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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의 역사를 피로 되새기다

 

레바논의 잡지 <오디오 쿨투르>(Audio Kultur)의 4월호는 특별했다. 일련의 포스터와 함께 발행된 이번 호는 100년 전 자행된 유혈의 비극을 문자 그대로 피로 되새김한다. ‘아직 여기에, 아직도 피 흘리며’(Still Here, Still Bleeding)는 1915년 오토만 제국에서 벌어진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추모하는 프로젝트다.

 

 

1915년 4월 24일, 오토만 제국은 아르메니아인 지식인과 공동체 지도자 250여 명을 체포하여 처형하였다. 콘스탄티노플, 즉 지금의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사건은 오토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결과 100만에서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목숨을 잃었다.

 

레바논은 아르메니아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베이루트에 소재한 이 독립 잡지는 비극의 역사 100주기에 발맞춰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00주기를 추모하는 한편, 중동은 물론 그 이외 지역의 문화적 풍경에 기여해온 아르메니아인의 노고를 기념하고자 했다.” <오디오 쿨투르>의 편집장, 트레스 콜라시온(Tres Colacion)의 설명이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포스터와 잡지 표지에는 “아직 여기에, 아직 피 흘리며”라는 슬로건이 담겨 있다. 붉은 잉크에 실제 피를 섞어 스크린인쇄한 것으로, 이를 위해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몸담은 아르메니아계 레바논인 다섯 명이 헌혈에 참여하였다.

 

 

“헌혈을 부탁했을 때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콜라시온의 설명이다.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의의가 담겨 있다고 본다. 우리는 강간과 살인, 고문... 그리고 생존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경험해본 적 없을 만큼, 감정적인 과정이었다. 분명 우울했지만, 또한 진정 영감을 주는 과정이기도 했다.” “모두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했고,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콜라시온은 설명을 이어갔다. “진정 [이 프로젝트로] 사람들이 100년 전 거의 사라질 뻔했던 풍요로운 문화를 경험하길 바란다.”

 

 

26개국을 비롯해 여러 국제단체가 오토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한다. 하지만 당사자라 할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부정한다. 긴장은 100주기가 다가오며 더욱 커졌다. 제노사이드 명명을 촉구하는 교황의 발언에 이어, 뉴욕과 로스엔젤레스, 오타와 등 여러 도시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콜라시온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레바논 내의 반응이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울 정도로 긍정 일색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프로젝트를 든든히 뒷받침했고, 어디에서 잡지를 구매할 수 있나를 묻는 전화와 이메일, 페이스북 메시지가 쇄도했다.” <오디오 쿨투르> 측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잡지를 배포해야 했다. “아르메니아인은 물론 아르메니아인이 아닌 사람들도, 이번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메시지를 전해왔다.”

 

“레바논에서는 정치적 성격의 이슈라면 어떤 것이든 사람들을 양분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받은 의견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들 뿐이었다.”

 

*Additional reporting is by Katie Treggiden.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 (www.deze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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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포스터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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