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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논의 : 누가 무엇을 소유하는가? _ 안젤라 라이셔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논의
: 누가 무엇을 소유하는가?



글  안젤라 라이셔(Angela Riechers)



원작물을 허가 없이 사용해서 벌어지는 논쟁은 더 이상 신선한 얘기 거리는 아닌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생각보다 꽤 오래 전부터 이런저런 논쟁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 멀리 18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때 이미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을 통해 저작권의 개념을 제기한 바 있다. 마크 트웨인은 책을 보내 달라며 1달러를 보낸 한 독자에게 한 단어만 보냄으로써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과 그 보상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한 장본인이다.  


그림 1.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지인 롤랑 다겟(Rollin Daget)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 “출판 시장에는 왜 이렇게 멍청한 법이 다 있는지 모르겠다. 바보들이 만들어서 바보 국회가 통과시킨 것 같다.”라고 쓰여 있다.
© Letters of Note.com


최근 아마존(Amazon.com)과 같은 대형 콘텐츠 유통업체들이 앞장 서서 디지털 저작권 문제에 대해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아마존 측은 지난 7월, 그동안 판매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동물농장’, ‘1984’의 전자책 버전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불법 저작물이라는 이유로 사용자들의 전자책 리더기, 킨들(Kindle)로부터 강제적으로 원격 삭제했다. 엄연히 돈을 주고 산 구매자들의 단말기에서 무단으로 콘텐츠를 삭제했다는 점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흔히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논의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공간만큼 디지털 공간을 친숙하게 느끼며, 이 광대한 인터넷의 바다에서는 별 힘을 들이지 않고 그저 몇 번의 클릭으로 누군가의 저작물을 건져 올려, 내 것으로 삼을 수 있다. 이제, 모든 수준의 창작물은 모두를 위해 공짜로 널려 있다. 도처에 널린 저작물들을 그저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그림 2. 플리커(Flickr)에 올려진 사진을 이용한 버진 모바일(Virgin Mobile)의 광고.
© Suckered.Us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저작권 문제를 살펴 보자면,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Flickr)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례들이 흥미로운 분석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플리커는 사이트에 업로드된 이미지에 저작권 공유 개념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를 설정할 수 있게끔 하여, 어떤 이미지는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색다른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미지의 소유자는 이러한 용도의 사용과 이미지 활용에 동의해 준 것인지 모르지만,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이러한 일련의 허가 과정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생긴다. 미국 댈러스에 거주하는 15살 학생 앨리슨 장(Alison Chang)은 어느 날 길을 걷다 버진 모바일(Virgin Mobile) 사의 옥외 광고판에서 “펜팔 친구와 절교해라(Dump your pen friend)”라는 광고 문구 아래 등장하는 자신의 사진을 보았다.

순식간에 관계를 끊고픈 인물이 되어 버리고 만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버진 모바일 사와 이미지 사용을 허가해 준 사진가를 제소했다. 그녀의 사진을 찍은 저스틴 호-위 웡(Justin Ho-Wee Wong)은 이 이미지를 플리커 사이트에 사진을 업로드할 때 설정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에 의해 법적인 책임을 덜었지만, 어린 한 학생의 초상권에 대해 도의적인 측면에서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했다.



그림 3. 페어리의 ‘오바마 희망(Hope)’ 포스터(왼쪽)와 매니 가르시아/AP통신의 오바마 초상 사진
© PDNonline.com


저작권 관련 논쟁 중에 가장 복잡한 것은 물론 디자이너나 작가, 화가 등 전문 창작가 집단에 관련된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최악의 케이스는 허가를 구한다거나 일말의 보상 없이, 원작이나 그 일부를 뽑아 원전의 의미는 삭제한 채 새로운 용도로 바꾸어 사용하는 행위이다. 예컨대, AP통신은 지난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아이콘으로 사용된 ‘희망(Hope)’ 캠페인의 포스터의 오바마 이미지가 AP통신의 기자인 매니 가르시아가 2006년 찍은 오바마의 초상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련의 포스터 시리즈로 일약 스타가 된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는 엄연히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가진 만큼, 무단 사용은 아니라며 이에 맞섰다.

이렇듯, 온라인 상의 저작물은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만큼, 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다는 오해가 만연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비슷한 사례를 또 하나 들어 보자면, 아티스트인 크리스 부젤리(Chris Buzelli)와 그의 작품을 도용해 사용한 CBS의 저널리스트 사이에 있었던 일이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다. 부젤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건강 관리에 대해 불평하는 한 일러스트를 올려 놓았다. 이 일러스트는 2006년 보스턴의 한 언론 매체를 위해 제작된 것이었는데 최근 CBS의 기자 한 명이 자신의 보도를 위한 부연 자료로 이 일러스트를 찾아 무단으로 사용하게 됐다. 뉴스를 보다가 이를 발견한 부젤리는 해당 기자에게 항의했지만, 그 기자는 원 이미지를 축소하여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한 만큼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며 구구절절 원저작자에게 사용 허가를 구할 만큼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답신을 보내며 부젤리의 항의를 일축해 버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작가들은 남들이 자신의 작품을 멋대로 가져가 함부로 사용하고, 더군다나 자신의 작품을 소재 삼아 다른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어떠한 보상도 없이는 말이다.



그림4. 독일의 신예 작가 헬레네 헤게만(Helene Hegemann)의 소설 ‘아홀로트 로드킬(Axolotl Roadkill)’
© ullsteinbuchverlage.de


17살이라는 나이에 ‘아홀로틀 로드킬(Axolotl Roadkill)’이라는 제목의 첫 장편 소설로 화려하게 데뷔했다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독일의 작가 헬레네 헤게만(Helene Hegemann) 역시 흥미로운 사례다. 그녀의 소설은 여기 저기 다른 저작물을 베낀 다음 섞어 만든 결과물로, 표절한 것이 한 두 구절이 아니라 한 페이지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다. 표절 논란에 대해 헤게만은 표절 또한 소설의 작법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창작물에는 진정성(authenticity)만 있을 뿐이지 독창성(originality)라는 것은 있지도 않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녀에게 표절 논란은 별 장애가 되지 않아서, 그녀의 소설은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Leipzig Book Fair)에서 당당히 소설 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무단 사용에 대한 일말의 가책이나 그에 대한 응징의 공포 없이,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며 긁어 온 것들을 섞어 만드는 콜라주나 샘플링 같은 것들이 헤게만의 주장처럼 미래적인 창작 방식이라면, 피땀을 흘려 가며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느라 매진하는 예술가들의 권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또 그들은 어디에서 이러한 노고에 대한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을까? 결국 참고해 베낄 만한 원전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남의 것을 탐하는 하이에나들이 기웃거리며 가로 채 자기 배를 채울 거리도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안젤라 라이셔(Angela Riechers)
 
라이셔는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을 졸업하고 미국 하퍼스 매거진(Harper's Magazine)을 비롯, 다수의 잡지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뉴욕 City College of New York, School of Visual Arts 등지에서 강의해 왔다. 대학원에서 디자인 비평을 전공하고, 현재는 디자인 옵저버(Design Observer), 아이가(AIGA) 등 유수의 온라인 디자인 저널에 활발한 기고 활동을 벌이고 있다.
artdeptnyc@gmail.com
www.angelariechers.com/nounverb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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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온라인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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