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의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현재의 일을 하면서 내가 관심을 가졌던 그리고 주목했던 부분에 대해서 돌이켜 본다.

이일을 하면서 나 스스로가 너무나 모든 이들이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에 시선을 돌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마치 전부인 듯 시간에 쫒기면서 쫒아 다녔던 기억들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에도 디자인을 하는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최첨단을 쫒아가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있어 당연한 그리고 기본적인 의무라 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혹은 독창적인 디자인이 전부인 듯, 외국에서 개최하는 유수의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을 따라가는 혹은 그것을 편집하고 우리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정도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들. 이러한 가시적인 현상만을 가지고 한국 디자인이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발전 내용과 그 와중에 발생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하나의 디자인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 창의성을 존중하는 학교의 디자인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당연히 취업을 하게 되면 제품의 상용화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배우게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는 부분인지에 관해 디자이너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의문을 던져야 한다. 결국 이것은 디자이너 스스로가 스스로 깨우쳐 가야할 점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타 분야에 비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구 중에서도 부엌가구 분야에 대한 예를 들어 보겠다. 흔히 부엌가구의 경우 얼마나 큰 변화를 추구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또 한 소비자들도 그 제품이 마치 그 제품인 양 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속도라는 것은 느림과 빠름의 차이가 아니라 그 자체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큰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위의 사진과 같이 변화는 꼭 눈에 띄는 부분보다는 그 내적인 부분에 있어서 더 크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며 그러한 차이는 분야에 따라 틀리며 인정되어야 할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진화의 속도가 결코 더디거나 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의 틀을 깨야한다. 

이처럼 디자인에 있어서의 변화는 보이는 부분 그리고 쉽게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상존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극히 부분적인 요소에 의존 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갈망하고 필요로 하는 디자인보다 오히려 디자이너의 자의적인 판단과 해석에 의한 디자인으로 이 세상은 넘쳐나게 될 것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속에서 추구해야할 디자인은 바로 무작정 마치 사람들이 원할 것 같은 다양하고 빠른 종류의 디자인이 아닌 다양한 계층, 그리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