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이브라는 오래된 이야기를 선명한 네온빛 그래픽으로 다시금 이야기한다. 토멕 두츠키(Tomek Ducki)가 연출한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주(Zhu)의 뮤직비디오다. 주의 팀은 과거 베이스먼트 잭스의 ‘유니콘’ 비디오를 감독했던 두츠키를 찾아, 주의 최신 싱글 ‘파라다이스 어웨이츠’(Paradise Awaits)의 비디오 제작을 요청했다.

제목과 가사를 보고 두츠키는 지구 상에 존재한 첫 번째 남녀이자 세상에 “죄악”을 가져온 그들, 즉 아담과 이브에 관한 성서 이야기를 떠올렸고, 그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다. “비디오의 초기 콘셉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천국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상징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두츠키의 설명이다.

비디오는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는 머리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 머리 꼭대기의 구멍에서 머릿속 생각이 연기처럼 뿜어져 나와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뮤직비디오의 내러티브를 만들어간다. “굴뚝처럼 생긴 머리의 구멍을 활용, 애니메이션 요소를 연기처럼 등장시켜 머릿속의 상상을 그려냈다.”

구약 속 이야기처럼 비디오 속 이브도 뱀이 준 금단의 과일을 한입 깨문다. “주와 같이 이야기하며,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과 연관된 몇 가지 흥미로운 테마를 골랐다. 가령 ‘지식의 과일’을 먹는 행위가 어떻게 아담과 이브의 시각을 바꾸었는지와 같은 부분이다.”

비디오에 등장하는 사과는 네모나고, 그래서 과일을 먹은 아담과 이브의 눈도 사각형 모양이 된다. 과일을 먹은 후 두 사람은 알몸을 부끄러워하게 되고, 그래서 무화과나무 잎사귀로 몸을 가리게 된다. 16세기 티치아노의 그림에서처럼 말이다.

두츠키는 여기에 현대적 비틀기를 가미하여, 잎사귀를 사각형 블록들로 대신한다. 마치 픽셀화한 것처럼 말이다, 이는 오늘날의 디지털 이미지 검열 방식을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무화과 잎’이라는 상징에 관심이 갔다. 티치아노의 그림에서도 잎사귀는 일종의 당대적 검열 장치였다. 그래서 나는 이를 우리 시대 검열 방식인 픽셀화로 대체하였다.”

애니메이션의 제작에는 약 한 달이 걸렸다. 두츠키가 “수작업 렌더링”(manuel rendering)이라 부르는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이미지 대부분을 디지털로 작업한 후 이를 인쇄하여 프레임 단위로 이미지 하나하나에 그림을 덧입히는 방식이다.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준다”고 감독은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페인트는 에코라인(Ecoline)으로, 색상을 반전시켰을 때 네온 불빛에 가장 가깝게 표현되는 페인트다.”

뮤직비디오의 그래픽을 네거티브 컬러로 제작하다 보니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최종 팔레트를 통제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색상 연출 방향은 언더그라운드 파티 느낌을 주는 것으로 정했다.” 두츠키의 설명이다. “결국, 색상 선택이 가장 까다로운 과정이었는데, 모두 네거티브로 작업했기 때문이다. 비디오에서 검게 보이는 것은 실제 페인트 아래 흰 종이다.”

한편 ‘파라다이스 어웨이츠’의 주는 신비로운 인물이다. 두츠키는 그래서 뮤직비디오의 그래픽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주에 관해서는 음악 외에 다른 정보를 정말 찾을 수가 없다. 비디오에도 그런 신비함을 깃들여야 했다. 이 점을 비주얼에 반영하기 위해 어둠 속의 인물과 물체를 식별케 하는 여러 기법을 사용했다. 얼굴 주변을 돌며 번득이는 빛이나 인물과 물체에 페인트를 쏟는 것과 같은 기법이 이에 해당한다.”

‘파라다이스 어웨이츠’는 주의 EP [더 나이트데이](The Night Day)에 수록된 곡으로, 지난 4월 발매되었다.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 (www.dez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