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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상품 : 마케팅 소재로서의 중국 언더그라운드 문화 _ 로라 피치

창조적인 상품
: 마케팅 소재로서의 중국 언더그라운드 문화



글  로라 피치(Laura Fitch)


중국 대도시의 도심은 지금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창조적 에너지로 들끓고 있다. 뮤지션이라든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중국의 젊은 예술가들은 자신들 세대를 새롭게 정의 내리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날로 증대되는 개성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선보이는 대안 문화(alternative culture)는 은행 업무 상의 제약이라든가 시장 경험의 부족, 빈약한 시장 규모 등 마케팅적 측면에 연관된 작품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약점을 지니게 되고, 그 결과 이 젊은 예술가들의 창조성은 개인 블로그 수준에서 머물고 만다. 그러나 대안 문화가 신사업 분야로 각광을 받으면서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창작 커뮤니티와 시장 사이에 필요한 연결고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인구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15-24세 연령의 인구는 약 20억 명 가량으로, 이는 캐나다 전체 인구의 다섯 배에 해당한다. 중국의 마케팅 리서치 전문기관인 ‘차이나 마켓 리서치(China Market Research)’의 벤 카벤더(Ben Cavender)는 35세 이하의 중국인들은 문화혁명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때에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로 인해 중국 역사상 전례 없는 개인적 자유를 만끽하고 미래의 고용 환경 전망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축복받은 세대라 분석한다. 중국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레코드 레이블인 ‘메이비 마즈(Maybe Mars)’의 대표를 겸하는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는 라이브 뮤직 공연장인 D-22를 설립하여 막 부흥하기 시작한 베이징 인디음악계를 통합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중국 대안문화계의 숨은 실력자이다. 그는 중국의 젊은 세대가 개인의 가처분소득 증대와 자유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발판 삼아 미국의 1950-60년대와 유사한 대대적인 문화적 변동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림 1.  언더그라운드 미술가들이 디자인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 어패럴 그룹, 에노(Eno)
© Eno


젊은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티셔츠와 의류로 중국의 영 마켓을 노려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의류 체인 에노(Eno)의 공동설립자 르네 하르트만(Renee Hartmann)은 이제 중국의 젊은이들이 머리를 염색하거나 문신과 피어싱을 하는 등의 행위로 개성을 드러내는데 열중이라고 설명한다. 수 억이 넘는 또래 집단 사이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찾는 일환으로 아방가르드한 패션 따위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덧붙여 그는 언더그라운드 미술과 음악 역시 중국의 젊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그림 2. 리바이스(Levi’s)를 위한 얀 웨이(Yan Wei)의 일러스트
© Yan Wei


그러나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얀 웨이(Yan Wei)는 젊은 세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명세를 탈 수 있는 기회는 너무 제한적이며 문화예술계 주류로 향하는 진입의 장벽은 너무 높다고 말한다. 전통적 의미의 예술의 범주 바깥에서 일하는 무명의 예술가들은 대부분 얀 웨이처럼 인터넷을 이용하여 서로 교류하며 그들이 만든 작품을 선보일 뿐이다.

28세의 일러스트레이터, 얀 웨이는 리바이스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중국 예술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을 받았다. 나아가, 현지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중국 리바이스의 광고 캠페인의 주인공이 되어 그녀의 얼굴이 중국 전역에 도배되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녀는 물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장 잠재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나에겐 에이전트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마케팅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는 얀은 리바이스와의 계약조차도 사실 개인적인 연줄이 닿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임을 밝힌다. 거래명세표 같은 자질구레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발급하지 못하는 식의 간단한 문제 때문에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은 제대로 된 규모의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배송 운임이라든가 해외 은행으로의 이체 등 시시콜콜한 마찰들은 얀으로 하여금 작품의 해외 판매를 단념케 했다. 

문제는 작품을 생산하고 배포할 인프라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젊은 예술가들이 이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중국의 메인스트림 음반 레이블들은 음반 제작 작업과 그에 드는 비용을 뮤지션 본인이 직접 처리토록 한 후 이를 음반 배급망에 투입한다. 앨범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는 착수하는 데만 4~5일이 걸리고, 믹싱 작업에 다시 4~5일이 걸린다. 베이징에 있는 스튜디오 하나를 대여하는 데에 5,000위안 가까이 드는데, 베이징에서 일하는 화이트 칼라 근로자의 월급여 초봉이 2,000위안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게 레코딩 스튜디오의 모든 설비를 이용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만한 일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메이비 마즈 레코드는 이러한 업계의 관례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음반을 발매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대부분의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면서 우수한 젊은 예술가들을 견인하게 된다고 페티스는 밝혔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 중국의 전자음악 레이블인 ‘아큐펑쳐 레코드(Acupuncture Records)’의 공동설립자인 미아오 웡(Miao Wong)의 말을 인용해보자. 그녀는 급성장 중인 언더그라운드 문화 산업의 관련법이 그다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은 급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지역 인재들을 발굴하는 전자음악 회사로 2007년에 발을 내딛은 아큐펑쳐 레코드는 그들이 연 초기 공연에 아주 적은 숫자의 관객만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2년 후 아큐펑쳐 레코드의 공연에는 수천 명의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오게 되었고, 결국 작년 5월, 베이징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798 예술구의 빈 주차장에서 소속된 모든 뮤지션들이 참여한 제2회 전자음악 페스티벌에는 11,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들었다. 2009년 아큐펑쳐 레코드는 공연 행사를 통해 총 100,000위안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레이블의 성공에 대해 미아오 웡은 “아직도 서류 위에 모든 사안이 정확히 기입되기 전까지는 상황을 가늠할 수 없다. 그 동안에는 언제나 만사가 걱정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토로했다.


그림 3. 성황리에 개최된 아큐펑처 레코드의 제 2회 전자음악 페스티벌
© Acupuncture Records



시장 교육

중국의 언더그라운드 문화 산업이 발달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그에 대한 이해력을 갖춘 시장이 부재하다는 점일 거라고 왕은 덧붙인다. 해외의 선진 시장에는 창조 산업뿐 아니라 대안 문화 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일례로, 미국의 전자음악 시장의 경우에는 전자음악 전문 잡지, 라디오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페스티발 그리고 음악회 등을 통해 지식과 이해를 갖춘 팬 층이 존재하며 이들을 기반으로 확고한 전자 음악의 시장이 존재한다. 또한, 20여 년에 이르는 전자음악 장르의 역사와 그 동안 배출된 스타급 디제이와 프로듀서들에 대한 정보가 시장에 넘친다. 웡은 중국의 언더그라운드 문화 산업에 대해 “이 바닥에는 시장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서포트와 자원이 없다. 모든 일을 각자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웡은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유망한 지역 시장을 개발하는데 목표를 둔 행사에 전체 수입의85%를 재투자한다. 여기에는 다큐멘터리 상영이라든가 해외 유명 DJ의 초청, 대형 파티 개최 및 베이징 등지에서 열리는 다른 전자 음악 관련 이벤트와의 연계 등이 포함된다. 그녀는 말한다. “지속적인 성장의 유일한 방법은 이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제 뿌리를 찾을 때 가능할 것이다.”
 




로라 피치(Laura Fitch)
 
피치는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컬럼니스트로 동북아시아 전반의 브랜딩 트렌드를 관찰 중이다. 한 때 일본 미국상공회의소에 근무한 바 있는 그녀는 현재 브랜드채널(Brandchannel.com),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등 유수의 전문지에서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부터 정치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글로 명성이 높다.
lucheech@gmail.com

Tag
#중국 #언더그라운드 문화 #마케팅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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