관계의 복잡한 관계를 연구한다.


David Maljković (Croatian, born 1973). Scene for new heritage 3. 2006. Video (color, sound). 11:30 m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und for the Twenty First Century, 2007.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전시의 작품들은 다른 공간과 시간의 맥락에서 왔기에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서로 다른 예술적 접근방식과 매체로 표현하지만, 세계 질서의 현재 상태와 전후 관계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는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Scenes for a New Heritage: Contemporary Works from the Collection, The Museum of Modern Art, 2015.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중국인 작가 펑 멩보(Feng Mengbo)는 방 하나 크기의 비디오 게임이 두 개의 긴 스크린에 나오는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 다시 시작(Long March: Restart)>에서 공산체제의 붕괴와 탄력성을 시험한다. “슈퍼마리오”와 “스트리트 파이터2”의 요소를 프로그래밍하여 서구 자본주의와 중국 공산당의 디지털 이미지가 상호작용한다. 관람객은 갤러리에 있는 무선 컨트롤러를 사용해서 붉은 군대 군인의 시각을 맡는다.


Feng Mengbo (Chinese, born 1966). Long March: Restart. 2008. Video game (color, sound), custom computer software, wireless game controller. Duration variable. Given anonymously, 2008. © 2015 Feng Mengbo. Installation view of Scenes for a New Heritage: Contemporary Works from the Collection, The Museum of Modern Art, 2015.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미국의 노예역사와 인종차별의 역사를 실루엣으로 표현하는 작품들로 유명한 미국 작가 카라 워커(Kara Walker)는 <끝난: 한 젊은 흑인 여성의 어스름한 허벅지와 그녀의 심장 사이에서 일어난 그대로의 남북전쟁 역사로맨스(Gone: An Historical Romance of a Civil War as It Occurred Between the Dusky Thighs of One Young Negress and Her Heart>에서 미국 남북전쟁 전 성적인 괴팍함이 만연한 남부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Installation view of Scenes for a New Heritage: Contemporary Works from the Collection, The Museum of Modern Art, 2015.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전시의 두 번째 구역은 예술가들이 현재의 상태에 대한 무수한 고민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작가들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문화적이고 미학적인 전통을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과 재료로 모티브의 재조사를 수반한 연구를 했다.

중국 예술가 차이 구어 치앙(Cai Guo Qiang)은 <적의 화살을 빌려(Borrowing Your Enemy"s Arrows)>에서 문화적 정치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 자기 고향에서 발굴한 낚시 배를 사용 수천 개의 화살이 관통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Installation view of Scenes for a New Heritage: Contemporary Works from the Collection, The Museum of Modern Art, 2015.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인도 작가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는 동적인 설치작업 <게임조각들(Gamepieces)>에서 과거와 현재, 과학과 영적인 것 등 반대되는 것들의 충돌로 인한 혼돈과 분열의 역사를 탐구하였다. 회전하는 투명한 원통에서 투사된 그림자와 벽의 추상적인 비디오장면이 서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Nalini Malani (Indian, born 1946). Gamepieces. 2003/2009. Four-channel video/shadow play (color, sound: 12 min) and synthetic polymer paint on six Lexan cylinders.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ft of the Richard J. Massey Foundation for Arts and Sciences, 2007.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무라카미 다카시는 그의 페인팅 727에서 18세기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일본화 “거대한 파도(Great Wave)”의 잔상과 20세기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를 혼합하여 과거와 현재를 동등하게 뒤섞으며 일본의 다양한 심미적 전통을 보여주었다.


Takashi Murakami (Japanese, born 1962). 727. 1996. Synthetic polymer paint on canvas board, three panels, 9′ 10″ x 14′ 9″ (299.7 x 449.6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ft of David Teiger, 2003. © 201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courtesy Blum & Poe, Los Angeles

이 구역에서는 고급 주택, 재개발, 도시에서의 폭력 등을 포함한 새로운 도시 풍경의 모습도 조사했다. 중국 예술가 송동은 <부서진 거울(Broken Mirror)>에서 급속한 도시화를 직면한 상황에서 전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중국의 모습을 담았다. 반면, 베를린 기반의 건축집단 라움라보어(Raumlabor)는 2011년 영상 에서 지역 자원을 이용한 도시 재개발의 가능성을 조사하였다. 한국인 작가 양혜규의 <살림>은 작가의 개인적인 공간을 갤러리에 들여와서 일상적인 사물과 상황을 통해 현대사회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보여주었다.


Installation view of Scenes for a New Heritage: Contemporary Works from the Collection, The Museum of Modern Art, 2015. Photo by Thomas Griesel. ©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이미지의 순환과 가변성, 그것이 국제적 디지털 문화에서 생산되고 해석되고 소비되는 방법을 살펴본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 예술가” 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 예술가 까미으 앙로(Camille Henrot)는 <엄청난 피곤(Grosse Fatigue)>에서 영화, 동영상, 설치, 음악, 일러스트레이션, 사진과 조각이 혼합된 영상으로 사람들을 빠져들게 했다.


Camille Henrot (French, born 1978). Grosse Fatigue. 2013. Video (color, sound). 13 m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und for the Twenty-First Century, 2013. Original music by Joakim. Voice by Akwetey Orraca-Tetteh. Text written in collaboration with Jacob Bromberg. Producer: kamel mennour, Paris; with the additional support of: Fonds de dotation Famille Moulin, Paris. Production: Silex Films. Silver Lion – 55th Venice Biennale 2013. Project conducted as part of the Smithsonian Artist Research Fellowship Program, Washington, DC. Special thanks to: the Smithsonian Archives of American Art, the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the Smithsonia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 ADAGP Camille Henrot. Courtesy the artist, Silex Films, and kamel mennour, Paris

과학, 역사, 고대와 현대의 신화, 종교, 예술과 인류학에 관련된 혼합 영상을 통해 진화와 우주의 창조에 대한 미스터리를 설명하기 위해 인류가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이야기하려고 했다. 작가는 이 영상의 목적이 객관적인 진실을 찾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무한한 정보가 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것뿐이라고 밝힌다.


브라질 팀 리바니 노이언슈원더(Rivane Neuenschwander)와 차오 기마랑이스(Cao Guimarães)의 짧은 영상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Quarta-Feira de Cinzas)/에필로그(Epilogue)>는 건조한 잎이 떨어진 거친 흙길에서 설탕으로 코팅된 둥근 색종이 조각을 허둥지둥 옮기는 개미들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Rivane Neuenschwander (Brazilian, born 1967) with Cao Guimarães (Brazilian, born 1965). Ash Wednesday (Quarta-Feira de Cinzas)/Epilogue. 2006. Video (color, sound). 5:44 m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und for the Twenty First Century, 2007. © 2015 Rivane Neuenschwander,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a Fortes Vilaça, São Paulo,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and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개미들은 그 둥근 조각을 앞다투어 옮기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그것을 자기 집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종잇조각을 보면서 마침내 인간은 곤충의 최종목적지가 땅의 작은 틈새라는 것을 확인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눈치채지는 못하지만, 인간도 개미들처럼 집단으로 어떤 프로젝트에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의 배경이 된 지난 30년간 인류는 이전과 비교가 안 되게 빠른 속도의 변화를 경험했다. 이제 인류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새로운 변화의 흐름은 인류의 미래와 삶을 파괴적일 만큼 빠른 속도로 바꿔놓을 것이다. 실재와 가상이 합쳐지는 기술융합의 시대를 지나 앞으로 30년 이후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질 인류의 고민이 예술에 어떤 모습으로 녹아들지, 미래사회의 모습만큼이나 기대된다.

리포터: 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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