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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개업! : 중국 자영 의류매장의 성장과 한계 _ 로라 피치

신장개업!
: 중국 자영 의류매장의 성장과 한계



글  로라 피치(Laura Fitch)


아직은 해외 고급 의류 브랜드들이 나날이 부유해지는 중국 소비자층을 사로잡고 있지만, 중국 각 도시에서 또 다른 시장을 만들며 성장해가고 있는 중국의 중소 의류 브랜드와 부티크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을 기미가 없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산 의류와 디자인 역시 전국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림 1.  베이징의 트렌디 스팟, 구로우 지역
Creative Commons Image © Edwick


베이징의 최신 트렌드 중심지인 구로우(鼓楼) 지역에는 새로운 스타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소규모 자영 의류 매장과 부티크들이 밀집해 있다. 32세의 사업가 하작(Hazzak)은 동구로우 거리에 자그마한 의류 매장 ‘와잡(Wazzap)’을 열고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적절히 결합된 중국식 스트리트 디자인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그는 소규모 의류 매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 2년 전 정부에서 발표한 중국창의산업지원 프로젝트의 결과라고 말한다.   
 

“[디자인 산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과거 중국제품이라 하면 가격이 저렴한 대신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었죠. 지금 정부는 경제를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와잡의 성공 사례가 10개에 달하는 지역 매거진과 3-4개 방송사의 취재를 통해 알려지고, 몇몇 해외 미디어에서까지 소개되면서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와잡의 성공이 세상에 알려질수록 낙관적으로만 보이던 시장의 변화는 하작과 같은 자영 의류 디자이너/제조업자에게 더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13억 인구를 가진 방대한 중국 시장에서 힘겹게 틈새 시장을 개척한 와잡에게 무수히 많은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만 것이다.


그림 2. 와잡의 티셔츠
Creative Commons Image

 

“정부는 창의산업을 후원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이 프로젝트는 더 많은 인구를 의류 산업으로 끌어들여 시장의 경쟁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판로와 시장은 그대로인데 과도하게 많은 사람들이 한 산업으로 몰린 것이죠.”


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카피하는 데 혈안이 된 인구도 큰 문제다. 와잡의 오리지널 디자인 티셔츠는 인근 매장들에서 판매되는 유사한(카피) 디자인의 평균가보다 약간 높은 가격인 80-150위안으로 판매되고 있다. 높은 가격을 매겨 구매욕을 자극하고 유사 제품과 차별화를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미세한 디자인의 차이가 아닌 저렴한 가격이었다. 심지어 와잡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카피한 티셔츠가 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35위안에 판매되고 있었다. 하작이 이 상황을 알게 되었을 당시 이미 카피 디자인은 1천 벌 이상이나 판매가 된 상태였다. 

하작과 그의 와잡 매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난국에 처해있다. 와잡에서는 매년 최소 100점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각 디자인마다 약 200벌의 제품을 생산하므로, 해마다 총 2만 벌의 티셔츠가 생산되는 셈이다. 이 중 60퍼센트는 매장을 통해, 40퍼센트는 온라인으로 판매된다. 그러나 판매되지 못한 제품은 재고로 쌓이게 되고, 이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남게 된다. 다시 말해, 와잡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값싼 제품과의 경쟁에서 승산을 기대할 수 없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대되고 있는 오리지널 디자인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다수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그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림 3. 온갖 상품을 판매하는 중국의 지마켓, 타오바오
© Taobao.com 

 

간혹 예기치 못한 공공 이벤트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겐 커다란 난관이다. 베이징에서는 정부 이벤트에 사용될 의류 제작 의뢰가 갑자기 촉박한 일정으로 들이닥쳐 생산 스케줄을 뒤흔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소규모 티셔츠 제조업체들은 이런 대량 주문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일을 맡을 수 밖에 없다.

작년 인민공화국 60주년 기념행사 때 자원봉사단이 입을 티셔츠 50만장을 주문 받은 지정 업체의 경우, 자사 공장에서 물량을 도저히 소화해 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보다가 결국에는 하청 업체에 물량을 나눠주게 되었고, 급박한 일정으로 주문을 받은 하청 업체는 다른 제품의 생산을 미루는 사태를 맞게 되었다. 하작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런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결국에는 모든 일이 다 지연되는 것이죠. 매장에 납품하기로 이미 계약서에 사인은 했으니 기일을 맞추지 못한 건에 대해서는 위약금을 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만에서 3만 위안까지 손해를 보기도 했지요.”


와잡에서 오리지널 디자인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작에게는 이것만이 자신의 창조적 잠재성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런던의 창조 산업에 관한 책을 보니, 그 시장에서는 개인 디자이너들이 자력으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매장에서 주문을 받아 팔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중국에서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오직 제품을 생산한 다음에야 판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 이름으로 매장을 열고 미디어를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로라 피치(Laura Fitch)
 
피치는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컬럼니스트로 동북아시아 전반의 브랜딩 트렌드를 관찰 중이다. 한 때 일본 미국상공회의소에 근무한 바 있는 그녀는 현재 브랜드채널(Brandchannel.com),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등 유수의 전문지에서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부터 정치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글로 명성이 높다.
lucheech@gmail.com

Tag
#중국의 자영 의류매장 #로컬 브랜드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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