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정착한지 2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과거에 무엇이 근본적으로 불만족스러웠고, 그 불만족스러웠던 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는 직접 디자인을 하기 보다 디자인과정에서 의사결정을 돕는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과거에 디자인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직접 마주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무엇이 해결책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내가 하는 디자인이 정말 좋은 디자인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점이 좋은 디자인일 수 있게 하는가?, 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인가?”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추상적인 머릿속의 언어가 현실적인 형태로 구현되었는지 고민하고 반복하다가, 더 이상 형태의 특이성 만으로는 더더욱 복잡해지는 사회의 클라이언트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 이곳에서 비슷한 질문에 답하는 실무자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리포트는 2018년 5월 16일부터 19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ARCC-EAAE 국제 컨퍼런스에서 패널로 참가한 Foster + Partners와 Kieran Timberlake Architects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합니다.

디자인 리서치로 차이를 만드는 디자인 | Penn Medicine New Patient Pavilion

출처: https://www.fosterandpartners.com/projects/pavilion-university-of-pennsylvania/ 

Penn Medicine New Patient Pavilion 프로젝트는 먼저 Foster + Partner를 통해 디자인 업계에 알려 졌을 것입니다. Archdaily를 통해 시각적으로 인식되는 내용이 강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https://www.archdaily.com/870683/foster-plus-partners-breaks-ground-on-new-hospital-at-the-university-of-pennsylvania?ad_medium=gallery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기에는 Foster + Partners로만은 어렵습니다. (실제로 Penn Medicine New Patient Pavilion 로 검색하면 HDR에서도 이 프로젝트가 포트폴리오로 나와있습니다.) Archdaily를 포함한 건축 설계 포털에서는 설계자로 Foster + Partners만 명시되어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PennFirst라는, HDR (헬스케어 디자인), Foster+Partners (건축), BR+A (건축공학), 그리고 L.F. Driscoll and Balfour Beatty (시공) 의 프로젝트 팀과 펜실베니아 대학의 의료진과 Penn Medicine Center for Health Care Innovation가 협업한 프로젝트입니다.

출처: https://www.pennmedicine.org/

여기에 더 주목 할 것은 HDR과 Penn Medicine의 만남입니다. 왜냐하면 HDR은 Mayo Clinic과 공유 오피스를 가지고 있을 만큼 협업 데이터와 경험이 충분한데, Mayo Clinic과 Penn Medicine은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의료 혁신분야의 연구센터들 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Mayo Clinic은 IDEO, IWBI 등 디자인 분야 업체들과 협업으로도 유명합니다.

PENN MEDICINE CHESTER COUNTY HOSPITAL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진 간병인 공간, 출처: http://www.ballinger.com/portfolio/penn-medicine-chester-county-hospital/

이들의 설계는 3번의 건축 형태를 바꿨고, 이 과정에서 실물 목업을 통해서 병원 인력 600명, 외부 관계자 100여명의 지적을 받고 완성하였습니다. 이때에 디자인에 대한 700여개의 항목에 대한 점수를 매겼고, 115개의 코멘트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병원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이 어떻게 환자들의 경험을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사례입니다.  이와 별도로 내부적으로 어떤 것을 개선하거나 추가해야 하는지 공모를 통해 186개의 아이디어를 모았고, 21개의 아이디어를 수렴했습니다.  

출처: https://www.pennmedicine.org/news/internal-newsletters/system-news/2018/may/turning-clinical-knowledge-and-experience-into-design

출처: https://www.hdrinc.com/insights/new-penn-patient-pavilion-caring-people

이런 과정을 Integrated Project Delivery process라고 합니다. 건축, 구조, 시공, 사용자, 운영자 등등, 한 공간의 계획에서 실행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모여 기획에서부터 운영까지 진행하는 것입니다. 마치 한국에서 자회사의 사업을 기획부터 실행하는 것입니다. (다른 연구 프로젝트 인터뷰 중 접한 이야기는 이 IPD를 통해서 개발시장내 컨설팅 회사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라고합니다. 당연히 기획 부분에서 부풀리기 혹은 먹튀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출처: AIA

이과정의 산물 중 핵심은 병실 공간의 유동성입니다. Foster + Partners의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적 특징을 구현하는 BR+A기술력을 바탕으로, HDR의 의료 서비스 공간 컨설팅과 Penn Medicine의 시뮬레이션 테스트,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L.F. Driscoll and Balfour Beatty의 시공능력이 이 공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의 투시도가 보여주는 공간의 모습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이름 “Penn Medicine New Patient Pavilion” 처럼, 환자분이 최상의 치료를 받고 환자분께 최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이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https://www.hdrinc.com/insights/new-penn-patient-pavilion-caring-people

한국에서 미국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많이 접합니다. 특히 그럴 때엔 의료비에 대한 이야기를 근거로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사실로 여겨집니다. 1981년 이후 GDP대비 의료비 지출비율이 OECD국가중에서 미국이 선두를 내준 적이 없고, 2005년 이후, 2008년 제외, 의료보험비 인상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적이 없습니다. 이부분은 국가에서 의료 시스템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인데, 간략히 설명하면 유럽 시스템이 정책적으로 의료 서비스혜택 불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면, 미국은 기술개발을 통해 기존 개발된 기술을 저렴하게 만들어 상대적으로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려는 방향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스마트폰이 빠르게 개발되서 적어도 사용 할 만한 폰은 저렴하게 공급하고, 최고 사양은 가장 비싼 것이지만,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들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최상위권이라 여겨지는 의료기관은 그 차이를 더 벌이기 위해서 노력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PennFirst Team, 출처: https://twitter.com/HDR_Inc/status/912408665633763328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정말 최상의 서비스를 시스템이 줄 수 있느냐 입니다. 특출난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제공하여 서비스 퀄리티를 만드는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그 서비스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나, 그것을 완성하는 디자인이 그만한 가치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구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정도 수준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런 과정과 노력을 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인회사들이 과연 한국에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아닐까요?

참고자료

https://www.pennmedicine.org/news/internal-newsletters/system-news/2018/may/turning-clinical-knowledge-and-experience-into-design

http://www.ballinger.com/portfolio/penn-medicine-chester-county-hospital/

https://bigidea.pennmedicine.org/challenges/designing-new-patient-pavilion

http://www.advance2000.com/wp-content/uploads/2016/11/V1-PennFIRST-CASE-Study-Project-Cloud.pdf

https://www.vhb.com/Lists/VHB%20News/DispForm.aspx?ID=294

http://daparco.org/new-penn-hospital-building-replace-penn-tower/

http://wolfmediausa.com/2015/06/08/news-release-pennfirst-team-adopts-ipd-process-to-plan-and-design-penn-medicines-new-patient-pavilion/

https://twitter.com/HDR_Inc/status/912408665633763328

http://smpsphiladelphia.org/pennfirst-building-future-healthcare/

https://healthcareinnovation.upenn.edu/about

https://almanac.upenn.edu/articles/penn-dental-medicines-new-state-of-the-art-clinic-in-historic-space

https://www.archdaily.com/870683/foster-plus-partners-breaks-ground-on-new-hospital-at-the-university-of-pennsylvania?ad_medium=gallery

https://www.fosterandpartners.com/projects/pavilion-university-of-pennsylvania/

https://www.pennmedicine.org/news/internal-newsletters/system-news/2018/may/turning-clinical-knowledge-and-experience-into-design

https://philly.curbed.com/2016/11/17/13656876/norman-foster-penn-patient-pavilion-renderings

https://penntoday.upenn.edu/news/future-proofing-penn-medicine-university-pennsylvania-announces-15-billion-hospital-pavilion

https://www.pennconnects.upenn.edu/find_a_project/by_category/academic_research/penn_medicine_new_patient_pavilion_overview.php

https://www.youtube.com/watch?v=uzR02XBJYDs

https://www.hdrinc.com/insights/new-penn-patient-pavilion-caring-people

https://www.pennmedicine.org/for-patients-and-visitors/penn-medicine-locations/hospital-of-the-university-of-pennsylvania/pavilion

리포터_박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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