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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출발, 테크놀로지를 벗어난 상상력 _ 민건엽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출발,
 테크놀로지를 벗어난 상상력



글  민건엽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 나오는 자동차가 있다고 하자. 전기도 가스도 아닌 물이 연료가 되는 자동차. 이 디자인의 컨셉을 잡아야 하는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미감을 구현해야 한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그렇다면 그 몸체를 아예 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떨까?

또 헤드라이트로 자신을 갈 길을 비추는 자동차가 아니라, 오색 찬란한 색으로 도시를 그리는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까?

 
그림 1. Nick Pugh, Liquid Vehicle project, © Nick Pugh Design


그림 2. Tron Legacy, motor vehicle concept Design의 비교, © Walt Disney

모든 분야의 디자인이 그러해야겠지만, 특히 영화나 게임 등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디자인은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자체가 디자인 작업의 출발이다. 관객들에게 현실세계에서 보지 못했던 즐거움과 놀라움의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함은 물론, 작품의 내용, 내러티브 안에서의 개연성(believability with in context) 또한 갖추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근미래 디자인에 대한 비전 또한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닉 퓨(Nick Pugh)의 디자인(그림 1)이 펜슬 스케치나 마커로 드래프팅 되었더라면, 그 디자인의 완성도가 지금과 같을 수 있었을까? 액체로 만든 차량(Liquid Vehicle)이 배경을 그대로 반사하며 변화하는 미감이 그림과 같이 유연하게 구사되고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데에는 당연히 CG 텍스쳐/렌더링(texture/rendering) 기술의 진화가 그 중심에 있음은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다.

터무니 없음에 기가 막힐 정도만 아니라면, 디자이너는 그야말로 상상의 극단까지 달릴 수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리고 그 상상력이 디자인으로 실현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이다. 이전에는 가능하지 못했던 빛이나 물, 불 등의 형상이 없던 소재도 디자인의 질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선택의 확장만큼 디자이너의 창의력은 점차 자유를 얻게 되었다. 더군다나 상용화나 제품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은 다른 분야의 그것보다 물리적 기술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우니, 완전한 자유라는 말이 과장은 아닐 것이다.

처음으로 컴퓨터로 구현된 캐릭터가 영화에 등장한 시점을 1993년의 주라기 공원으로 본다고 해도, 그때부터 엔터테인먼트 디자이너들에게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실사와 렌더 이미지의 자연스러운 컴파지팅(compositing)이 자연스럽게 구사되고, 실사와의 구분이 어렵게 된 것이 2000년도 초•중반에 이르러서 라고 볼 때, 이러한 제약들이 세대별로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일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림 3. LandStrider concept design, production note image Design from "making of dark crystal Movie", © Jim Henson studio

판타지 장르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다크 크리스탈(1982, Universal Studios)의 크리쳐 디자인을 살펴보면(그림 3), 초기부터 디자이너가 어떤 방식으로 이 캐릭터를 발전, 생성(develop/generate) 시킬 것인가에 대한 염두를 두고 디자인을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퍼펫 조종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내는 실루엣과 크리쳐의 척추라인을 일치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팔과 다리의 길이를 조정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그것을 디자인과 충돌시키지 않고 적절히 타협한 방식이 흥미롭다. 다시 말하면, 디자인의 큰 제약-사람이 들어가서 캐릭터를 조종해야 할 것, 그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지만, 사람의 실루엣이 드러나서는 안 됨-을 극복해야만 했던 만큼, 캐릭터 디자인의 기능적 미감적 폭이 넓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시대를 거슬러 최근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캐릭터의 각 부분들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변형되는 디자인이 비교적 제한 없이 CG로 구현됨을 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디자이너는 이미 모든 구조물들이 비교적 쉽게 "CG로 애니메이트" 것임을 알고 3D 모델을 통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버츄얼 모델이 아닌 실제 모형들로 물리적 논리에 따라 해체되고 다시 조립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면, 디자이너는 어쩔 수 없는 투박한 디자인으로 결론을 내렸을 지도 모른다. (그림 4,5)

고형 외관(Hard Surface) 뿐만 아니라 유기적(organic)인 텍스쳐의 크리쳐 디자인도 실제 모형으로 만들어 CG와 합성할 필요 없이 자유로워 졌으며, 관절의 구조나 움직임으로부터 제한 없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림 6)


그림 4. Armer suit design break down from Ion man, © Paramount Pictures


그림 5. Opimus prime Design .concept from transformer. Ben procter, © Paramount Pictures


그림 6. Generic alien design from Distric 9. WingNut Films, © TriStar Pictures

곤충을 모티브로 한 크리쳐 디자인, 곤충과의 이중관절의 움직임도, 피부표면의 질감의 구현도 기술적 제약 없는 디자인이 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진화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에 있어서 많은 표현의 자유를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유가 좋은 디자인을 약속하는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기 위한 자기복제적 디자인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고, 극의 핵심을 보는 눈을 흐리게도 한다.  

시각적 표현의 제약에서 벗어남으로써 얻은 자유는 주제에 충실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이자 선물이지 그 이상의 어떤 것이 되어선 안 된다. 테크놀로지에 현혹되지 않고 그 중심을 간파하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어렵고 큰 과제가 된 것이다.



민건엽
 
홍익대학교 예술학, 회화과 졸업, Academy of art San Francisco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스타워즈를 비롯, 다수의 TV Show와 Game title에서 Concept Artist로 활동.
현재 Lucas Film에서 Visual Development Artist/Digital Painter로 일하고 있다.

Tag
#엔터테인먼트 #상상력 #렌더링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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