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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디자인을 생각하며 1 _ 데이비드 리포트

다시 디자인을 생각하며 1

 

글 데이비드 리포트 트렌드 보고서 팀

 


그림 1. 간판으로 가득 한 홍콩의 거리
이미지 출처 : 데이비드 리포트

 
프롤로그
 

오늘의 디자인은 혹시 유효기간이 지난 건 아닐까?
그간 디자인을 통해 스타일과 브랜드, 부가가치, 시장 등을 혁신하려고 했던 20세기의 디자인 목표는 과연 충족되어 왔던가?
잠깐 멈추어서 숙고하면서 21세기의 디자인에 대해 똑같은 목표를 설정해야 하나 자문해 보아야 할 시간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인간의 환경은 이제 많은 부분이 자연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에 가깝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디자인에 의해 계획된 메트로폴리스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디자인은 21세기에도 계속하여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더 이상 불필요한 것일까?

적나라하게 얘기해 보자면, 디자인은 이제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어 버렸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나 그 결과물 가운데는 디자인의 본래적 의미나 가치, 정체성을 잃어 버린 채,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는 속성을 지닌 것들을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디자인 제품들은 특수한 용도나 건전한 목적을 상실한 채, 마치 쓰레기나 해안가의 표류물들처럼 이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상하게 디자인된 제품들이나, 요구한 대로 설계되지 않은 물건들, 우리의 신체나 자연 환경에 해로운 소재로 만들어졌다거나, 사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버려진 수 많은 사물들은 우리 주위에 잔뜩 있다.

자동차나 다른 운송 수단, 컴퓨터, 조명 기기, 의자에서부터 옷이나 포장, 음식과 장난감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수많은 신상품들에 중독되어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혁신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작동이 잘 되는 제품들에 대해 더 이상 예전처럼 경이로워 한다거나 만족스러워 하지 못 한다. 

화제를 살짝 바꾸어 보자. 아이폰(iPhone)은 기념비적인 사용자 디자인으로 신기원을 이루었다. 그렇지만, 그 매끄럽고 반짝이는 제품의 표면은 일상적인 사용만으로도 쉽사리 오염된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부가적으로 보호용 플라스틱 외장재를 구입해 쓴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디자인이란 바로 이런 것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림 2. 아이폰(iPhone), 저 반짝이는 표면이 상하지 않으려면 케이스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데이비드 리포트
 
 

질 좋은 가죽 의자처럼 세월이 쌓이고 추억이 깃든 제품들은 왜 찾아보기 힘들까? 왜 사람들은 사랑을 듬뿍 받은 스케이트보드처럼 아름답게 녹슨 제품보다는 반짝이는 신제품을 좇는 것일까? 할머니가 유품으로 남기신 아름다운 브로치나 인생을 행복하게 사신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처럼, 낡은 물건도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기 힘든 것일까?

많은 디자인 평론가들이 최근 지속가능성이나 에너지의 효율성 같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이는 풍요로움 속에서 다른 한 편으로는 잉여물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실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변덕스럽고도 기이한 기상 상태와 같이, 디자인 생태계 역시 균형이 깨지려는 티핑 포인트 상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나쁜 디자인이 만연함에 따라 좋은 디자인 역시 그 영향을 받아 급속한 변화의 쓰나미 속에서 그 가치가 낮아 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이 심각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 디자인 오염(Design Contamination)
 

프롤로그에서도 누차 이야기했다시피 우리는 오염 지점에 도달했다.
디자인 오염이라, 어쩌다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과연 오염의 수준이나 손상된 상태 등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일까?

이 쟁점은 어찌 보면 디자인의 성공 역사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디자인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머나먼 길을 걸어 왔다. 방대한 디자인은 고작 백 여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면밀한 계획을 짜고 모양을 잡으며 인간의 편리를 위해 모종의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디자인 행위는 결과적으로 인공물이 부유하는 환경을 제공해 버렸다. 자연 환경이란 그 긴 시간 동안 어떤 쓸 데 없는 것도 만들지 않고 이 세상을 끊임없이 향상시키며 아름답게 가꾸어 왔다. 때문에 근래에 등장한 이 디자인이라는 행위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볼 때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에 가까운 것으로, 우리 인간이나 자연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단이 아닌 측면이 많다.

전문가들은 디자인의 이런 측면에 우려를 나타내 왔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디자인이라는 생산 행위가 빚어 낸 잉여물들에 그다지도 관대한 것일까? 디자인이 순수하고도 아이디어 넘치는 창조적인 실험적 행위라서?

물론 아이디어란 상상력의 증거로 인간성의 표상 같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아이디어가 실현되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더욱이 그것은 디자인의 결과물로 제 모습을 가장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디자인의 순기능에만 만족할 시대는 지났다. 디자인 오염의 문제와 현상을 직시하고, 그간의 디자인 만능주의를 재고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20세기 디자인의 영웅들과의 연결 고리를 끊는 혁명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는 곧 넘쳐나는 디자인 제품들 속에서 그 폐해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을 피하기 위해 받아 들여야 할 진실들이다.

 


그림 3.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한 두바이 아트 센터(Art Center Dubai). 두바이라는 신기루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유명 건축가의 설계안. 과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이미지 출처 : 데이비드 리포트

 
 

1. 디자인은 수 많은 양의 시각적 공해물이 된 지 오래다. 진짜 필요한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특정한 테마를 다양하고도 끝없이 변주하는 형태로 등장하곤 한다. 

2. 디자인은 그간 과열됐던 감이 없지 않다. 잠시 멈춰 서서 디자인이 인류의 삶에 보탬이 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도록 숙고해야 할 것이다. 깊게 고찰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가치와 정체성을 다시 규명하기 위한 것이며, 브랜드나 신제품, 레디메이드나 싸구려 등을 무조건적으로 소비해 온 인류의 역사를 반성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디자인에 감성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일상의 안식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3. ‘책임감 있는 디자인’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단기적인 이익 대신, 장기적으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익에 집착하는 탐욕을 버리고 관대함을 기반으로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4. 최신의 디자인으로 반짝이는 신제품을 사는 것은 제품으로 인해 갖게 되는 만족감의 한 단계일 뿐이다. 디자인의 나머지 단계들은 결국 사용과 연식에 관계된 것이다. 이는 곧 제품이 세월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소비를 계속 하며 조금이라도 낡은 것은 버리는 그런 행위들은 더 이상 세련된 사람으로 보이게 하지도, 글로벌 경제 위기의 타개책이 되지도 못 한다. 이는 결국 재화와 인간성을 고갈시키는 행위밖에 되지 못 한다.

5.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트렌디하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다. 지구 저 건너편에는 음식이나 재화로부터 굶주려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반대로 이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 어떤 이들은 과도한 낭비에 휩싸여 비만으로 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정당한 것인가? 사실 인류는 단순한 생활과 여유로운 시간, 좋은 인연에 목말라 있다. 이제 사람들은 온화하고 건강한 아이디어와 무책임하지 않은 생산자들, 똑똑한 상품을 필요로 하고, 정말로 꼭 필요한 단순한 기능의 물건들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욕망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더 이상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결론은 더 좋은 디자인을 연구하려 하지 말고, 꼭 필요하고 그래서 중요한 디자인을 선보이라는 것이다.

 
 

2. 문화적으로 연결된 디자인(Culturally Connected Design)

 

그렇다면 꼭 필요하고 그래서 중요한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진심이 머무는 디자인을 말한다. 진실한 마음과 창조적인 아이디어, 집단 기억력을 토대로 하는 진심. 디자인 행위는 강력한 인간성의 발로이지만, 논리적인 사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디자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강한 것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디자인이 인간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가치 없는 것에 불과하다. 디자인 제품은 뚜렷한 용도가 없을 때에는 괴상한 물체로 전락하고 만다. 최고의 디자인이란 사회적인 트렌드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포착해 이를 성공적으로 반영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낳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인간적인 가치나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는 진심 어린 통찰력을 통해 가능하다.

이쯤에서 디자인의 DNA를 변경할 필요도 있다. 그간 디자인이 심혈을 기울여 온 명제인 혁신과 발명, 산업 등에 관심을 쏟는 대신, 인간성이나 겸손함, 동정심, 공감, 아름다움 같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의 규범을 초월해, 지금보다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변모의 방향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라이프사이클에 관한 것이다. 디자인은 애매함이나 모순조차도 이해하고, 단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지향해야 하며, 배척하기보다는 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림 4. 중국 닝보의 역사 박물관(Ningbo Historic Museum). 집단 기억을 위한 장소이자 내러티브가 연결되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이미지 출처 : 데이비드 리포트

 
 

디자이너인 나오토 후카사와(Naoto Fukasawa)는 이러한 종류의 디자인 철학에 관해 최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내 역할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지 예견하기 보다는 현재의 삶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더 나은 것이 무엇일지를 숙고하기 시작했다.” 이 인터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에 대한 디자이너의 관심을 보여주는 일례다. 그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바닥에 귀를 기울여, 우리의 삶에 감각과 의식을 다시 가져다 주었다.

인간은 이제 물리적인 욕구보다 정신적인 요구에 가치를 두는 새로운 이야기(narrative)를 필요로 한다. 인류와 공간이 지니는 관계성은 새로이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이야기를 통해 가능한 것으로, 이야기란 어제를 회상케 하며, 문맥을 재형성하는 힘을 갖는다. 끊임없이 구전되는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인류의 문화에 관한 집단 기억은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우리의 일생을 반추하고 또 그 가치를 새로이 따져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림 5. 고대 동굴 벽화.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데이비드 리포트

 
“고대인들은 시간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믿었다. 첫번째는 일상적이고 객관적인 행동이며, 나머지는 소위 꿈의 시간(dreamtime)이라 불리우는 영속적이고 영적인 순환 주기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 프레드 앨런 울프(Fred Alan Wolf), “꿈꾸는 우주(The Dreaming Universe 1994)” 중에서
 
 



데이비드 리포트(David Report)

 

데이비드 리포트는 다비드 카를손(David Carlson)이 운영하는 스웨덴의 디자인 매체로 디자인계 전반의 소식을 웹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매년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2010년 3월말 발간된 트렌드 보고서, '다시 디자인을 생각하며(Time to rethink Design)'는 두 번에 걸쳐 designdb.com에 소개된다.
www.davidreport.com

 

 

 

Tag
#디자인 오염 #문화적으로 연결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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