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디자인 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전략적 활동에 관한 연구 

김아미, 미카 반 더 빌 브라우어, 잉그리드 멀더, 피터 로이드 

Ahmee Kim, Mieke van der Bijl-Brouwer, Ingrid Mulder, Peter Lloyd 

소속 :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발표 : DRS2022, 빌바오

DOI : doi.org/10.21606/drs.2022.528

이 논문은 2022년 6월 25일, 빌바오에서 열린 DRS(Design Research Society) 격년제 컨퍼런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표되었다.
DRS는 디자인 연구와 실천을 촉진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디자인 연구자와 실무자들이 모여 최신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학술 행사이다.

Abstract

최근 세계적으로 정부가 조직 내 디자인 방법론을 도입함으로써 혁신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 조직에 디자인을 도입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조직 내·외부에 ‘공공부문 혁신랩 (Public Sector Innovation Labs)’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랩들은 종종 정책 과정에서 혁신의 기여자이자 촉진자로 설명되지만, 정부 조직 내부에서 디자인 프랙티스*를 통해 생겨나는 변화들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랩을 포함한) 내부 디자이너의 역할은 덜 조명되어 왔다.
* 디자인 프랙티스 : 조직 내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디자인 실무를 의미함
본 연구는 네덜란드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디자인 경영 이론을 기반으로 조직 내 디자인 프랙티스를 육성하는 내부 디자이너의 전략적 활동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디자인 프랙티스와 이로 인한 조직 변화를 육성하기 위해 내부 디자이너의 전략적 활동이 중요하며, 이 활동에 더 많은 조직의 비디자이너 구성원의 참여 필요성을 보여준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단일 사례 연구로 인터뷰를 통한 정성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구가 진행된 지방자치단체인 아인트호벤시 정부는 다음 기준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첫째는 디자이너들이 조직 내에 고용되어 있는가였다. 둘째는 디자인 프랙티스가 조직 내에서 3년 이상 지속되었는가였는데, 이는 짧은 연수가 조직 내부에서 디자인에 의해 생겨난 변화를 조사하기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내부 디자이너들이 조직 내 디자인 프랙티스를 육성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데이터 수집이 시작되기 전, 첫 번째 저자와 두 번째 저자는 후보 조직이 이 연구의 사례로 사용되기 위한 위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부 디자이너들과 만나 논의하였다. 

연구 데이터는 디자인 프랙티스와 관련된 세 그룹의 조직원들, 즉 내부 디자이너, 디자인 스폰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인터뷰하여 얻었다. 내부 디자이너는 조직 내에서 디자인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고용된 디자인 전문가로 정의되었다. 디자인 스폰서는 조직 내 고위 관리직에 있는 비디자이너 구성원으로, 조직 내 디자인 프랙티스의 확산을 지원하는 위치에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비디자이너 구성원으로,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접근법을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관리자급 직원이다. 모든 인터뷰는 반구조화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아래의 표는 연구질문과 이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한 인터뷰 질문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여준다. 

내부 디자이너와 디자인 스폰서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우리는 먼저 조직 내 디자인 프랙티스와 관련된 사건들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했다.
그런 다음 코딩과 주제화 과정을 통해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의 응답을 비디자이너들의 응답과 비교하여 조직 내 디자인에 의해 이루어진 변화에 대해 서로 유사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다. 코딩 과정에서는 디자인 경영 문헌이 조직 내 디자인을 촉진하기 위한 내부 디자이너의 전략적 활동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 결과 

01 조직 내 디자인 프랙티스와 관련된 사건의 재구성

조직에서 디자인 프랙티스는 2008년 경에 시작되었다. 필립스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은 한 시의원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 후, 시의회 내에 디자인을 위한 스터디 그룹이 만들어졌다. 2009년에는 시 정부가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 경합에 지원했으며, 이때의 슬로건은 "배려하는 도시 창출"이었습니다. 조직은 이 경합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시의회는 도시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시 내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학생들이 참여하는 디자인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디자인 프로그램은 약 4년 간 성공적으로 지속되었으나,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평가에서 조직에 디자인 사고가 내부화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디자인 프로그램 담당자는 디자이너를 내부직원으로 고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당시 조직은 예산 삭감의 문제를 안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단 한 명의 디자이너만을 고용했다. 이 디자이너가 2천 명의 직원을 가진 이 조직에서 "눈덩이 효과"를 만들기를 기대하였다. 

이 첫 번째 내부 디자이너는 전략 부서에 배치되었다. 처음 몇 달 동안, 그녀는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조직에서 "디자인이나 새로운 작업 방식에 관심을 가지거나 열린 마음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기간 동안 그녀는 조직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자 했다. 그녀는 최소한 두 명의 디자이너를 추가 고용하자고 건의했지만, 두 번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데는 또 한 해가 걸렸다. 따라서 첫 번째 디자이너는 이 기간 동안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력했다. 

첫 번째 디자이너가 조직과의 2년 계약이 종료될 즈음, 그녀는 외부 디자이너들과 함께 지난 두 해를 성찰하였다. 이 성찰에서 첫 번째 중요한 인사이트는, 비디자이너 동료들에게서 예상한 만큼의 마인드셋 변화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얘기했다.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디자이너들을 알게 되면, 다른 종류의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마인드셋의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두 번째 인사이트는 디자인 프랙티스에 프로젝트 매니저들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위 관리자와 정치적 리더들이 "이런 종류의 조직에서 문제의 재프레이밍이 시작되는 곳이고 그리고 진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성찰 이후 첫 번째 디자이너의 계약이 갱신되었을 때, 그녀는 그간 참여해왔던 다수의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대신, 조직의 다양한 부서와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소수의 장기 프로젝트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섹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함). 우리의 인터뷰 시점은 이러한 결정 이후로 두 해가 지난 후였다. 첫 번째 디자이너는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한 지난 두 해의 결과가 처음 두 해보다 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02 디자인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 디자인을 전파하기, 앵커링, 전략 프랙티스로 제고하기

우리는 내부 디자이너의 활동에서 세가지 종류의 전략을 발견하였다. 디자인을 전파하기, 앵커링, 디자인을 전략적 프랙티스로 제고하기인데 이들 전략은 각각 다양할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디자인을 전파하기는 조직 내에서 디자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성과를 만듦으로써 디자인의 가치를 조직의 리더들에게 보여주고, 조직원들에게는 디자인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둘째, 앵커링은 조직의 문제와 디자인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첫 번째 디자이너는 자신의 임무를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디자인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으로 이해했고, 그 연결고리를 시민에 대한 이해, 내부 협력, 조직 학습에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앞서 첫번째 디자이너가 2년의 계약이 갱신되었을 때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의 이유 중 하나는 내부 협력에 있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의도적으로 다양한 부서와 계층의 조직원을 참여시킴으로써 조직 리더들에게 부서간의 장벽이 어떻게 일을 방해하는 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전략적 프랙티스로 제고하기는 내부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에서 쌓은 성과를 통해 자연스럽게 조직의 리더들은 디자인이 단순히 시민참여의 방식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 설정에 도움이 되는 전략 프랙티스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03 디자인을 통한 조직의 변화  

조직 내에서는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일부 직원들은 디자인 역량을 새로 얻게 되었다. 조직에는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후원하는 직원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내부 디자이너들은 이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구분했다. 디자인 도구만 사용하는 집단과 디자인 마인드셋까지 이해하는 집단으로 말이다. 

또한, 조직 내에서 디자인 프랙티스는 여전히 불안정해 보였다. 내부 디자이너들은 조직 내 디자인 프랙티스의 현재 상태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혹은  "취약한" 상태로 묘사했다. 디자인 프랙티스에 대한 결정은 여전히 개별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달려 있었다. 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의식적인 선택이어야 하며, 이는 시간과 예산 압박 속에서 일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부 디자이너와 일부 조직 리더들이 디자인을 조직 변화의 수단으로 가치를 인식한 반면, 대부분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디자인을 여전히 이해관계자 협업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디자인이 조직을 협력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디자이너가 없었어도 그 변화가 없었을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구의 의의

본 연구가 드러내는 것은 첫째, 정부조직 내부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프랙티스의 확산과 내재화를 위해 하는 역할이다. 이들은 디자인의 전문가로서 조직 내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디자인과 관련된 변화에 있어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더 전략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그러나 이들 디자이너들만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조직의 리더,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함께 디자인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의 확산을 위한 디자인 경영 활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연구에서 보여진 것처럼, 디자인 프랙티스의 가치가 소수에게만 알려져서는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조직 내의 디자인 프랙티스는 무타넨(2008)에 따르면, 디자인은 조직에서 개인적, 전문적 능력에서 집단적, 조직적 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과정, 구조와 같은 시스템에 디자인이 통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연구에서 보여진 것처럼 디자인은 취약한 상태로 조직에서 쉽게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