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람에게 물은 항상 도시 내 삶을 위해 다스려야 하는 위험한 존재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언제나 잠길 수 있는 위험 속에서 물을 길들이고 가까이 두며 지속가능한 도시, 친수공간의 도시를 생활 속 깊이 체화하며 살아간다.
우리나라는 한때 네덜란드 운하의 모습을 따라하던 적이 있었다. 여러 개의 수문을 달고 지형의 산세를 기계의 힘으로 극복하며 굳이 배를 내륙으로 지나가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였다. 한국에서 살다 네덜란드에서 ‘시민으로서’ 체험해보니, 바탕 자체가 다른 두 나라에는 같은 해결방법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필자는 같은 정도의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같은 방법’으로 다른 조건의 지역에 적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수변공간인 청계천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고가도로 철거 후 수변공간으로 재탄생한 상전벽해의 청계천은 외국에서도 사례로 많이 사용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도시프로젝트다. 하지만 결국은 2급수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인공분수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때 그 감동은 반감된다.
KCAP는 네덜란드 설계사답게 세운4구역을 설계하면서 지층 단지 내 물길과 보행길을 계단식으로 내려 청계천 -7m의 레벨에 맞추고, 차로 하부로 끊김 없이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국제공모당선안에 실었었다. 그러나 막상 당선되어 적용해 보려하니, 도로 하부는 움직일 수 없는 관거가 지나가고 있었고, 대지에서 청계천과의 연결이 불가능했다.
우기(雨期)가 아닌 기간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변을 즐기고 식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했으나, 도시기반시설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좌절하며 포기했다. 청계천만이 아닌 주변과의 연계를 초기에 고려했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