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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투표할 때? _ 나조영

지금은 투표할 때?



글  나조영


최근 10여 년 간 이루어진 선거들,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 혹은 그 이외의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선거의 결과를 보면 가끔은 선거라는 형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의 시스템이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투표라는 것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최소의 그리고 최대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에는 부인할 것이 없지만, 투표를 통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 혹은 조건은 아직도 사회 구성원의 변화된 열망과 태도를 담아내기에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5월 6일 마친 영국의 총선도 그러한 단적인 예이다. 유럽대륙의 대부분 국가들은 다당제와 비례대표제를 통한 연정이 보편적이긴 하지만, 양당제가 확고한 영국에서도 양당제의 균열이 직접적으로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총선의 결과는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이 306석, 노동당 (Labour Party)이 258석,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이 57석, 기타 군소정당이 28석으로 표면적으로 보수당이 승리했다. 그렇지만 보수당은 의석 과반수를 넘지 못해 독립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졌고, 자신과 정책적 기조가 다른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을 통해서만 정당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당의 경우,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을 한다고 해도 역시 과반수를 넘지 못해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졌다. 물론 보수당은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을 이끌어 내어,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을 총리로, 자유민주당 당수인 닉 크레그(Nick Clegg)를 부총리로 하는 새로운 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총선 결과 발표 직후, 자유민주당 당수인 닉 크레그는 현 선거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왜냐하면, 자유민주당은 정당 득표율에서 23%를 득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석 확보는 57석에 머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비례대표제를 인정하지 않는 영국 선거 시스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의 불만은 영국 언론들이 선거결과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발표한 대안적 선거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변화되는 의석수의 변화에서 더욱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어떤 대안적 시스템을 도입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오직 최다 득표자만을 인정하는 기존 선거 시스템이 아닌 다른 대안적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자유민주당은 최대 162석까지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1. 영국 BBC 방송 홈페이지의 선거 결과 분석 화면 캡쳐 © BBC

크레그의 이러한 불만은 단순히 자유민주당의 의석수에 대한 불만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의견이 다각화 되는 시점에서 그러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이 영국에서는 아직 마련되지 못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이번 선거에서 이와 같은 제도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녹색당이 당당히 의석을 차지했다는 사실과 지역 기반의 정당들이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소수 정당들의 약진은 영국식 양당체제의 균열을 반영하는 것이며, 국가 구성원들은 더 이상 거대 정당을 통해서 혹은 특정 정당을 통해서 정부가 구성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다양한 의견과 태도가 논의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정부를 요청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다른 차원으로 이야기하면, 사회가 다원화되고 다양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이러한 삶의 태도가 정치에도 조금씩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을 통해 구성된 정부에 대해서 한쪽에서는 ''정치는 하나의 새로운 창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쪽에서는 ''이 정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근시일 내에 총선이 다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지켜보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든 우리는 흥미로운 정부의 구성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연정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극단적 정당 이기주의를 확인하게 되거나, 정치적 신념의 고색창연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연정이 성공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자본주의 앞에서 정치가 얼마나 자신을 변신시킬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당제가 이루어지는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대다수 유럽 대륙의 국가들은 사정이 나은 것인가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반복되는 연정은 일종의 야합으로 비춰지고, 정치 시스템을 유지시키기 위한 정치적 게임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비춰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 구성원은 극단적인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다. 투표를 통해서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해도, 그 선거 결과가 야기할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는 연정이라는 형식으로 무마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안이라는 것이 기존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 즉 정치 공학의 하나로 탄생한 대안 아닌 대안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우리에게 정부는 없다’를 외치며 극단적인 무관심이나 이기심을 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그 사회 구성원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장소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유권자의 과반수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선거에서 과반수도 확보하지 못하고 당선되는 사람도 있지만, 한 사회의 굳건한 통념을 깨트리며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드러내는 선거 결과도 있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가 이루어지는 날이다. 이번 선거는 기존 지방선거와 다르게 1인 최대 8표를 투표하는 선거다. 물론 앞서 언급한 총선과는 다른 지방선거이긴 하지만, 지방 정부 및 의회, 교육감 및 교육위원을 선출하는 중요한 날인 것이다. 시스템이 어떻게 되었든, 무엇인가의 변화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그리고 투표는 사회 구성원이 정당히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가장 공적인 행위인 것이다. 극단적 냉소와 체념으로 이러한 자신의 권리를 회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욱이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고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와 같은 낭만적 이벤트에 몰려다니는 것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치기 어린 시도 역시 지금 요청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후보자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 보고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에 비추어 투표라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그림 2. 동시지방선거 홍보 포스터 © 2010 National Election Commission. All Rights Reserved



나조영_문화연구 및 문화 인류학 전공. paul.jy.nah@googlemail.com

문화 인류학적 시각으로 동시대 사회문화현상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트렌드에 대해서 호기심이 있지만, 그 트렌드를 쫓아 가기 보다 사회 문화를 분석하는 틀로 삼고자 할 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적용 전유 가능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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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영국 #정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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