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of Alice Rawsthorn by Chris Moore.
디자인 비평가 앨리스 로손(Alice Rawsthorn)이 말한다. 밀라노 가구박람회(Salone del Mobile)는 디자인보다 마케팅이 앞선 행사가 되었고, 그리하여 디자인을 피상적으로 보는 대중의 인식을 부추겨왔다고 말이다. <프리즈>(Frieze) 매거진 지난호에 쓴 칼럼에서, 로손은 살로네 델 모빌레와 그 주변 행사가 “디자인을 소비주의에 젖은 피상적인 스타일 도구로 보는 대중의 고정인식을 의도치 않게 강화시켰다”고 비판하였다.
<프리즈>의 ‘바이 디자인’(By Design) 칼럼에서 그녀는 매년 4월 열리는 이 최대 규모의 가구박람회에 관해 “보기에 가구와 무관한 뻔뻔한 홍보 행사가 지배한다”면서, “영국의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은 살로네 델 모빌레라는 이름을 살로네 델 마케팅이라 바꿔 불러야 한다고까지 말한다”고 덧붙였다. 앨리스 로손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디렉터를 역임했고, 현재 <뉴욕타임스> 국제판에서 디자인 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기술이나 서비스 디자인 같은 분야들이 가구보다 중요해진 요즘이지만,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오늘날 미디어가 바라보는 디자인의 초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가구박람회가 그토록 많은 권력을 디자인 문화 전반에 발휘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로손은 자신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밀라노 박람회는 가장 눈에 띄면서도 모호한 성격의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웨일즈에서 열리는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과 마찬가지로, 밀라노 박람회는 원 분야에서 지닌 중요성만큼이나 홍보 행사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 칼럼에서 로손은 이 행사의 역사를 되짚는다. 본래 살로네 델 모빌레는 1961년 이탈리아 가구 업계를 위한 전시 행사로 시작되었다. 그 시절 가구 분야는 이탈리아 전후 경제 회복에 상당히 기여하였고, 여러 디자인 분과 가운데서도 가구는 20세기 상당 기간에 걸쳐 지배적인 문화적 동력이 되었다. 비록 가구 분야에서 디자이너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오기는 했어도, 오늘날 가구는 예전과 같은 문화적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다고 로손은 말한다. 이는 2013년 출간된 로손의 저서 <헬로 월드>의 주제이기도 한 바, 이 책에서 그녀는 세기에 걸쳐 변화해온 디자인의 역할과 의미를 정리하였다.
로손은 이 칼럼에서 디지털 도구의 부상과 함께 그러한 기술을 클라이언트의 상업적 목표보다 자기 주도적인 작업, 즉 정치적이거나 환경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데 활용하는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을 들며, 이러한 맥락에서 미루어 볼 때 의자와 탁자는 한때 행사했던 문화적 영향력을 다시는 갖지 못할 것이라 주장한다. 1981년 결성된 디자인 운동 집단 멤피스(Memphis)나, 1993년 네덜란드에서 개념적 디자인 플랫폼으로 설립된 드로흐(Droog)가 거두었던 성과는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여러 학생들의 목표가 제2의 필립 스탁인 것 같았다. 이제 학생들은 환경 위기를 억제하고 성평등에 대한 디자인의 해석을 재정의하며,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적용법을 찾고 싶어 한다.” 로손의 설명이다.
다른 어떤 디자인 박람회도 아직 밀라노의 지배력에 도전할 만큼은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경쟁자를 꼽는다면, 상업적 측면에 있어서는 독일의 iimm 쾰른을 또 디자인 담론이라는 특면에서는 류블라냐나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를 점차 유력함을 더해가는 경쟁자로 지목했다. “새로운 디자인 도전의 상당수가 박람회 기간 중 열리는 주변 전시와 토론을 통해 탐색된다.” 로손은 말한다. “하지만 가구박람회가 그러한 도전적 시도에 가장 공감한다거나 효율적인 장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다른 종류의 행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 (www.dez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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