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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의 출현, 그리고 일상 _ 스미토모 후미히코

새로운 매체의 출현, 그리고 일상



글  스미토모 후미히코

우리는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을 동원한 많은 예술작품들을 보게 되는데, 이 작품들은 종종 캔버스나 석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던 것에 새로운 매체가 도구로 추가되었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이런 설명 덕에, 사람들은 신기술과 관련하여 여태 시도되지 않은 예술적 표현의 새로운 영역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운 미디어와 예술의 영역에 대한 생각을 작품에 대한 설명 글에서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자체에서도 종종 발견한다.

그러나 나는 이번 글에서 약간 다른 의견을 펴려고 한다. 본디 자신만의 표현을 위해 캔버스나 돌을 썼던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많지 않았다. 반면 컴퓨터는 사회구성원 다수가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이때 컴퓨터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야 전문가용 영화 편집프로그램을 쓸 줄 모르고,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운영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라는 도구가 갖는 총체적 힘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림 1. 우리 도시 공간에서의 일상적 전경 - 시부야 거리 © Sumitomo Fumihiko

신선한 시각적 효과를 탐구하는 일, 새로운 형태와 색깔, 움직임을 알아내는 일은 전통적인 미학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다. 뉴미디어와의 실험적인 관계맺기에서 우리가 기대해야 할 바는 숨겨져 있거나 보이지 않는 일상생활의 가치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생활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시도한 몇몇 작품들을 살펴보자.


그림 2. 엑소니모의 ‘디스코더’ 설치 전경 © Exonemo

엑소니모(Exonemo)는 웹에서 활동을 시작한 2명으로 구성된 예술활동 그룹이다. 그들의 유명한 초기작 중 하나로 ‘디스코더(Discoder, 1999)’라는 게 있는데, 관람객이 키보드를 무작위로 누를 때마다 발생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트가 천천히 본래 모습을 잃으면서 붕괴되도록 고안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관람객이 누르는 자판이 보통은 볼 수 없는 HTML 코드로 입력되게 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그들의 다른 작품 중에는 웹에서 찾아낸 키워드에 따라 이미지를 혼합하는 것도 있고, 사이트 방문자들이 사운드를 만들어내면서 다른 이들과 연주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있는데, 이 작품들은 인터넷 상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그림 3. 료타 쿠와쿠보의 ‘PLX’ 설치 전경 © Ryota Kuwakubo

료타 쿠와쿠보(Ryota Kuwakubo)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방면에서 가진 비범한 재주를 이용해 장난감 같은 기기를 여럿 만들었다. ‘PLX(2000~2001)’라는 작품은 두 사람이 양면 스크린의 이쪽과 저쪽에서 게임을 통해 서로 겨루게 한 것이다. 그런데 각자가 보고 있는 스크린은 상대방의 동작과는 상관없는 잘못된 정보를 보여준다. 이 작품이 암시하는 바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느끼는 생경함이다. 즉 두 사람이 지금까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된다거나, 다른 말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갑작스럽게 느끼게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 흥미가 있다면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길 권한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장 최근의 트렌드는 GPS, 휴대폰, PDA 같은 위치정보 기술을 탑재한 미디어와 관련된 작품이나 프로젝트다. 이들 대개는 공공 장소에서 연출이 된다. 어떤 것은 지속성을 갖는 기획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도시적인 환경에서 일종의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 작품들은 역사적이고 사회정치적인 이유로 초래된 사회적인 이동과 이주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참여하는 이들은 더 이상 틀에 박힌 관람객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아티스트가 만들어 놓은 상황 속에 뛰어든 행위자가 되는 것이다. 인류학자의 현지 조사 활동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일상 생활 속에서 변함없는 듯 하지만 당신이 그 세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세상은 숨겨진 속살을 보여줄 듯하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던컨 스피크먼(Duncan Speakman)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서틀 몹(Subtle mob)’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플래시 몹(Flash Mob)’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공공 장소에 갑자기 모여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말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서 퍼포먼스를 펼칠 것인지는 인터넷을 통해 공유된다. 스피크먼은 사람들에게 모이기 전에 특정 파일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MP3 플레이어나 여타의 기기를 사용해 감상할 것을 권한다. 공공 장소를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경험해 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스피크먼의 프로젝트에서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지 않는다. 그것은 조용하고 개인적인 체험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들 작품의 인터페이스는 게임 놀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단지 엔터테인먼트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게 하고,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깨닫도록 하는 발판인 것이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것이 예술가라고 불리는 몇몇 재능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견되어 당신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당신 스스로 아름다움을 탐구해야 한다.



스미토모 후미히코(Sumitomo Fumihiko)

현재 동경현대미술관의 수석큐레이터로서 NTT국제통신센터(ICC)의 큐레이터를 역임한 바 있다. 일본 독립 큐레이터들의 비영리 모임인 '동경예술선도모임'의 회원이며, 최근 열린 '요코하마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2009'의 디렉터로서 전시를 총괄 기획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국제 미디어 아트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2010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의 객원 큐레이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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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일상 #예술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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